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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소아암 환아가족들의 행복한 추억만들기

2012.06.20


6월 16일 이른 아침. 기대 가득한 표정의 가족들이 삼삼오오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여의도사옥으로 모여듭니다. 오늘은 소아암환아가족들이 장기간 치료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가족화합을 다지기 위한 ‘아트케어프로그램-신나는 가족캠프 2012’가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사연을 신청해 선정된 20가족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소아암이라는 질환은 좀 특별합니다. 왜냐하면 당사자만 아프고 마는 개인질환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당사자가 되어 싸워야 할 가족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아픈 아이에게만 매달리다 보면, 환아와 마찬가지로 한창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남겨진 형제자매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쉽습니다. 머리로는 현실을 이해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기엔 아직 어린 아이들. 이런 가운데 환아의 형제자매들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죠. 한창 사회생활에 정신 없는 아빠들도 가정생활에서 아내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어 집니다. 그러다 보면 힘든 역경을 헤쳐나가기도 바쁜 시기에 가정 내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 가족들간에 보이지 않는 골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아트케어프로그램-신나는 가족캠프 2012’는 그래서 시작되었습니다. 소아암 환아 가족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또 그 시기를 막 빠져 나왔지만 후유증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아직까지 부적응 상태에 놓여있는 환아와 가족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죠.

서울을 떠나 캠프장소인 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으로 가는 시간 동안에도 버스 안에는 설레임이 가득합니다. 이윽고 도착한 캠프장. 먼저 점심식사를 하고 간단한 입소식을 갖습니다. 캠프의 첫 프로그램은 ‘몸과 마음을 열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으로 1박 2일을 함께할 가족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를 깨트리기 위한 여러 가지 게임과 놀이가 진행됐습니다. 이어서 진행된 ‘모둠 별 가족 이야기 만들기’를 통해 우리가족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찾아 간단한 연기를 선보이고 가족소개도 하면서 캠프에 참가한 서로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 부모님과 아이들이 잠시 헤어져야 할 시간. 아이들이 ‘그림과 만나는 연극놀이’라는 아트힐링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부모님들은 두 시간 동안 부부관계클리닉 특강을 듣게 됩니다. 오늘의 강사는 최근 가족관계 책을 내고 주목 받고 계신 트라우마 가족치료연구소장 최광현 박사. 가족, 부부가 갈등을 겪게 되는 원인을 알아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특히, 소아암 환아가족들이 처한 현실에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씩씩하게 성장할 수 있는 팁들을 제시해준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멀리 강원도 평창까지 이동하느라 피곤하셨을 텐데도 한 분도 졸지 않고 두 시간 동안 강의에 귀 기울일 만큼 가족을 지탱하는 두 기둥인 부부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았던 강의였습니다.




엄마, 아빠가 강의를 듣는 동안 아이들은 부모님을 깜짝 놀라게 해줄 퍼포먼스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모둠 별로 주어진 세계적 명화를 아이들이 작은 소품과 몸짓으로 표현하여 갤러리를 꾸민 것인데요, 아이들이 미술 작품 자체가 된 것이죠. 세계적 명화들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해석되어 재밌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작품 해설사로 나선 아이들의 설명을 들으며 부모님들은 너무 즐거워하셨습니다.

아트힐링프로그램을 마치고 맛있는 바비큐로 저녁식사를 한 후 이어진 프로그램은 가족 체험극 ‘우리 아이에게 날개 달아주기’입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적은 두루마리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두루마리 안에는 난해한 암호가 가득 적혀있죠. 아이들은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만든 장애물과 동굴을 지나 암호해독문을 손에 넣습니다. 암호해독문을 갖고 두루마리를 해독하면 거기엔 엄마, 아빠가 보낸 사랑의 메시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순서는 캠프의 하이라이트인 ‘캠프파이어’ 시간. 보통 ‘캠프파이어’라고 하면 시끌벅적한 음악을 틀어놓고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행사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이 날 행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애벌레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형극을 관람하고, 모닥불 앞에서 경건한 마음이 되어 자기가 버리고 싶은 마음의 욕심을 종이비행기에 적어 불 속으로 날려보냈습니다. 커다란 나비모양 종이에 온 가족의 염원을 담아 소원나무에 걸기도 했구요. 떠들썩한 캠프파이어보다 가족들은 더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리고 덤으로 숯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는 한밤중의 좋은 간식이 되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은 바쁜 캠프 일정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 별로 평창의 대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산책시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약간은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평창의 대기와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즐비한 캠프장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각자 아침식사를 마치고 이번 캠프의 마지막 프로그램인 ‘우리가족 꿈 상자 만들기’ 시간을 갖습니다. 가족 별로 나눠준 꿈 상자 속에 가족 별로 행복의 정의도 내려보고, 우리 가족만의 하고 싶은 일들도 적어봅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가족사진을 오려 함께 저어나갈 배 위에 태워보기도 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박 2일을 정리하는 퇴소식 행사를 가졌습니다. 지난 일정을 돌아보는 슬라이드 쇼를 통해 즐거웠던 순간들을 되돌아보기도 했구요, 또 정들었던 참가 가족들과 돌아가며 포옹과 악수를 나누며 격려와 사랑의 메시지를 건네기도 하였습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오랜 기간 쌓여온 가족들의 스트레스와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상처가 단번에 아물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신나는 가족캠프’를 통해 가족들이 앞으로 맞닥뜨릴 수도 있는 어려운 순간들을 힘차게 헤쳐나갈 긍정의 에너지를 한껏 얻고 돌아가게 되었음을 너무나 행복한 모습으로 떠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