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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Night1 - 불타오르는 무대,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

2015.01.19


그야말로 뜨거웠다. 돔 공연장 밖은 영하의 날씨였지만 그 내부는 불꽃처럼 타올랐다. 과장이 아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여 년 동안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의 공연을 기다려온 사람들이었으니 공연장이 열기로 가득했던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의 첫 날 밤은 21세기 메탈의 정점에 있는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무대였다. 1999년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이 밴드는 전 세계 기준으로 8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밴드다. 80년대의 대표적인 헤비메탈 밴드인 메가데스, 아이언 메이든, 건즈 앤 로지스 등이 연상되는 스타일에 완벽하고 폭발적인 라이브 덕분에 현재 가장 인기 많은 헤비니스 밴드로 자리 잡았다. 


 


 


시대를 대표하는 헤비니스 밴드가 왔다


2001년 데뷔작 [Sounding the Seventh Trumpet] 부터 주목 받은 이들은 2003년 [Waking the Fallen], 2005년 [City Of Evil], 2007년 [Avenged Sevenfold]를 거치며 일관되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던 중 2009년 12월, 밴드에서 작곡을 맡던 드러머 제임스 '더 레브' 설리반(James 'The Rev' Sullivan)이 급성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위기를 겪었다. 그 사이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 출신의 마이크 포트노이(Mike Portnoy)가 참여하기도 했다. 명백하게 ‘더 레브’의 죽음은 밴드의 위기 상황이었다. 동료의 죽음이 멤버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물론, 새 앨범에 수록될 <Nightmare>와 <Welcome to the Family>의 데모 버전만 녹음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이크 포트노이는 이 공백을 메우며 밴드의 무겁고 날카로운 분위기를 완벽히 채우는 역할을 했다. 그가 ‘더 레브’의 롤 모델이었다는 점 역시 새 앨범에 힘을 실었다. 덕분에 2010년 5번째 앨범 [Nightmare]는 발매와 함께 빌보드 차트 1위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 앨범에는 ‘더 레브’가 참여한 <Nightmare>와 <Welcome to the Family>의 데모 버전도 수록되어 있다. 2013년의 <Hail To The King> 역시 빌보드와 UK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동시대를 대표하는 헤비니스 밴드로 자리 잡았다.




어벤지드 세븐폴드의 팬이라면 그래서 특히 <Nightmare>와 <Welcome to the Family>가 남다르게 들렸을 것이다. ‘더 레브’의 공석은 마이크 포트노이 이후 애린 일러제이(Arin Ilejay)로 넘어갔다. 애린은 2011년부터 밴드의 투어 멤버로 결합했다가 2013년에 정식 멤버가 되었다. 쟁쟁한 멤버들의 흔적을 껴안는 듯한 그의 강렬하고 묵직한 연주는 '더 레브'를 계속 현재로 소환하며 상징적인 순간을 만든다. 트윈 기타의 스피드 넘치는 속도감과 묵직하면서도 정확한 보컬 역시 들을 때마다 이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를 환기시킨다. 엠 쉐도우즈(M. Shadows, 보컬), 시니스터 게이츠(Synyster Gates, 리드 기타), 잭키 벤젠스(Zacky Vengeance, 리듬 기타), 조니 크라이스트(Johnny Christ, 베이스), 그리고 애린 일러제이는 오랫동안 단단하게 결속된 신뢰와 호흡으로 완벽한 라이브를 구현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대 앞을 채운 열정적인 관객들은 주요 곡들을 따라 부르며 헤드뱅잉과 모싱과 슬램을 하면서 ‘팬심’을 드러냈고, 무대로부터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관객들도 주요 코러스를 합창하며 양손을 힘차게 들어 올렸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열광적이고 적극적인 호응의 공연을 오랜만에 접했기 때문에 그들 속에서 함께 소리 지르며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다.



