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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화이트] 커튼 사이로 엿본 매혹적인 Snow White(스노우 화이트)

2014.11.19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6 Snow White(이하 스노우 화이트)의 막이 오르기 전, 우리는 스노우 화이트의 매혹적인 일면을 살짝 엿 볼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거장 앙쥴렝 프렐조카쥬, 구스타프 말러, 장 폴 고티에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세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도발적인 무대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말러'의 날개를 타고 새처럼 날아오르길

 

첫 공연을 하루 앞 둔 11월 13일 목요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스노우 화이트의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행사에는 스노우 화이트의 예술감독이자 안무가인 앙쥴렝 프렐조카쥬(Angelin Preljocaj)외에도 발레 프렐조카쥬의 주연 무용수들이 참석했는데 백설공주 역을 맡은 에밀리 랄랑드(Émilie Lalande), 왕자 역의 쟝 샤를르 주스니(Jean-Charles Jousni), 그리고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왕비를 연기할 레아 드 나탈(Léa De Natale)이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습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주요 방송사 및 일간지, 공연 관계자들이 자리한 가운데 앙쥴렝 프렐조카쥬의 SNOW WHITE에 대한 심도 있는 인터뷰가 오고 갔습니다.

 

 

원작인 그림형제의 <백설공주>와 스노우 화이트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앙쥴렝>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 동화 속 <백설공주>를 보면 어딘지 모르게 착 가라앉은 어둡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는데 이러한 점이 구스타프 말러를 떠오르게 했다. 말러의 교향곡은 굉장히 로맨틱하고 모던한 선율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듣고 있으면 로맨티시즘의 극단으로 가는 듯하다. 이런 특성이 <백설공주>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것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레아>
구스파프 말러의 음악에는 고귀한 느낌이 있다. 어렵다기보다는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쟝> 교향곡 자체에 깊이가 있다. 무용수들끼리 모여 나름대로 그 깊이를 해석하는데 주력했던 것 같다. 각 선율과 악기의 소리마다 어떻게 움직임을 녹여내야 할지 머리 속으로 그리며 춤을 췄다. 교향곡 전체와의 조화도 고려했고 안무가와 의논한 시간도 많았다. 
앙줄렝> 말러의 교향곡은 힘이 있다. 마치 큰 숨을 토해내는 듯한데, 아주 큰 새가 날개를 펼치고 비상하는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그 큰 새가 무용수들과 관객들을 날아 오르게 할 것이다.

 

 

 


백설공주가 죽고 난 후 왕자와 함께 춤을 추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 있다. 중요한 씬인데 어떻게 표현했나?

 

에밀리> 그 키스씬은 극 전체에서 가장 감정이 요동치는 순간이다. 너무나도 슬프지만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 왕자의 심정이 절절하게 녹아있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 아다지에토에 맞춰 춤을 추는데 안무가의 의도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쟝> 섬세하면서도 순수한, 자연스럽고 절제된 슬픔을 표현해야 했다. 사랑하는 이가 죽었고 그녀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춤을 추어야 했는데 어떤 계산이나 의도가 없어도 저절로 감정 표현이 됐다. 공주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왕자의 몸짓, 그 어느 곳에서 속하지 못하는 황망함. 이런 것들을 온 맘을 다해 진지하게 표현해야 했다. 음악, 안무, 미장센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장면이다.
앙쥴렝> 나는 이 장면을 환생이라고 봤다. 극 중에서 공주는 죽은 몸이지만 무용수로서는 왕자와 춤을 추고 몸을 움직여야 했다. 에밀리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미동도 하지 않는 육체지만 실제로는 상대 무용수를 서포트해야 하고 섬세한 동작들을 취해야 했다. 안무가인 나로서는 가장 어렵고도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백설공주 못지 않게 큰 축을 이루는 캐릭터가 바로 왕비다. 잔혹한 왕비를 어떻게 해석했는가?


레아> 왕비를 그로테스크하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왕비는 유혹적이면서도 화가 나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이중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썼다. 왕비 역할로 무대에 서는 것은 내일이 처음인데 나의 해석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가 된다.
앙쥴렝> 레아는 대단한 무용수다. 그녀에게 신뢰를 보낸다. 아마 서울의 관객에게는 레아의 왕비가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SNOW WHITE의 왕비는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다. 엄마인 동시에 여자인 그녀는 딸을 보살피는 것보다 본인의 여성성에 더 집착한다. 나는 이것이 현 시대의 미묘한 감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여성들은 전보다 더 오랫동안 아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60대가 되어도 충분히 미모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여자로 자라나는 딸을 바라보며 자신의 여성성을 잃지 않고 세월에 항거하려는 긴장감. 나는 그런 관점으로 왕비를 바라봤다.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사과를 먹이는 장면에서 죽이려는 자와 죽지 않으려는 자의 강렬한 부딪힘이 느껴진다. 이 장면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했는가?


