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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 Opening Day

2015.12.04


거장의 필모그래피를 한 자리에서 만나보는 흔치 않은 기회,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9 스탠리 큐브릭 전. 2015년 11월 29일부터 2016년 3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아시아 최초, 역대 최대 규모 전시의 시작을 앞둔 주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발자취를 미리 만나보는 매우 특별한 오프닝 행사가 열렸습니다.



 



10년 전, 스탠리 큐브릭 전시의 최초 기획자 독일영화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한스 페터 라이히만(Hans-Peter Reichmann)과 큐레이터 팀 헤프트너(Tim Heptner), 스탠리 큐브릭의 처남이자 영화제작자 얀 할란(Jan Harlan), 스탠리 큐브릭의 딸인 영화배우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Katharina Kubrick Hobbs) 등 스탠리 큐브릭 감독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들이 직접 자리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큐브릭 스토리’를 가감 없이 들려주었습니다.



기자간담회 :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을 향한 관심


스탠리 큐브릭 전의 개막을 이틀 앞둔 11월 27일 금요일, 기자간담회가 열렸습니다. “2012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9 팀 버튼 전에 이어 영화감독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전시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전은 위대한 거장을 한국에 제대로 알리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 현대카드와 서울시립미술관, 독일영화박물관의 공동주최로 준비된 전시인만큼 각 관계자들의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간담회의 취재열기는 때이른 한파가 무색할 만큼 뜨거웠습니다.




 

“그는 아무도 모방하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를 모방하기에 급급했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말을 인용한 현대카드 이미영 본부장은 후대의 감독들에 의해 끊임없이 오마주 되는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아쉽게도 국내 정식 개봉작이 2개뿐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첫 번째 영화부터 유작이 된 13번째 작품까지 심도 깊게 만나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Kubrick Talk : 스탠리 큐브릭에 관한 모든 것


‘Kubrick Talk’은 전시를 위해 내한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가족들과 독일영화박물관의 큐레이터와 함께 스탠리 큐브릭에 관한 모든 것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전시 오프닝 D-day를 하루 앞둔 토요일 오후, 빈 좌석을 찾기 힘들만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참석자들의 표정이 진지합니다. 영화감독이자 평론가인 김홍준 교수의 유머러스한 진행과 함께 ‘Kubrick Talk’의 첫 연사, 독일영화박물관 수석 큐레이터 한스 페터 라이히만의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스탠리 큐브릭 전의 탄생

 

“2004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된 스탠리 큐브릭 전의 14번째 투어가 지금 여기 서울에서 시작됩니다.” 스탠리 큐브릭 전을 최초로 기획한 독일영화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 한스 페터 라이히만은 호주, 미국, 남미, 유럽 등 전세계를 돌며 110만 명의 관람객에게 전시를 선보이기까지의 과정과 그 시발점이 된 10년 전, 첫 스탠리 큐브릭 전의 탄생 스토리를 이야기합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부인, 크리스티안 큐브릭을 통해 영국 런던 근교 큐브릭 감독 자택에 쌓여있는 방대한 영화 관련 자료에 대해 들은 라이히만은 전설적 감독이 남긴 자료를 활용한 전시를 제안하게 됩니다. 자택 방문 당시, 영화 ‘샤이닝’에 등장한 부엌의 식탁과 ‘베리 린든’ 촬영에 사용된 샹들리에 등 그의 영화와 긴밀하게 연결된 소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하는데요. 라이히만이 앉은 의자 조차 스티븐 스필버그가 큐브릭 감독과 ‘A.I’에 대해 논의하던 자리였을 정도! 독일영화박물관의 아카이브 전문가가 8개월 간의 수집작업을 진행했고,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컨셉 기획과 펀드 모금 등 실질적인 전시가 준비되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스탠리 큐브릭 전은 엄청난 협업 끝에 탄생한 또 하나의 작품인 셈입니다.



Great Artist에 관하여

 

스탠리 큐브릭의 처남이자 영화제작자 얀 할란은 30년 가까이 큐브릭 감독을 가까이서 지켜본 장본인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는 모두 그 시대의 가장 새로운 것을 말하고 있으며, 매우 직관적인 테마가 영화를 관통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위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여 물이 되듯이, 어떤 생각과 실행이 하나가 됐을 때 위대한 예술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죠.

 




“머리는 차갑게, 자기 비판은 무한하게, 일은 집요하게…” 얀 할란이 스탠리 큐브릭에게 배운 점은 자신이 열중하는 일과 대상을 사랑하는 태도였습니다. 젊은 영화학도들이 이 전시를 통해, 스탠리 큐브릭이 얼마나 큰 사랑과 정성을 영화에 쏟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샤이닝’의 도입부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의 한 장면들을 예로 들며 감독의 생각과 테크닉의 결합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설명해준 그는 필수 테크닉은 배울 수 있어도 위대한 예술을 하는 방법은 사실상 배우기 힘든 영역이라고 말합니다.



나의 아버지, 스탠리 큐브릭

 

“헌신적인 가장이자 고양이와 개를 좋아하고 미식축구를 사랑했던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딸, 영화배우 카타리나 큐브릭 홉스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배제한 채, 객관적으로 그의 영화를 대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세상의 삐뚤어진 관심 때문에 때론 힘든 시간을 겪었던 그녀는 세간의 비평 혹은 호평에 대해 전면 응대하거나 본인을 옹호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세 살 때, 큐브릭 감독이 그녀의 아버지가 된 이후부터 인생의 선생님이자 삶의 모델로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고, 성장하면서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됩니다. 13번의 전학과 유목민 같은 삶, 어마어마한 유명인들을 집안에서 목격할 수 있었던 카탈리나 큐브릭의 유년시절은 결코 평범하다고 볼 수 없었겠죠.



Opening Party : 시계태엽 오렌지의 오마주


케이터링을 권하는 서버들의 복장부터 무대를 장식한 ‘Moloko’ 문구, ‘시계태엽 오렌지’ 속 코로바 밀크바를 모티브로 한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까지…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토요일 밤, 서울시립미술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오프닝 파티는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테마로 꾸며진,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대한 또 하나의 오마주였습니다.




  

배우 이승기, 이정현, 뮤지션 타블로 등 셀러브리티들의 등장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파티 초반의 분위기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OST와 EDM을 새롭게 접목한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와 그리고 디제이 소울스케이프(DJ Soulscape)의 플레잉과 함께 파티 내내 이어졌습니다.


전시 개막 하루 전, 파티와 프리뷰를 동시에 즐기며 스탠리 큐브릭 전을 미리 만나 본 참석자들의 표정 속에서 ‘기대 이상의 전시’라는 반응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라는 결과물만 접해온 우리에게 감독의 의자와 영화소품, 영화예산표와 일일작업 보고서, 갖가지 목적의 드로잉 등 거장의 작품세계와 아이디어, 스탭들의 모든 발자취를 관전할 기회는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집자료의 수명상, 10년 후엔 더 이상 스탠리 큐브릭 전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아쉬워집니다.





“이 전시는 단순히 스탠리 큐브릭에 대해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시 공간을 산책하며 스탠리 큐브릭의 두뇌와 그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경험하기 위한 것.” 영화제작자 얀 할란의 말처럼, 감독이 남긴 예술적 족적 그 자체인 스탠리 큐브릭 전은 거장의 인생 그 자체로 보여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