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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2012년 하반기 주목할만한 해외 인디뮤직 추천 앨범들

2012.12.28


2012년 상반기 추천 음악들을 돌아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다가왔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다양한 앨범들은 쏟아지고 정보가 없거나 몰라서 좋은 음악들을 지나치게 되곤 하죠. 한 해를 정리하면서 그 중에서도 놓치고 지나치기엔 너무도 아까운 앨범들을 음악 평론가 김영혁님의 글로 살펴보면서 남은 연말을 추천 음악들을 찾아 들으며 혹은 내가 좋아했던 음악들을 추억하며 보내보는건 어떨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올해 특별히 눈에 띄는 앨범(더 정확히는 귀가 번쩍 뜨이는)이 없었다고 얘기할 것 같다. 대규모 투어를 하는 밴드나 아티스트들, 그러니까 이름을 대면 알만한 이들이 이름값에 걸맞은 작품을 내놓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다가 메이저 데뷔작을 발표한 신예들의 활약이 오히려 더 돋보였던 한 해였다. 이를테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같은 인물들이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시장/평단에서 가장 큰 각광을 받았다. (두 사람은 공히 2011년에 독립 제작한 앨범을 내놨고, 2012년에 메이저 레이블에서 전세계 시장을 향한 첫 앨범을 발표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싸이가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 주류 시장에 큰 활력거리나 흥행대작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적으로 활동하거나 우리가 흔히 인디 레이블이라 부르는 회사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집합적으로 부르는 인디 음악계에도 큰 이슈는 없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새로운 스타라 부를만한 인물들이 이미 메이저 레이블에서 건넨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주류음악계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메이저 레이블들이 인디 음악계의 스타들을 스카우트해오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발매사의 등록상표가 갖고 있는 무게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신예들이나 오랜 휴식기를 가졌던 노장들이 기대 이상의 좋은 앨범을 내놓았고, 올해의 앨범이라고 흔히 부르는 연말 결산 목록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상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신예들, 전자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이 더 큰 주목을 받았고, (사실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일이라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하기에는 좀 겸연쩍다.) 하반기에는 오랫동안 활동이 없었던 아티스트나 늘 기대만큼의 활약을 해주는 음악가들의 앨범이 상대적으로 더 자주 언급되었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지난 번에 소개한 상반기의 주요 앨범과 여기 소개된 앨범들을 보면 그 성격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발매된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였으나 지난 상반기 결산 때 소개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앨범 한 장을 소개하면서 하반기 결산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고자 한다. 



Chromatics "Kill For Love"

밴드 역사만 10년을 넘겼지만, 이들이 주목 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7년에 발표한 Night Drive가 큰 호평 속에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후속작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다음 새 앨범 Kill For Love가 나왔다. 이 앨범 안에는 70년대의 디스코와 80년대의 뉴 웨이브와 신스팝과 같은 익숙한 음악적 요소들이 공존하고 있지만, 한 편의 영화 사운드트랙과도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 안(앨범 커버 뒷면에는 아예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이라고 기입을 해뒀다.)에서 그 어느 요소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닐 영의 곡 'Into The Black'으로 시작해, 드림팝이라고 흔히 부르는 몽환적인 느낌의 일렉트로 팝 'The River'로 끝나는 과정 속에는 우리가 “현대적”이라고 부르는 음악계의 경향들이 축약되어 있다. 과하지 않은 편곡인데도 풍부한 외연을 갖고 있으며, 과거의 유산들을 전자 악기를 통해 흡수하고, 감정의 과잉을 피하면서도 하나의 플롯을 가진 듯한 감정선. 귀가 번쩍 뜨이는 음악을 원하는 이들에겐 어쩌면 각각의 수록 곡들이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 그 어떤 판단을 내리면 곤란하다. 마치 영화를 쪼개서 감상할 수 없듯이. 이것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시 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영화와 흡사하다. 그리고 다시 듣게 된다.


추천곡:Kill For love, Running From The Sun



Tame Impala "Lonerism"

구식 사운드, 그러니까 60년대나 70년대에 주로 만날 수 있었던 싸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가져와 만든 이들의 데뷔 앨범을 2년 전에 들었을 때, 큰 감흥은 있었지만 동시에 (어쩌면 불필요한) 걱정도 생겨났다. 이런 노선이라면 이들도 여기서 더 이상 발전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결국은 과거의 음악을 재현하다 보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쉬워도 어느 순간 식상한 밴드가 되거나 사람들로부터 쉽게 멀어지지 않을까란 걱정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혁신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힘든 이 음악계에서 새로운 스타는 과거의 것을 영리하게 버무리는 이들이 될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교훈을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이 일깨워주고 있다. 호주에서 결성된 이 밴드는 지금은 새로운 세대들이 더 이상 잘 듣지 않는 과거의 음악적 요소들을 차용해 온 후, 팝적인 멜로디를 불어 넣으면서 새로운 스타 밴드로 부상하고 있다. 70년대의 싸이키델릭/프로그레시브 음악을 들었던 팬들이라면 익숙하게 생각할 빈티지 사운드와 고전적인 전개 위에 동시대 세대의 가사와 코러스를 한 곡에 공존시키는 아이디어는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지만, 이들만큼 이상적으로 구현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추천곡: Feels Like We Only Go Backwards, Elephant



