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YAP 건축과정 - 잊혀진 지붕을 듣고 보고 만지다(2)

2015.07.16


4. 사고의 구축: 튼튼한 기둥을 세워라!


드디어 공사가 시작됐다. 원래 미술관 앞마당은 네모난 박석으로 덮여 있는 정사각형 공터였다. 가로 36m 세로 38m의 마당에 지름 25m의 둥근 원형 자리를 마련하고 갈대를 올리기 위해 기초공사를 했다. 5월 11일 먼저 원래 있던 박석을 걷어냈다. 지면을 15~30㎝ 정도 파 내려가 마당의 기초이자 지하 미술관의 지붕이 되는 콘크리트에 기둥을 지지하는 앵커를 설치했다. 



 



5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는 수 톤에 달하는 철골 자재가 미술관 앞마당을 가득 채웠다. 높고 무거운 갈대발을 걸기 위해 튼튼한 기초와 기둥, 그리고 상부 구조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3개의 발이 달린 원형의 삼발이 2개를 양쪽으로 이어 붙인 6발이 기둥을 만든다. 이 기둥은 지탱하는 무게에 따라 지름 160, 132, 101㎜의 세 가지 종류의 강철관으로, 아연을 도금해 물기에 녹슬지 않고 가볍고 무엇보다 튼튼하다.





이렇게 튼튼한 기초와 기둥이 마련됐으니 갈대발을 걸 수 있는 상부구조를 완성할 차례다. 발이 걸리는 둥그런 상부는 철골로 된 배럴 볼트(barrel vault)를 사용한다. 배럴 볼트는 반원통 모양의 둥근 천장인데 가볍게 하려고 얇은 철제 플레이트와 철골을 사용한다. 6월 11일 아치와 강관을 연결했다. 발이 걸리는 상부구조는 모두 7줄인데 각 구조는 14개 세트의 볼트와 기둥 2개가 만나게 된다.





이제 발을 널 차례다. 미술관 앞마당에 기중기가 들어와 상부 구조물에 발을 넌다. 그러나 그냥 갈대발을 널면 아래가 'V'자로 쳐진다. 그래서 고안한 게 스테인리스 철사다. 이 철사가 갈대발 안에 장착돼 있어 'U'자 모양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 준다. 살짝 갈대발 안쪽을 들여다보면, 갈대발을 잡아주는 철사와 모양을 잡아주는 철사 두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끝으로 6월 17일 조경공사를 시작했다. 기초 위에 토사를 덮고 빗물이 빠지도록 잔돌을 깔고 마지막으로 소나무 껍질 조각을 3~4㎝ 두께로 덮어 조경을 마친다.



5. 마무리: 독특한 조경을 만들어라!


끝으로 조경 공사가 남았다. 애초 계획으론 ‘U’자 모양의 구조체 7개가 연결된 지붕을 따라 아래 공간에도 조경 띠를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조경 띠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계획을 바꿨다. 소나무 조각으로 흙을 덮었는데, 나무껍질은 나무를 심은 뒤 뿌리 주변에 덮어 수분이 흙에서 덜 증발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7가지 종류의 식재를 심었다. 남천, 노랑말채, 사사, 수크령, 홍띠, 모닝라이트, 관중, 맥운동인데 이 중에 사사와 수크령은 갈대의 사촌뻘 되고, 모닝 라이트는 억새의 한 종류의 갈대의 친구 격이다. ‘지붕감각’에는 연못이나 안개와 같이 직접 물을 볼 수 없지만, 갈대와 각종 식재를 보고 있으면 외부보다 훨씬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작은 언덕을 돋아 실제 구조물 내부를 볼 수 있다. 게다가 서울관과 마주한 인왕산이 시야로 쑥 들어온다.





둘둘만 갈대발을 듬성듬성 던져놓아 의자로 사용하거나 이곳에 누워 쉬어갈 수 있다. 최근 에스오에이에 합류한 또 다른 파트너인 이재원은 “시간을 오래 두고 지붕감각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바람의 다양한 속도에 따라 일렁이는 갈대의 움직임이 시시각각 다른 감각을 깨우려면 시간이 더해져야 완성된다.





‘지붕감각’을 관람할 때 다양한 방법으로 체험할 것을 제안한다. 먼저 미술관이 입구가 여러 곳이므로 각각의 입구에서 진입하며 관찰하면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종친부가 있는 북촌로에서 보면 지붕감각의 끝부분만 보인다. 디지털아카이브가 있는 쪽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며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삼청로 큰 길에서 접근하면 코너를 도는 순간 거대한 구조물이 시야를 꽉 채운다.


또한 오감을 열자. 멀찍이 기념 사진을 찍기 보단 내부로 들어가서 갈대발을 만져보고 다양한 식재를 관찰해보자. 언덕에 올라 종친부와 인왕산을 바라보고 잠시만 이곳에 누워 눈을 감아보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눈을 감으면 이곳이 복잡한 도심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다. 서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아른거리는 햇살을 느끼고 짙은 소나무 향을 맡으니 어렸을 적 여름 방학 때면 늘 놀러 갔던 할아버지 댁 툇마루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마침 올해는 이곳에서 사일런트 디제잉 파티나 오픈 라디오, 언플러그드 공연 등 현대카드가 준비한 다양한 연계 행사가 열린다. 이곳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듣고 보자. 온전히 지붕을 느끼기 위해.







Writer. 심영규

월간 <SPACE(공간)> 편집차장. 건축·문화·예술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