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CITYBREAK]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18일 - Metallica, 신중현 그룹, Rise Against

2013.08.21

 

안정적이면서도 공격적인 사운드로 강한 인상을 남긴 Rise Against

 

“메탈리카를 볼 준비가 되어 있나? 우리는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다!”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의 보컬리스트 팀 맥클라스는 특유의 굵고 강한 목소리로 객석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은 시티브레이크 둘째날의 헤드라이너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묵직하고 강렬했다. 메탈리카를 기다리며 일찌감치 앞자리를 차지한 (온 몸을 메탈리카 로고로 장식한) 골수팬들 역시 메탈리카가 등장한 듯 크게 환호하고 춤을 추고, 머리를 흔들었다. 국내에 단 한 차례도 라이선스(국내 제작) 앨범이 발매된 적이 없는, 해외의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이 밴드는 단 한 차례의 공연으로 주경기장에 모여 있던 록음악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를 보기 위해 온 먼 길을 왔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결국 우리가 당신들에게로 왔다”고 인사를 건넨 이들 4명은 관객들에게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고출력 상태의 사운드를 꾸준히 유지했다.

 

 

 

 


 

 

무대 아래로까지 내려와서 노래를 한 팀의 목소리에도, 무대 좌우를 종횡무진한 두 대의 기타 사운드에도 흔들림이라곤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관록마저 느껴지는 안정적인 무대였다. 발차기를 연발하는 기타리스트 잭 블레어의 기타 피킹 궤적처럼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음악이 계속되는 가운데에도, 'Make It Stop'을 부를 때에는 관객들에게 합창을 유도하고, 'Ready To Fall'에는 흥겹게 춤을 추며 노는 관객들을 독려하는 여유도 있었다. 관객들은 물론, 그들과 하이 파이브를 나누는 밴드 멤버들의 얼굴에도 만족감이 묻어 있었다.

 

 

 

 

공연을 끝마친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의 멤버들은 컬처 스테이지로 이동했다. 그 곳에는 신중현이 있었다. 백발의 기타리스트와 그를 호위하고 있는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솔로를 연달아 연주하자 그들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신중현은 해외 음악 매체와 미국 현지에서 발매된 앨범 등을 통해 제법 그 이름이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그를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미인'이 연주되고 많은 관객들이 열광하자 무대와 객석을 연달아 촬영하며 신기해 했다. 그리고 그들은 통역에게 “저 대단한 백발의 기타리스트는 대체 누구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얼핏 봐도 70은 넘어 보이는 노장이 젊은 관객들을 열광시키는 것이 그들 눈에도 신기하게 느껴진 것 같다. 그들의 주변에는 그들을 알아 본 팬들이 삼삼오오 모여 들고 있었다. 그들의 공연이 가져다 준 효과였다.

 

 

드디어 록의 거장을 만나다, 신중현 그룹

 

관록의 거장 신중현도 록 페스티벌 무대는 낯설었을 것이다. 어쩌면 데뷔 무대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신중현에 대한 재평가는 9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그를 무대 위로 이끌어 낸 대형 록 페스티벌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무대가 늘 아쉬웠다.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신중현의 단독 공연이 비교적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열렸지만, 거기에는 신중현의 새로운 팬들보단 나이가 지긋한 오랜 팬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 날의 무대는 그에게도, 그 날의 대부분 관객들에게도 너무나 늦게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제 평생에 (이런 무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너무 즐겁고, 할 말이 없어서 뭐라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라며 페스티벌 무대에 선 감회를 짤막하게 피력했다.