Wild Nothing "Nocturne"

이제 겨우 두 번째 앨범인데, 이 밴드의 리더거나 밴드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잭 테이텀은 누구에게든 사랑과 존경을 얻어낼 수 있는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다. 애초에 집에서 만들었던 데뷔작은 예컨대 디자인은 좋지만 옷감이 좀 아쉬운 작품이었는데, 이제 좀 더 매끄러운 소재가 투여되면서 많은 것들이 향상되었다. 드럼 머신 대신 연주되는 실제 드럼이 그루브를 확연하게 살려주는 것은 당연하고, 이펙터를 통해 다소 과장된 것 같았던 느낌을 줬던 보컬도 담백해졌다. 창작 과정은 여전히 1인 밴드에 가깝지만,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보태진 실질적인 밴드가 된 느낌이 든다. 미쉘 윌리엄스가 등장하지만 그저 평범한 영상으로 채워진 'Paradise' 비디오가 이들의 음악과 함께 새로운 리듬을 부여 받는 것처럼, 무심한 일상에 이 ‘뉴웨이브 팝송’들은 새로운 공기를 불어 넣어준다. 80년대 팝음악이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오래 전 간직하고 있었던 로맨스에 대한 열의가 오늘날 재능 있는 송라이터에 의해 재현되는 느낌이다. 이런 음악을 두고 혹자는 칠웨이브라 부르기도 하고, 인디 팝이라 부르기도 한다. 테임 임팔라와 같은 맥락에서 과거를 이상적으로 계승하는 밴드다.  


추천곡: Shadow, Paradise



Cat Power "Sun"

이 앨범이 전통을 자랑하는 "레이블 마타도어의 첫번째 빌보드 앨범 차트 10위권 진입 앨범”이라고 했을 때 제 아무리 인디 밴드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과 그래미 시상식에서 언급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일부만이 그런 호사를 누려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캣 파워나 마타도어 정도쯤 된다면 그 정도 성공을 누렸을 것으로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앨범이 발표되기 직전의 싱어송라이터 캣 파워, 그러니까 숀 마샬은 여러모로 벼랑 끝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건강 상태는 좋지 않았고(그녀는 최근에도 혈관성 부종으로 유럽 투어를 취소했다.), 재정적으로는 (그녀의 표현을 빌자면) 파산 상태에 있었으며 앨범은 오랜 시간, 그녀 자신의 프로듀싱에 의해 간신히 녹음되어 가는 형국처럼 보였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십 수년간 명성을 쌓아 온 이 싱어송라이터의 저력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오히려 과거에 발표한 그 어떤 앨범보다 접근하기 쉬운 음악과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새 앨범에 담겨 있다. 이기 팝이 참여한 11분의 곡 'Nothin’ But Time'에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 행복감마저 전해지며 (이 곡은 전 남자친구의 딸에게 선사한 곡이다.) 'Manhattan', 'Ruin', 'Cherokee' 등을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에 찬 에너지가 보태져 있다. 구태의연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절망에서 건져 올린 희망’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앨범 제목도 “태양”일는지 모르겠다. 일렉트로닉 팝과 록 사운드의 혼합도 성공적인데, 캣 파워 같은 평범하지 않은 송라이터들에게 의례 기대하게 되는 사운드의 ‘세련미’도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추천곡: Ruin, Manhattan


 

Karriem Riggins "Alone Together"

앨범 커버나 제목만 보면 하드밥 시대의 어느 드럼 연주자의 재즈 앨범이라고 생각하게 될 테지만 실은 연주로 채워진 펑크/힙합 앨범이다. 실제로 그는 재즈 드러머이면서 힙합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레이 브라운 트리오(Ray Brown Trio)에서 활동한 적도 있고,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이나 로이 하그루브(Roy Hargroove) 같은 다양한 연주자들과 협연을 했다.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커먼(Common), 제이 딜라(Jay Dilla) 등의 앨범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드럼과 키보드가 주도하는 이 펑키한 앨범 안에는 힙합, 재즈, 월드뮤직(아프리카 음악), 팝이 모두 공존한다. 34곡이 담겨 있는데, 적절한 샘플링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비트 덕분에 (비록 각 수록곡의 길이가 짧다고는 해도) 시간의 길이가 단축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하고 즐기게 되는 앨범이다. 드럼 연주자가 이런 시도를 하는 것도 흔히 보기 어렵지만, 이만한 결과물은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 봐도 결코 흔하지 않다. 


