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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BREAK]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17일 - Muse, Iggy and The Stooges, Limp Bizkit

2013.08.20

 

펑크란 바로 이런 것이다! Iggy and The Stooges

 

그간 '펑크 록의 대부'라는 뻔한 수식어로 보통 이기 팝, 그리고 스투지스를 설명해 왔지만 비로소 이번 내한을 통해 이들은 과연 어떻게 펑크 록의 대부가 될수 있었는지를 온몸으로 증명했다. 일단은 공연시작 직전 이들은 장내에 마일스 데이비스의 걸작 ‘Bitches Brew’를 틀어놓았다. 비록 라이브가 아닌 음반이지만 이런 혼란스러운 재즈 레코드를 드넓은 잠실 벌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꽤나 특별했던 것 같다.

 

 

 

  


 


스투지스의 쇼는 언제나 그렇듯 ‘Raw Power’로 맹렬하게 시작했다. 이후 올 초에 발매된 스투지스의 신보 “Ready to Die”의 두 곡을 연이어 부르면서 이기 팝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마이크 줄로 목감기를 시전했고, 색소폰 즉흥솔로가 두드러진 ‘1970’에서부터는 생수를 자신의 긴 머리위로 연이어 퍼부었다. 이는 마치 펑크록 대부가 자신, 그리고 펑크 록에게 세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아예 주저앉아서 ‘Search and Destroy’를 완창한후 이기 팝은 관객들에게 "F**king Thank You"를 연발한다. 다른 멤버들의 활약 또한 두드러졌다. 색소폰 주자는 이따금씩 부두스틱을 연주하기도 했으며, ‘Fun House’의 즉흥연주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엔 팀에 가장 늦게 합류한 미넛츠맨 출신의 마이크 와츠가 이빨로 베이스 줄을 물어 뜯은 후 베이스 앰프 캐비넷에 마치 성행위를 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기 팝 역시 ‘Beyond the Law’를 부를 때 구석에 위치한 PA에 느긋하게 기대어 침 좀 뱉으면서 노래를 이어갔다. 그리고는 서서히 바지벨트마저 풀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을 위협했다. 과연 로큰롤 짐승들답다.

 

 

 

 

그리고 시작된 스투지스 최고의 히트넘버 ‘I Wanna Be Your Dog’에서 사람들의 떼창을 유도했지만 원곡과는 달리 이기 팝이 "I Wanna Be"를 선창하는 것을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 부르면서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나중에는 떼창은 안 시키고 다 부르면서 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기 팝은 곡 시작 전부터 개처럼 짖었거늘.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부른 ‘No Fun’, 걸죽하게 소화해낸 솔로시절 곡 ‘Passenger’, 앞에 있는 여자에게 예쁘다면서 지옥으로 가야 한다고 사악하게 웃어 젖혔던 ‘Your Pretty Face Is Going to Hell’ 등 공연 내내 일반적인 공연장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진진한 광경들이 이어졌다. 항상 그렇듯 ‘Louie Louie’ 커버를 마지막으로 퇴장한 이후 표범가죽 잠바를 입고 돌아와 앵콜 ‘Penetration’를 열창했다. 이 곡에서 이기 팝은 "나는 살아있다(I'm alive)"고 쉴새 없이 외쳐대며 마이크 스탠드를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랬다. 그는 확실히 살아있는 인간 화석이었다. 이건 결코 비유법이 아니다.

 

 

관객과의 호응도가 높았던 Limp Bizkit

 

 

 

 

이젠 악동 치곤 꽤나 나이를 먹은 림프 비즈킷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진중한 서부극 테마 “석양의 무법자”를 인트로로 깔고 무대 위로 등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는 기괴한 풀 메이크업에 뾰족한 잭슨 플라잉 V 기타를 들고 나왔고 프레드 더스트 또한 빨간 모자에 눈이 아플 정도로 진한 형광색 반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악동스러움을 강조했다. 아무튼 시작부터 자신들 최대의 히트넘버 ‘Rollin`’으로 분위기를 달궈낸 이후 관객들에게 너와 내가 약간 미쳤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My Generation’, ‘Nookie’ 등을 이어나갔다. 특히 ‘Nookie’의 간주 중에는 아예 관객석으로 내려오는데 그 무렵 마이크로 관객들의 소리가 다 들어가버리면서 약간 웃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공연을 콘서트가 아닌 파티라 명명했다. 그리고는 다음날 메탈리카를 의식해서인지 ‘Master of Puppets’, ‘One’, ‘Welcome Home (Sanitarium)’ 등을 잠깐씩 연주하다가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그리고 RATM의 ‘Killing in the Name’과 더 후의 ‘Behind Blue Eyes’ 등을 커버해 나갔다. 셋리스트 중 거의 절반이 남의 노래였던 셈인데 결국 이들의 명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조지 마이클의 ‘Faith’로써 끝장을 보게 된다. ‘Faith’ 시에는 여성들을 무대 위로 올려내면서 광란의 도가니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Take a Look Around’의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관객들을 앉혔다가 갑자기 뛰게끔 만들면서 진풍경을 연출해내기도 했다.

