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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뮤직] 2013년 상반기 국내 인디뮤직 결산!

2013.07.16

 

2013년 상반기 인디 신에는 주목할 만한 좋은 결과물이 많이 나왔다……고 한다면 너무 의례적인 코멘트로 들릴까?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경향보다는 작품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 정확할 때가 있고, 그런 면에서 2013년 상반기의 인디 신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개개의 음반들에 집중하는 것이 상황을 좁게 보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유행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흐르는 대신 자신들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는 뮤지션들이 만들어낸 좋은 결과물이 계속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그중에서 여덟 장의 음반을 골라 보았다. 언급은 가나다순에 따랐다.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슈슈”

 

 

 

 

밴드 이름을 곱씹다 보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은 프론트우먼 박연을 중심으로 하는 5인조 *노이즈-슈게이징 밴드로, 지난 2011년 자체 제작한 데뷔 EP “소실”을 발표했다. 이 음반은 햇수로 3년 만에 발표한 새 EP이며, 길다면 긴 기간 동안 밴드가 나눴을 고민과 성장의 과정이 적절하게 기록된 것처럼 들린다. 예의 그 몽롱하면서도 부드러운 노이즈의 흐름 속에 ‘아기자기하고 예쁘장한’ 멜로디와 소리들이 동동 떠다니는데, 그러면서도 이른바 ‘대중적’인 미감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음반의 밑바닥을 튼튼하게 다지고 있는 ‘댄서블’한 리듬은 밴드의 향후 방향을 짐작게 해 볼 수 있는 단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든다. 가능한 한 빨리 정규 음반을 만나고 싶다.

 

(*노이즈-슈게이징: 별다른 움직임 없이 악기와 바닥만 바라보며 연주하는 스타일이 마치 신발을 쳐다보는 것(Shoegazing)같다는 데에서 유래된 장르. 기타 노이즈와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


 

디어클라우드 “Let It Shine”

 

 

 

 

석 장의 스튜디오 정규 음반과 한 장의 EP를 발표한 밴드라면, 그리고 그 결과물이 고른 수준의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면 그 밴드가 자신의 세계를 남부끄럽지 않게 확립했다고 보는 게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어클라우드는 큰 기복 없는 커리어 속에서 자신들의 음악에 조금씩 온기를 불어넣어 왔고, 이제는 아예 음반 제목을 “Let It Shine”이라 붙여 놓았다. 전작들에 비해 신시사이저의 활용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데 전체적인 맥락에서는 결정적인 변화보다는 밴드의 음악적 가능성을 확장한 쪽에 가깝게 들린다. 감상적이면서도 매끄러운 멜로디와 안정적인 사운드가 빈틈없이 이어지는데, 좋은 멜로디와 안정적인 사운드를 만드는 건 흔한 능력이 아니며, 이렇게 잘 해내는 밴드도 그리 많지는 않아 보인다. ‘Polaris’ 같은 곡은 공연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Slow Diving Table”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특히 최근의 작업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인상은 ‘아니 한 듯 한 듯한 음악’에 가깝다. 맹숭맹숭하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효과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마치 그게 대단한 실험인 양 굴지 않는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 신작은 지난 2011년에 발표했던 네 번째 정규작 “Ciaosmos”와 음악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들린다. 다양한 인상을 불러일으키는 앰비언스와 노이즈, 실제로 채집한 소리들이 여기저기 배치된 음악적/음향적 공간에 단정하고 포근한 어쿠스틱 포크 송들이 들어앉아 조근조근 속삭인다. 선명한 멜로디나 강렬한 정서보다는 ‘전체’로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더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음악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The Golden Age”

 

 

 

 

밴드의 설명에 따르자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한국 최초의 인디 아이돌, 똘끼로 충만한 전천후 댄스 머신, 터번과 선글라스로 무장한 디스코의 제왕’이다. 2008년 “요술 왕자”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데뷔한 이래 ‘촉’이 있는 사람들에게 계속 주목을 받아 왔던 이 밴드는 6년 만에 첫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이 활기 넘치는 데뷔작은 술탄 오브 더 디스코가 그저 능청스럽게 너스레나 떠는 밴드가 아니라는 걸 잘 들려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금시대’, 즉 1970년대의 ‘올드 스쿨’한 훵크와 디스코에 집중하고 있으며, 밴드는 자신들이 사랑하는 장르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듯 들린다. 솔직히 말해 나는 밴드의 키치 한 유머는 재미가 없다. 하지만 이 음반의 완성도에 대해 취향의 잣대를 대긴 어렵다.