추천곡: Moogy Foog It, Round the Outside


 

Bill Fay "Life Is People"

이 런던의 싱어송라이터는 71년에 사라졌다. 소속 레이블이었던 Deram은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그의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은 40여 년이 지난 2012년에 등장했다. 그 동안 어디서 뭘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40년간 길을 돌아 오면서도 오래 전의 재능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은 의미가 있고,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인생은 의미가 있다. 사실 더 이상의 어떤 표현이 가능한 지 모르겠다. 'Be At Peace With Yourself'에서 “At the end of the day” 부분이 반복될 때,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가 성찰하는 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구나 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요즘 ‘힐링’이라는 단어가 곳곳에서 난무하지만, 이 앨범처럼 진정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아름답고 현명한 작품을 찾기는 어렵다. 


추천곡: Be At Peace With Yourself, The Healing Day


 

Godspeed You! Black Emperor "Allelujah! Don't Bend! Ascend!"

이 밴드가 탑밴드에 출연해 연주했다면 아마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 경우 보컬이 등장하지 않는 ‘포스트 록’은 그 어떤 사람들에겐 여전히 생경한 장르다. 사실 이 밴드가 데뷔 앨범을 발표한 시점만 해도 15년 전이고, 그 이후로도 수많은 포스트 록 밴드들이 등장했으니 이제 알 법도 한 데 말이다. 이 캐나다 출신 밴드가 10년만에 내놓은 앨범에는 여전히 신비감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조용히 재결성해서 사전 홍보도 없이 불쑥 앨범을 내놓았고, 53분 러닝타임(이것은 CD 기준, LP의 경우 수록시간이 조금 다르다.)의 앨범은 표정으로는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 불쑥 건네는 예상치 못한 언어들로 나열되어 있다. 어쩌면 이 밴드가 다시는 활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부분과 생경한 부분이 동시에 공존하는 앨범인데, 대사는 없지만 표정 연기에 능숙한 연기자들이 만나 탄탄한 구조의 드라마를 다시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은 여전하다. 깊은 어둠 속으로 안내했다 어느새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리프를 만들어 내는 기타는 전지전능한 악기처럼 느껴지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리듬은 탄탄한 집을 짓는 망치질과도 같다. 새로운 요소, 좀 더 두터워진 사운드 믹스는 B-side 곡인 'Their Helicopters’ Sing'같은 짧고 거친 트랙에서 더 많이 발견되지만, 앨범의 골격을 구성하는 두 곡의 긴 곡에서 만나는 익숙한 노이즈들이 더 반갑다. 이것은 우리 중 대다수가 맞이하는 황량한 도시의 풍경이며, 그것을 잘 표현하게 해주는 디스토션은 위대한 발명품이다. 


추천곡: https://www.youtube.com/watch?v=IEsdiiYkhT8 (앨범 전체를 들을 수 있는 링크)



Dirty Projectors "Swing Lo Magellan"

어려운 수학공식을 능숙하게 풀어가는 이들을 지켜보는 경이로움이랄까. 더티 프로젝터스는 자신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들을만한 음악으로 잘 풀어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앨범에 점자로 표기되어 있어 곡 제목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반대로 가사도 어느 때보다 쉽다. 영어권에 있는 청자들은 음악이 덜 모호해졌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다른 비트들이 노래에 두드러지게 담겨 있지만 명확한 보컬의 분담을 통한 하모니와 코러스 라인이 실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 앨범은 더욱 빛난다. 리듬과 보컬 라인이 겹쳐지기도 하고, 서로 대치하고 있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는데, 그를 통해 많은 효과들이 생겨난다. 이를테면 'About To Die' 같은 곡은 비치 보이스나 비틀스, 좀비스의 멜로디를 떠올리게 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아프리칸 팝의 코러스와 리듬 안으로 들어가고, 'Gun Has No Trigger'는 라디오헤드 음악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조의 진행과 여성 하모니 속에서 진행되다가 큼직하지만 먹기 좋은 멜로디 한마디를 던져주고 사라진다. 여전히 숙련된 기술적 단계를 사용하지만 이전보다 인공적인 느낌이 덜하게, 그러니까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액센트를 좀 더 뒤로 밀어내고 감성을 앞으로 끄집어 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은 더티 프로젝터스의 대단히 성공적인 지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추천곡: Gun Has No Trigger, Swing Lo Magellan



Thee Oh Sees "Putrifiers II"