 

 

 

 

공연 초반은 어수선했다. 앰프가 꺼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신중현”을 연호하는 관객들의 소리가 커지자, 이 노장 록커는 점점 더 힘찬 연주와 보컬로 관객들의 성원에 답했다. 기타를 멘 첫째 아들 신대철과 오르간과 기타를 오가며 맹활약한 둘째 신윤철의 연주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힘이 들어가 있었다. <검은 나비>, <엽전들>, <더 맨>과 <세 나그네>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드러머 동포(문영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이 날 무대가 안겨다 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리듬 속에 그 춤을'에서는 관록의 드럼 솔로가 곁들여졌고, 두 명의 기타리스트는 긴장감 넘치는 솔로로 연주를 이어갔다. 보컬은 더욱 부드러워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거장은 재치 있는 멘트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거짓말이야'가 금지곡 1호가 된 사연을 소개할 때에는 여전히 ‘변함 없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거짓말이라는 단어에 민감한 정치인’들을 풍자했고, '김상사'의 코러스를 맡은 어린이들을 “참전 용사들이라 과격할 것이다”라고 소개하는가 하면, 저 유명한 '미인'의 기타 리프가 시작되기 직전에 "오늘 미인 분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여기 계신 남자 분들 모두 따라 부르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는 등 격조 있는 유머를 구사했다.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미인'이었다. 이 곡을 부를 때 신중현은 그 곡을 만들던 시절로 돌아간 듯 보였다. 목소리와 연주에 담긴 에너지는 가히 폭발적이었고 관객의 반응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라이즈 어게인스트의 멤버들이 흥분한 시점도 여기였다. 마지막 곡 '아름다운 강산'이 연주될 때에는 태극기가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이 국가대표급 록커에게 국가는 금지곡과 활동 금지라는 일종의 낙인만을 안겨다 줬을 뿐이지만, 그는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이 땅의 풍광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담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첨단의 무대 장치나 연출이 없는,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정직한 공연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의 변치 않는 마음과 정신은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거장은 “다시 만나자”라고 말을 남기고 스테이지를 떠났다. 오랜 세월 '안개를 헤치고' 온 그를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Metallica, 4만 명 메탈리카 가족의 함성에 감동받다

 

슈퍼 스테이지에는 약 4만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웅성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국내에 존재해 왔던 그 어떤 페스티벌보다 많은 남성 관객들이 있었고, 그들의 가슴에서, 혹은 등 뒤에서 메탈리카의 로고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9시 30분경, AC/DC의 'Long Way To The Top'이 큰 볼륨으로 흘러 나오기 시작하자 기다리다 지쳐 자리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위해 만든 'Ecstasy Of Gold'가 영화 장면과 함께 흐르자 입체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데뷔작에 담긴 'Hit The Lights'가 오프닝을 장식하고, 'Master Of Puppets'의 전주가 흘러 나오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합창에 들어갔다. 커크 해밋은 아래에서, 제임스 헷필드와 로버트 트루질로는 계단을 타고 한 층 위에 올라가 관객들의 합창을 지휘했다. 왕년에 테니스를 쳤던 라스 울리히의 팔목은 여전히 강했고, 무대 좌우 스크린 화면에 선명하게 잡히는 혓바닥 움직임에는 변함 없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런 라스가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순간도 있었다. 'The Memory Remains'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이 곡이 관객들에 의해 무반주 합창곡으로 변화하자 엔딩은 밴드에서 객석의 몫으로 넘어갔고 "Metal Up Your Ass"라 새겨진 라스 울리히의 드럼 세트 역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이 드러머는 관객들의 적극적이고도 창의적인 코러스를 흐뭇한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그런 표정을 목격한 관객들도 그 순간을 즐겼을 것이다.