앙쥴렝> 우선 전체적으로 그림형제의 동화를 충실히 재현해내려 노력했는데 각 장면이 동화의 순서를 그대로 따랐다. <백설공주>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죽음 앞에서도 결국 사랑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과를 먹이는 장면에도 죽음의 요소가 깃들어 있지만 폭력적이기보다는 에로틱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무용수들의 몸과 몸이 맞닿는 에너지의 합, 마치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움직임. 그런 것들에 중점을 뒀다. 또 사과는 굉장히 복합적인 상징물이다. 지혜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담과 이브에서 이브가 사과를 먹은 후 선과 악을 알게 되는 것처럼 백설공주도 사과를 먹고 죽음에 이르지만 결국 새로운 차원으로 도달한다. 사과가 백설공주를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의 작업은 어떠했나?

앙쥴렝> 사실 그가 내 공연을 보러 온다는 걸 알고 있었고 나 역시 그의 쇼를 보러 가곤 했다. 언젠가 인어공주를 재해석한 그의 의상을 봤는데 캐릭터 분석 능력이 매우 탁월했다. 맨 처음 SNOW WHITE를 구상하면서 당연히 장 폴 고티에를 떠올렸고 그 역시 제안에 흔쾌히 응해 줬다. 완성된 의상들을 봤을 때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마 나라면 이렇게까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이 네 번째 내한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다른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앙쥴렝> 한국의 관객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에 오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고 싶다. 파리에서는 내년 9월 다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극적인 여정으로 풀어낸 드라마틱한 작품이다.
 


관객들이 SNOW WHITE를 어떻게 봐주었으면 하는가?

앙쥴렝> 꿈 속에 있는 듯 유영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감정에 자신을 맡겨라. 앞서 말한 대로 무용수들과 함께 말러의 날개를 타고 마음껏 비상하며 여행하길 바란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치명적인 무대


기자간담회 이튿날인 11월 14일 금요일. 본 공연을 다섯 시간 앞두고 사전 리허설이 열렸습니다. Press Call을 겸한 리허설에서는 의상과 메이크업을 마친 무용수들이 최종적으로 무대 동선을 체크하고 안무를 완벽히 맞춥니다. 공개된 장면은 백설공주의 성인식부터 왕비의 등장과 거울 씬, 백설공주와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모습까지입니다.



백설공주의 성인식


백설공주와 왕 앞에서 귀빈들이 우아한 춤을 춘다. 남녀가 짝을 이루며 무도회가 무르익을 때쯤 왕자가 등장해 백설공주와 첫인사를 나눈다. 왕자는 백설공주에게 붉은 천을 선물로 바친다.


 

왕비의 출현



두 마리의 검은 고양이를 거느린 왕비의 등장으로 좌중은 혼란에 빠진다. 치명적인 왕비의 손짓에 사람들은 경악하며 위협을 느낀다. 장차 백설공주와 왕자에게 왕비의 마수가 드리울 것을 암시한다.


거울 앞에 선 왕비



당당하고 고혹적인 모습의 왕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흡족해 한다. 왕비와 두 마리의 고양이가 거울 속에서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큰 돌 위에 누운 남녀가 저마다 서로를 탐하며 사랑을 나누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이들 앞에 등장한 백설공주



붉은 천을 휘날리며 왕자를 떠올리는 백설공주를 두고 남녀들은 붉은 천을 빼앗고 장난치며 놀린다. 
 


왕자와 백설공주의 사랑



지나던 왕자가 백설공주를 보고 이끌리듯 다가간다. 사랑에 빠지게 된 백설공주와 왕자는 떨리는 첫 키스를 나눈다.


 

기자간담회와 Press Call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스노우 화이트는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을 뿜어냈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의 웅장하고도 로맨틱한 음악, 장 폴 고티에의 파격적인 의상, 앙쥴렝 프렐조카쥬의 탁월하고 에로틱한 안무, 무용수들의 치밀하고 완벽한 움직임이 더해져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스


스노우 화이트와 함께 비상할 3일 간의 여정. 아찔하게 아름답고 치명적인 무대의 막이 이제 오르려는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