밴드 이름을 바꿔가면서 쉴 새 없이 새로운 작품을 내놓는 창작집단. 그래서 이들을 하나의 이름으로 총칭하기가 힘들지만 최근 몇 년간은 Thee Oh Sees라는 이름을 써왔다. 그리고 2008년 이래 Thee Oh Sees라는 이름으로 무려 6개 이상의 작품을 발표했다. Putrifiers II는 이들의 가장 최신작이며, 그간 발표한 앨범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라이브 실력은 뛰어나지만, 이들을 대표할만한 앨범이 없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느낌이었는데, 이 앨범을 통해 이 샌프란시스코 출신 밴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밴드를 단순히 개러지 리바이벌의 범위로 흔히 생각해 왔다면 싸이키델릭이나 리듬 앤 블루스까지 포괄하는 이 앨범에서 음악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는 밴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퍼즈 그루브의 'Lupine Dominus'는 분명 올해의 노래 중 하나가 될 자격이 충분하고, 'Hang A Picture'나 'Goodbye Baby', 'Flood’s New Light' 등의 수록곡은 지난 몇 달간 기분 좋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를 제공했다. 


추천곡: Lupine Dominus, Flood’s New Light



Grizzly Bear "Shields"

그리즐리 베어의 네 번째 앨범은 (지난 앨범 Veckatimest으로) 성공과 유명세라는 것을 맛보기 시작한 밴드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같은 것이다. 지난 앨범의 노선을 따라가지 않으면서도 전작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이를테면 우리가 싱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또는 가사와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들을 다시금 만들어 냈으며, 한 편에선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한 자신감을 갖고 보다 과감한 연주를 들려준다. 'Yet Again'으로 상업적 성공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며, 엔딩 트랙 'Sun In Your Eyes'에는 좀 더 고전적이고 묵직한 순간이 있다. 그 묵직함은 다듬어진 가사와 그에 의해 생겨난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게 하는 치밀한 구성에서 비롯된다. 앨범 전체를 놓고 보면, 밴드 멤버들 사이의 화학작용은 더 커졌고 보컬도 더 또렷해졌다. 안개 속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가 안개가 걷힌 실제 모습에 더 사로 잡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밴드에게 있어 그런 순간이다. 


추천곡: Yet Again, Sun In Your Eyes


 

Ariel Pink’s Haunted Graffiti "Mature Themes"

에어리얼 핑크가 애니멀 컬렉티브가 시작한 독립 레이블의 첫번째 아티스트였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애니멀 컬렉티브의 신작이 다소 기대에 못 미쳤다면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그의 신작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작이 이미 “성숙한(mature)” 음악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앨범 제목에서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은 좀 더 성숙해진 정신세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몇몇 가사는 기이하거나 노골적인 성적 표현들로 가득한 사이 곡을 만드는 능력은 더 향상되었다. 도니 앤 에머슨의 곡을 다시 부른 엔딩 트랙 'Baby'는 올해의 발견이라고 할만큼 호소력이 짙은 R&B곡 (평소 에어리얼 핑크에 대한 이미지를 지우고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이고 싱글 'Only In My Dreams'는 잘 만들어진 60년대 팝이나 소프트록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의 기타 리프는 올해 들어본 기타로 된 사운드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었다. 밝고 명랑하고 청량감 넘치는 'Live It Up'도 들어볼 가치가 있다. 아티스트 이름은 길지만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팝 앨범이다.  


추천곡: Baby, Only In My Dreams


 

인디라는 단어를 여전히 붙이지만, 그 단어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거물급 밴드들도 많은데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 뱀파이어 위크엔드(Vampire Weekend)가 그들이 될 것이다. 이들이 내년에 새 앨범으로 돌아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디어헌터(Deerhunter), 피닉스(Phoenix) 등의 컴백작도 기대가 되며, 세인트 빈센트(Saint Vincent)와 베이루트(Beiruit)도 새 앨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 라 텡고(Yo la Tengo), 로컬 네이티브스(Local Natives), 마니 스턴(Marnie Stern) 등은 발매일을 확정해 놓고 발매일만을 카운트다운 하는 중이며, 아직 그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신인들도 내년 언젠가 새 앨범을 내놓을 것이다. 한 해 단위로 결산을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자신의 시대가 그 이전의 시대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내용이 음악계에도 늘 적용되지만 올해에도 내년에도 들을만한 음악들은 언제나 넘쳐날 것이다. 음악적 경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다만 올해에도 지속되었던 복고적인 레코딩들은 LP의 부활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앨범을 제외하면 대다수 앨범들이 국내 매체에는 잘 소개되지 않으니 잘 찾아서 듣는 노력도 필요하다. 부지런하면 언제나 기쁨과 복이 찾아온다.




Writer 김 영혁

회사원 자격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다. 레코드를 좋아해서 레코드페어를 시작했고,
공연을 좋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나
여전히 중심은 음악이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지만 유일한 저서는 부업인 까페창업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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