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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2012년 하반기 주목할만한 국내 인디뮤직 추천 앨범들

2012.12.28


한파가 계속 되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추운 시기입니다. 이럴 때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은 없겠죠. 지난 상반기의 국내 인디뮤직 추천 앨범을 돌아보았는데 벌써 2012년을 마무리하며 하반기를 장식한 국내 인디 앨범들을 살펴볼 시간이 되었네요. 올해 국내 인디 씬과 하반기 추천 인디뮤직 앨범들을 웹진 웨이브 편집장님이신 최민우님의 추천으로 만나봅니다.



2012년의 한국 인디 씬은 전체적으로 ‘스타’보다는 ‘음악’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인상이 강하다. 달리 말하면 엄청난 ‘대박’은 없었지만 고른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포크, 록,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준수한 음반들이 나왔고, 신인 뮤지션과 베테랑 밴드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정 트렌드가 씬을 주도한다기보다는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냈다는 인상이다. ‘복고’의 활용은 창작에서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만 최근에는 거기에 ‘모던’한 감각을 예리하게 가미하는 결과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9와 숫자들의 신보가 그런 경우일 것이다.


씬의 ‘시스템’과 관련한 일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음원 종량제로 인해 촉발된, 음원의 ‘적정 가격’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간과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음악 시장에서 ‘창작자’와 ‘소비자’, 그리고 ‘저작권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더 많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V를 비롯한 방송의 힘을 상대적으로 빌기 어려운 인디 씬의 입장에서는 음원의 ‘적정 가격’이 보다 첨예한 문제였다고도 할 수 있다. 현대카드 MUSIC의 출범 역시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수 있겠다. 공연은 (내한공연이든 해외진출이든)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많은 인디 뮤지션들이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해외 무대에 올랐다. 해외의 인디 뮤지션들 역시 자주 한국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도 드러났지만 외형적으로는 활발한 한 해였다고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이제 중요한 건 ‘내실’을 다지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레이블의 지속가능성’과 인디 뮤지션들의 ‘돌파’ 역시 언급할 만하다. 비트볼 레이블 등이 10주년을 맞았는데, 이는 한편으로 씬의 '버팀'을 가능케 한 환경이 조성되어 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그 시간 동안 해당 씬이 생존을 위해 나름의 '타협과 조정'을 거쳐 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파스텔, 해피로봇 등의 ‘메이저 친화적’ 레이블과 비트볼과 같은 ‘컬렉터 친화적’ 레이블, 그리고 자립음악생산조합과 같은 ‘운동적 활동’의 경향을 보이는 커뮤니티들이 각자의 성향에 어울리는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그 사이에서 ‘중간적’ 면모를 보이는 붕가붕가레코드와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등의 레이블 또한 새삼 언급할 만하다. 이런 흐름이 내년에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다른 한편 무키무키만만수, 10cm, 에피톤 프로젝트, 국카스텐 등의 뮤지션들이 소수의 ‘귀밝은’ 청자들의 범위를 넘어 대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인디 뮤지션들의 이런 ‘돌파’는 1995년의 삐삐밴드보다는 옥상달빛 또는 장기하와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달리 말하면 ‘캐릭터’와 ‘예능’ 중 적어도 하나는 필요해 보인다는 뜻이다(예를 들어 국카스텐을 ‘스타’로 만든 건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이다.) 이는 그들이 예능에 적합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한국 대중문화의 ‘예능적’ 분위기에서 그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진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이 처음의 ‘신선함’과 새롭게 닥친 환경 사이에서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경력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아래의 여섯 음반은 전반기에 이어 하반기를 빛낸 음반들이다. 베테랑의 신작부터 흥미로운 컨셉의 기획음반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을 접할 수 있다.



9와 숫자들 "유예(猶豫)"



9와 숫자들의 데뷔작 9와 숫자들은 신서 팝을 기둥으로 삼고 1980년대 스타일의 소박한 ‘가요’ 멜로디로 장식을 한 달콤하고 아기자기한 음반이었다. 밴드의 신보는 전작의 재기 대신 일관성과 집중력을 획득하면서 ‘성장’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준다. 회한, 추억, 부끄러움, 침울함, 그리고 (이런 단어들에 으레 수반되기 마련인) 달콤한 나르시시즘 등의 정서가 포크와 스틸 기타, 1970년대 그룹 사운드로 거슬러갈 수 있을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울려 퍼지며, 녹음 또한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귀에 딱 들어오는 ‘훅’은 줄었지만 대신 더 '프로페셔널'하게 들리는데, '닳았다'보다는 '능숙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가사에서는 옛 가요들의 '문학적'인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를테면 "유예"같은 곡에서 청승의 끝을 달리는 한탄 위에 '연체'나 '유예' 등의 단어들을 활용하며 '모던'한 손길을 더하는 모습을 보라. 되풀이 듣는 재미가 있는 인상적인 음반이다. 겨울에 더없이 잘 어울린다.