무대를 장악하는 사운드와 보컬에 주목하라

 

무대 위에는 ‘F워드’를 남발하면서 이 공연의 만족도를 온 몸으로 보여준 엠 쉐도우즈가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하게 관객들을 리드하고 있었다. 주요한 곡의 코러스를 반복해주고, 반응을 유도하면서 돔 스테이지를 장악해냈다. 여기에 시종일관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며(물론 두어번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 정확하고 파워풀한 기타 플레이를 보여준 시니스터 게이츠와 그와 상대적으로 순박한 인상의 잭키 벤젠스의 그 유명한 ‘V 기타’는 공연 중간 중간 틈틈이 등장해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한편 모히칸 스타일의 헤어가 인상적인 베이시스트 조니 크라이스트는 무대의 앞과 뒤를 오가며 역동적인 매너를 선보였다. 인상적인 순간은 엠 쉐도우즈의 한국어 서비스였는데, 보통의 밴드들이 ‘고맙습니다’나 ‘사랑해요’ 등을 말하는 것과 달리 “재밌어요?”라고 해서 꽤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재밌어요!”라고 대답했다면 좋았겠지만 곧장 이어진 곡의 분위기에 휩쓸려 타이밍을 놓친 건 꽤 아까웠다. <Shepherd Of Fire>로 시작된 공연은 <Critical Acclaim>의 웅장한 분위기로 집중도를 높인 후 <Welcome To The Family>와 <Hail To The King>, <Beast And The Harlot>을 거치며 헤비니스의 두터운 질감을 선사했다. <Buried Alive>, <Seize The Day>, <Nightmare>로 이어지는 서정미 넘치는 곡들도 쉬어가기 적절한 타이밍을 선사했고 <Chapter Four>, <Almost Easy>에 이어 선보인 시니스터 게이츠의 기타 솔로 역시 블루지한 톤부터 속주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Afterlife>와 <This Means War>, <Acid Rain>으로 이어지는 때는 공연의 절정을 선사했는데 관객들이 모두 다 합창한 <This Means War>의 후렴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앵콜은 세 곡을 진행했다. <Unholy Confessions>, <Bat Country>, <A Little Piece Of Heaven> 모두 특유의 헤비니스를 강조한 곡들이었는데, 앞의 두 앵콜곡이 끝나고 멤버들이 무대에서 사라졌을 때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과 일말의 기대를 담아 관객들은 ‘세븐폴드!’를 연호했다. 그때 다시 등장한 멤버들이 선보인 곡이 <A Little Piece Of Heaven>이었다. 특유의 서정미와 웅장하고 팝적인 감성이 묻어있는 곡으로 마무리된 공연은 그야말로 21세기 헤비메탈의 현재를 보여주는 완벽한 공연이었다.



 

‘동시대’의 음악과 음악적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


이 공연의 핵심은 단연코 관객들이었다. 보통 21세기는 헤비니스의 저변이 얕아졌고, 특히 한국에서 헤비니스의 인지도나 시장이 황폐하다 못해 불모지에 가깝다는 얘기를 하지만, 그럼에도 헤비니스 씬은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성장하고 있다. 실력 있는 밴드들이 등장하는 것을 비롯해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8~90년대 스타일이 재현되기도 한다. 어벤지드 세븐폴드는 바로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탈리카나 판테라, 건즈 앤 로지스, 혹은 메가데스나 아이언 메이든, 주다스 프리스트 등을 아무리 최고의 밴드로 꼽아도 그들은 지난 세기의 밴드들이다. 지금 여기의 관객들에게는 지금 여기의 음악과, 음악적 경험이 필요한 건 자명하다. 




어벤즈드 세븐폴드는 바로 그 현재를 살고 있는 밴드다. 공연장에 모인 관객들 역시 지금을 살고 있는 이들이다. 여기서는 나이도, 세대도, 성별도, 국적도 무관하다. 하나의 공동체, 음악적 연대가 이런 경험들을 통해 실현된다. 그 점에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7 <5 Nights>의 Night1은 기대 이상으로 우리가 바로 지금 ‘동시대’를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한 순간이었다.





Writer. 차우진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