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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시대의 거장과 오늘날의 신예를 잇는 음악적 연결고리

2014.12.18


 

5 Nights VS 5 Great Artists




 

음악 팬들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의 라인업에는 유독 젊은 밴드들의 이름들이 두드러졌다. 놀라운 커리어를 완수해냈지만 앞으로의 행보 또한 기대되는 이들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우리는 <5 Nights>를 통해 엿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현재 영미권 음악 씬에서 가장 핫한 다섯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시대의 거장들이 있다. 전성기에 놓인 슈퍼 루키와 전성기를 지나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중인 마스터 사이에는 미묘한 예술적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이런 요소들을 찬찬히 추적해보는 것 또한 공연관람에 재미를 더할 것이다.


 




차세대 메탈 씬을 이끌어갈 첨병으로서 지목되는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 이하 A7X)는 클래식 로큰롤의 고전적인 맛, 80년대 헤비메탈과 스래쉬 메탈의 리프, 그리고 블루스 풍 하드 록 등의 요소들을 그들의 음악에 다양하게 새겨왔다. 그리고 이들이 받은 수많은 영감의 중심에는 메탈리카(Metallica)라는 거장이 존재한다.


A7X는 2006년 무렵 메탈리카의 유럽 투어에 오프닝 밴드로 함께한다. 기타리스트 재키 벤전스(Zacky Vengeance)의 경우 인터뷰에서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투어 중 밴드는 메탈리카의 무대 중간에 함께 올라와 미스피츠(Misfits)의 곡 <Die, Die My Darling>, 그리고 라몬즈(Ramones)의 <Commando>를 함께 부르면서 우애를 다졌고, 메탈리카가 직접 개최했던 오라이온 페스티벌에서는 메탈리카의 드러머 라스 울리히(Lars Ulrich)가 공연 시작 직전 무대 위에 등장해 밴드를 직접 소개하면서 후계자를 아낌없이 지지했다. 


A7X의 몇몇 곡에는 메탈리카의 특성이 그대로 묻어있다. <This Means War>는 메탈리카의 <Sad but True>를 명백히 오마주한 곡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A7X의 <Hail to the King> 역시 메탈리카의 <King Nothing>과의 유사성을 보인다. 사실 [Hail to the King]의 앨범 커버 자체가 메탈리카의 5집 [Black]의 디자인과 흡사한 면이 있었다.


A7X의 경우 음악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설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콘(Korn)의 무대에서 'Falling Away from Me'를 함께 부른다거나, 자신들의 공연에서 건즈 앤 로지즈(Guns 'N' Roses)의 'It's So Easy'를 부를 때는 기타리스트 슬래쉬(Slash)를 직접 초빙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는 판테라(Pantera)의 'Walk'를 커버하면서 선배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메탈리카가 당대 헤비메탈 씬의 정의를 새로 썼듯이, AX7 역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21세기의 판도를 그리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A7X는 그들에게 큰 영향을 준 고전 메탈에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뚜렷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서 점점 차세대 거장으로서 변모해가는 중이다.






2010년 영국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전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바스틸(Bastille)의 경우, 밴드의 세계관과 이미지에 있어서는 영화감독 데이빗 린치(David Lynch)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음악과 사운드적 측면에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와의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영국 출신의 두 밴드는 뉴웨이브와 록을 오가는 음울한 소리 만들기에 집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탐미적인 보컬 톤, 어쿠스틱과 전자악기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이따금 전자드럼을 연주하는 형태 또한 데자뷰되는 지점이다.


바스틸은 유독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중반까지의 음울하고 장엄했던 시기의 디페쉬 모드와 겹쳐는 구석이 있다. 음울한 분위기 속에 빛나는 감동과 멜로디를 끼워 넣고 있다는 사실마저 유사하다. 디페쉬 모드의 80년대 초기 신스 팝 넘버 <Blasphemous Rumors>부터 90년대 대표곡 <Enjoy The Silence>, 그리고 <Home>의 시네마틱한 오케스트라 편성과 <Judas>의 신비한 요소들은 바스틸의 대표곡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8,90년대 유로 디스코를 자신의 곡에 매시업 하기도 했던 바스틸이지만 이들은 좀더 그루브를 중시했고, 힙합적인 바이브를 곡에 구축하면서 거장과 차별을 뒀다. 지금도 아레나 규모급 공연장을 매진시켜버리는 거장 디페쉬 모드의 뒤를 이어, 점차 성장해나갈 바스틸의 앞날을 이번 내한공연을 지켜보면서 예측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유독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영국 밴드가 바로 스타세일러(Starsailor)다. 슬프고 우울한 멜로디의 침잠되는 곡은 물론 그 정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분위기는 공연 전면에 드러나는 편이었고 이런 점이 한국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각인된 최고의 영국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스타세일러보다 고작 1년 먼저 데뷔작을 발표했다. 하지만 콜드플레이의 경우 1996년 결성했고 스타세일러는 2000년에 결성했는데 따라서 콜드플레이의 데뷔 앨범에는 이미 연륜이 묻어 있었다. 참고로 영국의 권위 있는 음악지 <NME>는 스타세일러의 데뷔작 [Love is Here]을 2001년도 베스트 5위에, 그리고 콜드플레이의 데뷔작 [Parachutes]를 2000년도 베스트 6위에 랭크시킨 바 있다.

