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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Night2 - Rhythm of the Night, 바스틸(Bastille)

2015.01.19


바스틸(Bastille)을 한국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물론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신스팝 밴드였고 한국에서도 나름의 팬덤을 구축하고는 있었지만 갓 데뷔 앨범 한 장만을 내놓은 영미권 신인 밴드가 내한을 오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바스틸의 공연을 이렇게까지 빨리 이 땅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무튼 거짓말같이 이들이 내한했고 라이트가 꺼지자 관객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Welcome To Twin Peaks


 



장내에 불이 소등되자마자 데이빗 린치(David Lynch) 감독의 TV 시리즈, 트윈픽스(Twin Peaks)의 메인 테마가 은은하게, 그리고 장대하게 흘렀다. 아름다운 풍경 사이 어떤 불길한 감각이 잠복해있는 마을 '트윈픽스(Twin Peaks)'로 향하는 출입구 간판을 귀로 확인하는 듯했다. 느리고 무겁게 울려 퍼지는 레게 리듬과 리켄베커 베이스의 칼칼한 톤으로 타이틀곡 <Bad Blood>로 시작된 공연은 보컬 댄 스미스(Dan Smith)가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직후 <Weight of Living>로 전개되었다. 한국 공연이 이번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라 언급하면서 다 함께 즐기자며 차례로 <Laura Palmer>, <Laughter Lines>, <Things We Lost in the Fire>를 이어갔다. 다음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Blame>에서는 한 곡에 한 명이 몇 가지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가 하면 드럼 세트 하나를 셋이서 친다거나, 혹은 건반 하나를 두 명이서 연주하는 등의 변칙적 방식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스트랫 기타 연주를 기초로 정과 동을 오가는 극적인 형태를 들려준 <The Driver> 이후 댄 스미스는 관객들에게 준비됐냐 물은 직후 곡 제목과는 달리 저돌적인 <The Silence>를 이어나갔다. 차분한 노래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핸드폰 불을 밝혀달라 요청했던 <Oblivion>을 부를 때는 팬들이 직접 만들어온 바스틸의 로고가 새겨진 라이트를 가져와 신기한 듯 얘기하기도 했다. 킥과 조명이 일체가 된 강렬한 연출의 <Icarus>, 손으로 자신들의 로고와 같은 삼각형을 만들며 조용히 시작해 마무리에 가장 뜨거운 소리를 뿜어냈던 <The Draw>, 그리고 후드 집업을 걸친 댄 스미스가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석 전체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노래했던 <Flaws>에서 공연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들어낸 바스틸은 노래가 끝나자 퇴장했다. 




그리고 이어진 앵콜


어김없이 관객석으로부터 앵콜이 쏟아져 나왔다. 댄 스미스가 건반을 치며 홀로 <Get Home>을 시작하자 사람들은 허밍 부분을 알아서 떼창했고, 윌 파커손가 크리스 우드는 드럼 세트 앞에 앉아 댄 스미스의 노래를 경청했다. 곡이 끝나고 스탭의 생일을 챙겨주면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는데 자신들은 현재 최고의 스탭들과 일해 기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히트곡 <Of the Night>에서는 생일을 맞은 스탭을 직접 무대 위로 올려내 스틱으로 드럼을 두드리게 하기도 했다. 


<Of the Night>의 경우 바스틸이 일관되게 행해왔던 80년대스러운 무드의 재연이 실제 80년대 그 자체가 되는 순간이었다. 바스틸은 “I'm on my knees”라는 가사가 나올 때 사람들에게 앉아줄 것을 미리 공지했고 코러스 부분에서 뛸 것을 지시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뛰어오르는 진풍경 또한 만들어냈다. 몇몇 사람들은 마치 영화 멋진 직업(Beau Travail)에 이 노래의 원곡인 코로나(Corona)의 <Rhythm of the Night>에 맞춰 드니 라방(Denis Lavant)이 혼자 열정적으로 춤췄던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무아지경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이전에 자신들 최고의 히트넘버 <Pompeii>를 이어냈다. 과거 라디오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이 곡을 들었을 당시에는 이들을 한국에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이 지금 내 앞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가 끝나도 관객들의 합창은 끝없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이들을 떠나보낼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공연이 종료되자 시작 때와 마찬가지로 트윈픽스(Twin Peaks)의 메인 테마가 장내에 흘렀다.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앵콜을 외쳤다. 트윈픽스(Twin Peaks) 만큼이나 기묘한 여운이 남겨졌다. 데이빗 린치의 미스터리, 그리고 80년대 풍의 멜랑꼴리로 직조된 '리듬의 밤’은 이처럼 우리의 육신을 뜨겁게 만들어 놓았다. 





Writer. 한상철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