3호선 버터플라이 "Dreamtalk"



3호선 버터플라이의 최근 작업에서 늘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다. 정규 음반으로는 Time Table(2004)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Dreamtalk는 그 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바꿔 말하면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스피커보다는 헤드폰에서 더 들을 부분이 많은 음반이라는 뜻도 된다. 짧고 알쏭달쏭한 가사를 되풀이하면서 조금씩 소리를 쌓아가다 세련되게 분위기를 전환하는 첫 곡 “스모우크핫커피리필”에서 음반의 이런 특징이 또렷이 드러난다. 음반의 다른 곡들 역시 인상적이다. 간결하고 단단한 (노이즈) 로큰롤과 재기 넘치는 코러스, 아름다운 발라드가 스튜디오 레코딩 기술이라는 필터를 통과하면서 복합적인 음악적 경험으로 탈바꿈한다. 대담하지만 ‘실험적’일 정도로 과격하지는 않은, 중용의 미가 잘 살아 있는 음반이다.


404 "1"



404는 정세현(기타)과 조인철(드럼)으로 구성된 2인조 록 밴드다. 이런 구성을 어디서 봤다 싶은 분들이라면 TOP밴드를 통해 유명해진 톡식이 떠오를 것이고, 영미 록의 팬이라면 화이트 스트라이프스까지도 생각이 미칠 것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404의 음악은 후자, 그러니까 톡식보다는 화이트 스트라이프스 쪽이지만 그건 스타일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음악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는 어떤 ‘에너지’ 때문이다. 기타는 쉴 새 없이 노이즈 가득한 소리를 긁어대고, 드럼은 거칠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섬세한 리듬을 구사하면서 요령 있게 움직인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꿈틀거리는’ 소리에 허무함으로 무장한 ‘타령’조의 보컬과 차가우면서도 덤덤한 가사가 얹힌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분류 가능하겠지만 동시에 그런 분류가 별 의미 없는, 어둡고 시니컬한 로큰롤 음반이다. 싫어할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황보령=Smacksoft "Follow Your Heart"



1998년 귀가 세 개 달린 곤양이로 데뷔한 황보령은 2001년 태양륜을 발표한 뒤 오랫동안 음악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09년 스맥소프트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발표한 Shines In The Dark는 그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인디 록 음반 중 하나가 되었다. ‘어두우면서도 강렬한 서정성이 인상적인 진득한 록 음반’이라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2010년 발표한 Mama Wind에 이어 황보령과 스맥소프트가 세 번째로 발표하는 이 음반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것은 전자음의 활용이다. 최면적인 비트 위로 꿈결처럼 흐르는 앰비언트 사운드가 황보령 음악의 ‘새로운 단계’를 암시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런 전자음의 활용이 어느 정도 ‘친숙한’ 소리와 작법에 기대고 있는 인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황보령=Smacksoft의 음악에서 정말 중요한 건 ‘형식적 실험’이라기보다는 곡들이 품고 있는 집중력과 밀도일 것이다. 강렬하게 청자를 흔들지만 ‘공격적’이지는 않은 에너지와 서정이 음반 전체에 넘실거린다.


Various Artists "이야기해 주세요/블루스 더, Blues"



좋은 편집음반이란 일관된 주제의식(혹은 컨셉), 다양한 참여 뮤지션들이 일궈내는 음악적 다양성, 그리고 곡들의 개별적인 완성도일 것이다. 하반기에 나온 두 장의 편집음반은 그 ‘좋은 편집음반’의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물들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이야기해주세요는 홍대 인디 씬의 여성 뮤지션들이 참여한 기획 음반이다. 생각의 출발은 일본군 위안부이지만 음반이 진행될수록 (성)폭력, 역사, 노동 등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나가고, 이러한 것들과 여성이 맺는 관계를 각자의 스타일로 진지하게 탐구한다. 블루스 더, Blues는 최근 홍대 씬의 ‘핫’한 트렌드 중 하나인 ‘블루스’를 컨셉으로 제작된 음반이다. 지금 이 시절에 어째서 ‘구닥다리 중의 구닥다리’ 음악인 블루스일까? 카페 문화와 ‘자주제작’의 경향 역시 중요한 요인이겠지만 블루스라는 음악이 갖고 있는 강렬한 ‘자기 표현’의 성격 또한 무시 못할 이유일 것이다. 아무튼 음반에는 ‘블루스’라는 틀로 묶일 수 있는 흥겹고 위트 있는 음악들이 실려 있다. 듣기 전에 치맥이라도 준비해 두면 금상첨화겠다

2013년에 대해 무언가를 예측하는 건 성급해 보인다. 그보다는 홍대 주변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로컬 씬’들이 각자의 활로를 모색할 기회가 더 많이 오길 바라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들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편이 예측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의 인디 씬에게 응원을 보낸다.




Writer.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http://weiv.co.kr) 편집장.

2002년부터 음악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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