이 두 밴드는 비슷한 시기와 비슷한 지역에서 활동했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데뷔앨범을 내놓은 밴드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담백하고 청명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목소리와는 대조적으로 스타세일러의 제임스 월쉬(James Walsh)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우울과 격정적인 떨림이 공존한다. 콜드플레이가 좀 더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면 스타세일러의 경우 이에 비해 좀 더 절망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두 밴드는 모두 포스트-브릿팝(Post-Britpop) 군으로 분류되며 팬덤 사이에도 교집합이 존재하고 있다.

[All the Plans] 발표 후 제임스 월쉬는 인터뷰에서 콜드플레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그는 콜드플레이가 성공과 유명세를 즐기고 평론가들의 글에 개의치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들에 대한 유일한 불만은 때때로 너무 미안해 한다는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두 밴드 모두 서로를 걱정하며 오래오래 시너지를 내며 활동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첫 싱글로 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데뷔한 영국출신 4인조 일렉트로닉 그룹 루디멘탈(Rudimental)은 드럼 앤 베이스, 그리고 덥스텝의 영향을 받았지만 팀의 전체적인 이미지와 커리어에 있어서는 오히려 베이스먼트 잭스(Basement Jaxx)를 연상케 한다. 1994년 결성해 국내 록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써 메인 무대를 장식하기도 했던 영국의 전자음악 듀오 베이스먼트 잭스는 비슷한 시기 활동한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 그리고 팻보이 슬림(Fatboy Slim) 등과 함께 UK 전자음악 씬의 톱스타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일단 루디멘탈, 그리고 베이스먼트 잭스 두 팀 사이에는 모두 데뷔앨범으로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또한 다양한 국가들의 음악적 영향과 훌륭한 멜로디라인을 소울풀한 방식으로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춤출 수 있는 팝 트랙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유사점이 발견된다. 참고로 루디멘탈의 인터뷰에 의하면 팔리아먼트(Parliament)나 훵카델릭(Funkadelic), 그리고 로린 힐(Lauryn Hill)과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게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단순히 멜로디가 뛰어난 춤추는 음악을 만든다는 공통점 이외에도 결정적인 부분들이 오버랩 된다. 루디멘탈의 경우 뮤직비디오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다문화적인 요소들이 자주 비춰지곤 했는데, 과거 베이스먼트 잭스의 앨범에서도 인도 음악이나 브라질의 카니발 같은 테마를 수용하면서 만화경 같은 전자음악을 선사한바 있다.


4인조 편성으로 알찬 라이브 셋을 선보이고 있는 루디멘탈이지만 베이스먼트 잭스가 이후 풀 밴드와 코러스까지 대동해 꽉 찬 무대를 선보였던 것처럼 이들 역시 점점 큰 규모의 퍼포먼스를 시도할 것만 같다. 매우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예의 풋풋한 기운을 이번 내한공연에서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음반시장 역사상 가장 빠르게 팔려나간 데뷔작의 주인공 아우스게일(Asgeir)의 앨범은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 1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슬란드의 장엄한 자연, 그리고 따스한 차분함이 동시에 엿보이는 음악으로 아우스게일은 아이슬란드를 넘어 전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


이미 성공적인 내한공연을 치른 바 있는 아이슬란드 국가대표 급 밴드 시규어 로스(Sigur Ros)는 아이슬란드 출신 뮤지션의 상징과도 같았다. 영어가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음에도 세계시장에서 사랑 받았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아이슬란드 특유의 신비로움을 가장 순수하게 담아낸 음악의 힘이 컸다. 아우스게일의 노래들은 엄숙하고 신성하기까지 한 시규어 로스의 곡들에 비해 비교적 담백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시규어 로스와는 달리 자신의 아이슬란드어 앨범을 영어버전으로 발표했고 이를 공연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감동의 여운을 길게 느끼는 것으로 유명한 시규어 로스의 공연 이후 이런 명상적인 분위기에 목말랐던 이들에게 아우스게일의 내한은 꽤나 기쁜 소식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공연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아이슬란드 씬의 정점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시규어 로스, 그리고 욘시(Jonsi)의 내한공연에서 일상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꼈던 이들은 다시금 아우스게일의 공연을 통해 신비로운 아이슬란드 무드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다.








Writer. 한상철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