 

 

 

 

커크 해밋은 부지런히 기타를 바꿔 가며 무대를 누볐다. 그가 자주 연주하는 ESP사의 KH-2 기타에는 “드라큘라”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호러 코믹은 커크가 더 좋아하는 듯 하지만, 그러한 공포 만화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액션은 늘 제임스에게서 나온다. 곱게 머리를 빗어 넘긴 단정한 얼굴, 단단해 보이는 체구를 지닌 그는 과장된 말투와 웃음 소리로 관객들을 헤비 메탈의 영화, 혹은 동화 속으로 이끌어 갔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내가 느끼는 것을 당신들도 느끼고 있나요?”와 같은 뻔한 멘트를 해도,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Yes”라고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메탈리카에게 시간의 흐름이란 극적인 효과를 더해주는 요소 같은 것이었다. 오래 전 발표된 메탈리카의 앨범 속에 담겨 있던 그 고전적인 소리들이 원형 그대로 재생될 때 (“Justice For All”, “One”, “Blackened”) 그 사운드를 알아 들은 오랜 팬들은 마치 시간 여행의 출발점에 당도한 듯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 오래된 도면과도 같은 소리와 50대에 접어든 멤버들이 들려주는 실제 연주가 큰 차이 없이 합쳐지는 순간 관객들의 흥분 지수는 최대치에 이를 수 밖에 없다. 그 흥분의 순간은 많은 것들을 설명해줄 수 있다. 왜 메탈리카 이전에 연주한 수많은 밴드들이 메탈리카를 언급했는지, 왜 급작스러운 록 페스티벌의 홍수 속에서도 4만이 넘는 관객들이 일요일 밤 주경기장에 운집했는지, 그리고 왜 메탈리카가 아직도 최고의 개런티와 관객을 이끌어 내는 밴드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다.

 

 

 

 

'Enter Sandman'을 목이 터져라 합창한 관객들은 그들이 순순히 호텔로 돌아가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어진 앵콜곡 'Creeping Death'와 'Fight Fire With Fire'마저 끝났지만 흥분과 함성은 식지 않았다. 시계는 11시 30분을 넘어 12시를 향해가고 있었지만, 관객들은 제임스가 기타를 들고 장난을 칠 수 있게끔 호응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데뷔 앨범 수록곡 'Seek & Destroy'가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었다. 객석에 메탈리카의 로고가 새겨진 수십개의 풍선이 날아 들면서 축제의 마지막 순간은 완성되었다.

 

 

 

 

공연이 끝났지만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관객들이나 메탈리카의 멤버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라스는 한국 관객들을 ‘아름답다’고 표현했고, 제임스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다시 올 것이라고 말했으며, 관객들에게 끊임 없이 기타 피크와 드럼 스틱을 던지고 있었다. 메탈리카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투어에서 한국 관객들이 최고의 함성을 지닌 관객 후보가 되기에 충분하다라고 언급했다.

 

 

 

 

공연이 종료된 올림픽 주경기장에는 바로 그 곳에서 열렸던 88 올림픽을 경험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이후 세대들이 함께 남아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제법 많이 있었다. 적어도 국내 록 페스티벌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동시대에 서울 올림픽을 경험했던 세대들에겐 메탈리카의 건재가 마치 80년대 강속구 투수의 건재처럼 경이롭게 느껴졌을 것이고, 이후 세대들에겐 간접적으로밖에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거장을 직접 만나는 새로운 체험이었을 것이다. 제임스는 그들 모두를 통칭해 “메탈리카 가족”이라고 불렀다. 확실히, 가족의 유대감과도 같은 끈끈한 무언가가 공연장 안팎에 소리로, 동작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뛰어난 록음악은 유행과 시대와 세대를 뛰어 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힘과 음악가의 열정이 더해져 생겨난 공연장의 유대감은 축제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이것은 메탈리카와 신중현이 공유하고 있는 강점이었다. 시티브레이크의 마지막 무대에서 우리는 그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Writer 김 영혁

 

회사원 자격으로 음반을 소개하는 일을 꽤 오랫동안 했다. 레코드를 좋아해서 레코드페어를 시작했고,

공연을 좋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으며,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오래 다니던 회사를 관뒀으나 여전히 중심은 음악이다.

주로 음악에 관한 글을 쓰지만 유일한 저서는 부업인 까페창업에 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