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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신입사원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 체험기

2011.11.25


요즘 난 살아있음을 느낀다.
삶을 위해 내지르는 소리들, 그리고 분주한 발걸음, 티셔츠를 흠뻑 적신 땀까지…

동티모르가 월드컵 3회 연속 우승하기보다 어렵다는(?) 대기업, 금융회사의 신입사원이 됐다. 그리고 나는 지금 순대국을 나르고 있다. 진한 육수의 여운, 고소한 들깨가루의 향기, 매콤한 부추무침의 색감 따윈 안중에도 없다. 진한 육수보다 더 진한 인수(人水)가 미친 듯이 터져 나온다. 정말 등목 생각이 간절하다. 그리고 또 다시 세반고리관을 뒤흔드는 주인 아주머니의 불호령!

“정현아, 저쪽에 깍두기 더 갖다 드려야지!!”
“네, 사장님!!”




어렵게 들어온, 그리고 많은 후배들이 부러워하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신입사원이 된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태어나라고, NBA(New Born Activity)하라고 체험 삶의 현장으로 나를 내몬 회사. 이런 회사를 후배들은 왜 부러워하고 있는 것일까. 금융은 숫자라더니 13번 테이블 순대국 네 그릇을 외워야 하는 그런 숫자를 말한 것은 아닐까.

퇴근하는 길에 동기한테 문자를 보냈다.

‘넌 좀 한가해졌냐?’
‘장난해? 지금 너 파스냄새 안 나냐? 그거 내 꺼야.’
‘미쳤구나, 고생이 많다. 무슨 일 하는데?’
‘세차장에서 차 닦아’
‘들어가 자라’
‘그래도 사장님이 저녁에 자장면 시켜줬는데 XX 맛있었다’
‘그 고생하고 자장면 하나에 행복하냐. 지오디냐. 아 됐고, 빨리 가서 자라. 고생했다. 니나 내나’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던 자장면이 ‘맛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언제였을까. 논산훈련소에서 행군할 때 중국집을 마주쳤던 이후로 진짜 오랜만이었다. 궁극의 배고픔을 느껴보지 않는 한, 자장면이 너무나 맛있었다는 얘기가 나오기 힘든데, 불현듯 왜 내가 돈도 받지 않고 순대국을 나르고 있었는지 몇 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순대국을 나르면서, 내가 좋아하는 순대국을, 일하는 동안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이렇게 치열하게 순대국을 만들고, 나르고, 계산하는 분들이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으로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치킨 한 마리 시켜주며 행복해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행복했고, 그 동안 무심코 들렀던 순대국 집에서 순대국이 맛이 없네, 진국이네 몇 마디 뱉고 순대국이내 인생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오늘부터 순대국은 저의 멘토입니다!!)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치열하다는 말과 행복하다는 말은 어쩌면, 실로 어쩌면 같은 말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살아간다는 말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기에 그 짧은 쉼의 순간마다 행복할 수 있고, 그렇게 행복을 만나는 과정이 곧 삶의 연속이기에. 난 이제 어느 누구의 삶이라도 치열해야 행복하고, 그래야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돈을 번다는 것은 누군가의 돈을 가져온다는 것이다(조폐공사에서 미친 듯이 돈을 찍어내지 않는 한). 나 또한 돈을 쓰는 사람이기에 돈을 번다는 것의 가치와 그 고생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의 멘토 순대로부터 배운 진리다.

금융회사라고 쉽게 돈을 벌겠는가.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순대국 쟁반을 놓치는 것보다 위험하고, 2층에 순대국 여섯 그릇을 한꺼번에 올려주는 일보다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을까.

NBA의 마지막 날, 무언가 아쉽고 답답하다. 삶을 온전히 보여준, 순대국집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 이상 정기적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그리고 나는 NBA의 제 1원칙을 어겼다고 이 자리를 빌어 솔직히 고백한다. 무보수의 원칙을 어겼다. 한사코 만류하는 내 손에 꼭 쥐어준 주인 아주머니의 토종 순대. 일하며 흘린 땀의 무게가 내 손에 들린 순대의 무게보다 당연히 적기에, 너무도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순대를 받았다.

다시 태어난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마르지 않는 자양강장제를 얻었다. NBA는 그래서 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 못지 않은 과정이다.




*NBA(NEW Born Activity)

NBA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신입사원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신입사원 연수 기간 중, 10일 동안 스스로 구한 사업체에서 땀 흘려 노동한 후, 경영개선 포인트를 찾고 소감을 보고서로 남겨야 한다. 무보수 노동이 원칙이며, 사무직이 아닌 몸을 써서 일을 하는 (ex) 음식점, 찜질방, 헬스클럽, 가구점 등) 업체만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