 

 

 

 

'대한민국'도 외치고, 불고기도 좋아한다면서 한국사람들은 훌륭한 영혼을 지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건 립서비스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림프 비즈킷은 이번 무대에서도 여전히 어떻게 놀아야 하는 건지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고 내려갔다. 마지막 곡 ‘Break Stuff’ 이후에는 밴드의 생각이었는지 비지스의 ‘Stayin' Alive’를 장내에 틀어놓으면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나이는 40줄이지만 여전히 악동이었다.

 

 

넘치는 재치, 드라마틱하면서도 파워풀했던 Muse

 

 

 

 

매 내한공연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국의 국가대표 밴드 뮤즈는 이번에도 자신들의 명성을 한국 팬들에게 재확인시켜냈다. 거친 리프로 시작하는 첫 곡 ‘Supremacy’ 이후 중계모니터가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Supermassive Black Hole’을, 그리고 ‘Bliss’의 경우 매튜 밸라미의 기타에 장착된 카오스 패드로 현란한 솔로 연주를 보여주면서 진중함과 기상천외함을 오가는 퍼포먼스를 피부로 체감하게끔 유도했다. "한국에 다시 와서 좋아요"라는 꽤나긴 한글 멘트 이후 매튜 밸라미는 마치 지미 헨드릭스인 냥 대한민국 애국가를 기타솔로로 연주해냈다. 그가 한국을 좋아한다는 이유 이외에도 굳이 이 연주의 의미를 찾아보자면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랬지만 곡의 앞과 뒤에 기존에 존재하는 다른 밴드들의 유명한 리프들을 차용하는 재치 또한 뮤즈 공연의 재미요소였다. ‘Hysteria’의 뒤에는 에어로스미스의 ‘Sweet Emotion’의 리프를 붙여내기도 했고 ‘Plug in Baby’의 막바지 부분에는 건즈 앤 로지즈의 ‘Sweet Child O' Mine’의 기타리프를 들을 수 있었다. 일전 림프 비즈킷이 RATM을 커버했는데 뮤즈의 경우에도 각각 ‘Hyper Music’ 뒤에 ‘Township Rebellion’을, 그리고 ‘Stockholm Syndrome’ 앞에는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을, 뒤에는 ‘Freedom’을 이어 붙여내면서 록 팬들을 자극했다. 오아시스의 ‘Cigarettes & Alcohol’의 리프 이후에는 수많은 이들의 떼창으로 연결됐던 ‘Time is Running Out’을 부르기도 했다.

 


분홍색 화면과 함께 전개된 ‘Plug in Baby’, 레이저 쇼가 두드러진 ‘Follow Me’, 그리고 이따금씩 자신이 따로 제작한듯한 신기한 금속재질의 앰프를 돌리면서 격정적인 퍼포먼스를 전개해냈다. ‘Madness’를 열창할 당시 썼던 선글라스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그는 ‘Starlight’을 부르다가 아래로 내려와서 관객으로부터 화려한 안경 하나를 빼앗아 쓰고 노래 부르기도 했다. ‘Stockholm Syndrome’의 분할화면 배경영상 또한 혼란스럽지만 멋진 볼거리를 제공했다. 1부가 끝난 이후 도망치는 사람들의 영상과 함께 흐르는 ‘The 2nd Law: Isolated System’ 또한 긴 여운을 남겼다.

 

 

 


 

 

밴드의 베이시스트 크리스토퍼 볼첸홈이 메인 보컬을 담당한 곡 ‘Liquid State’ 또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해준다. 크리스의 경우 2010년 내한 당시처럼 ‘Knights of Cydonia’ 시작 이전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에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하모니카맨 테마를 직접 하모니카로 연주해내면서 어떤 운치와 비장미를 동시에 풍겨내는 역할 또한 완수해내기도 했다.

 

 

 

 

앵콜 이후 그루브감 넘치는 ‘Uprising’을 연주할 무렵 매튜 밸라미는 기타솔로 도중 허리를 과하게 돌리면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으며, 피아노에 앉아 곡을 시작한 2012 런던 올림픽 주제가 ‘Survival’로 웅장하게 쇼를 완결 지어냈다. 사람 크기보다 큰 로보트(이름은 찰스라고 한다)가 등장할 무렵 뮤즈는 덥스텝 풍의 연주 곡 ‘The 2nd Law: Unsustainable’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 ‘Knights of Cydonia’에서는 관객들이 가사가 아닌 메인 리프까지 떼창해내는 진풍경을 연출해내면서 과연 뮤즈의 공연답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었다.

 

 

 


 

 

"사랑해요 서울"을 마지막으로 뮤즈는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들이 떠난 직후 장내에는 리차드 치즈가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히트곡 ‘Chop Suey!’을 재즈로 커버한 노래가 유쾌하게 흘렀다. 이 농담 같은 커버버전은 마치 뮤즈의 호화스러운 극강의 엔터테인먼트 쇼가 한여름 밤의 꿈은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 마저 갖게끔 만들었다. 현실 같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꿈도 아니었다. 이렇게 우리는 종종 현실 속에서 꿈같은 무대, 혹은 공연을 경험하게 되곤 한다. 드물고 귀한 일이다.

 

 


 Writer. 한 상철

 

불싸조라는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취미는 피구와 우표수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