 

씨없는 수박 김대중 “씨 없는 수박”

 

 

 

 

블루스 뮤지션 김대중의 이름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컴필레이션 음반 “블루스 The, Blues”에 수록된 ‘300/30’이 회자되면서부터다. 경쾌한 분위기와 능글맞은 유머 속에 도시생활의 비애를 담은 이 곡은 ‘300/30’이라는 제목에서 ‘보증금/월세’ 광고를 즉각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이 시대 청춘군상들의 지지를 얻어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씨 없는 수박’이라 칭하는 김대중의 이 첫 번째 음반은 블루스라는 장르가 갖는 직접성과 유머, 그리고 ‘페이소스’가 잘 드러난 좋은 음반이다. 단순한 구절을 반복하는 와중에 인상적인 반전을 준비해놓은 '씨 없는 수박', 자신의 이름과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연결시킨 다음 그 사이에서 ‘찌질한’ 유머를 뽑아낸 ‘햇볕정책’ 등은 이 음반이 가진 매력의 일부일 뿐이다. 김대중은 블루스의 ‘진솔한 자기표현’과 더불어 그 이상을 들려준다.


 

10cm “The 2nd EP”

 

 

 

 

이렇게 말하는 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지만, 10cm는 데뷔 당시부터 몰고 왔던 화제성과 인기에 비해 ‘음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생각만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그게 단지 ‘홍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어쿠스틱 듀오’에 대한 까닭 없는 질시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10cm는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족쇄)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해 왔고, 밴드의 최근작인 이 음반에서 그 노력은 인상적인 수준에서 결실을 맺은 것처럼 들린다. ‘밴드 음악’을 전면에 도입한 이 EP에서 10cm는 좋은 곡과 좋은 연주,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경쾌하고 다이내믹한 로큰롤 '오예'와 언뜻 블러(Blur) 등을 연상시키는 '근데 나 졸려' 등은 오래 기억될 곡이다.

 

 

옥상달빛 “Where”

 

 

 

 

옥상달빛의 EP와 첫 정규작인 “28”(2011) 등에 자극받고 자신들의 일상을 재치 있게 노래하기 위해 친구와 함께 어쿠스틱 기타를 집어 든 이들이 제법 되지 않을까. 하지만 3년 만에 공개된 두 번째 정규작에서 옥상달빛은 자신들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적절히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거기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챔버 팝으로 분류할 수 있을, 꼼꼼하게 세공한 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화사하게 터지는 편곡의 묘가 인상적인 '유서'나 부드러운 감흥을 전해 주는 '히어로' 등의 수록곡들이 인상적이다.


 

조정치 “유작”

 

 

 

 

아마 현재 많은 이들에게 조정치는 ‘예능의 대세’ 중 한 명일 것이다. 하지만 데뷔작 ”미성년 연애사”(2010)가 나왔을 당시 그는 장래가 촉망되는 감각적/감성적인 싱어 송 라이터 중 하나였다. 햇수로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음반에서 음악팬들이 들을 수 있는 것은 예능에서의 ‘허허실실 한’ 모습과는 다른 ‘진지한 아티스트’로서의 측면일 것이다. 데뷔작의 간소한 무드에 비해 휠씬 야심찬(동시에 ‘프로그레시브’한) 포크 음반이라 할 수 있는 “유작"은 종종 김동률/전람회의 두 번째 음반을 연상시키는데, 전체적으로 우아하면서도 쓸쓸한 무드가 지배하는 가운데 예민하고 적절한 편곡이 그를 받쳐주고, 때로는 불안한 기운이 꿈틀거리면서 깊은 감정적 여운을 남긴다. 연말에 이 음반을 다시 듣고 싶을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Writer. 최민우

 

대중음악웹진 WEIV (http://weiv.co.kr) 편집장.

2002년부터 음악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여러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