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CITYBREAK]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17일 – MASTER 4, The Used, 권순관, 장기하와 얼굴들, White Lies

2013.08.28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났다. 이렇게 문장을 시작하면 마치 계속해서 폭우가 내린 것 같지만,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공연 시작과 함께 잠깐 내렸다 그친 비는 거짓말처럼 다음날 메탈리카의 공연이 끝날 때서야 다시 내렸다. 날씨까지 도와준 셈이다. 날씨의 도움과 함께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페스티벌 가운데 가장 쾌적한 환경의 페스티벌로 기억될 만했다. 뮤직 스테이지 뒤에 자리한 넓고 깨끗한 휴식 공간은 지금까지 봐왔던 곳들과는 충분히 차별화되었고, 거짓말 좀 보태서 관객 수만큼 많았던 청소 스태프들은 쓰레기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쓰레기를 수거해갔다. 스테이지별로 분류해놓은 부스들도 인상적이었다. '도심형 페스티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무엇보다 공연 외적의 성과만큼이나 공연 그 자체도 훌륭했다. 메탈리카(Metallica)와 뮤즈(Muse)는 헤드라이너라는 이름값에 확실하게 부응해줬고 이기 팝(Iggy Pop)은 가장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이 커다란 이름들뿐 아니라 수많은 국내외 음악가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그날의 무대들 가운데 몇몇 팀들에 관한 기록이다.

 

 

MASTER 4 Feat. 김완선

 

 

 

 

 

"잠시만요, 완선 언니 춤 좀 주다 가실게요!" 마스터포는 이름값만으로도 화제가 된 프로젝트 밴드다. 손무현과 이태윤, 그리고 조범진과 장혁. 한국을 대표하는 록/헤비메탈 밴드의 구성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교수님으로 잘 나가는 전문 연주인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인들이지만, 그 동안 자신들의 음악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의 연주를 봐주거나 남의 음악을 연주하는 대신 자신의 음악을 하고자 뭉친 팀이 마스터포였다. 팀을 결성하고 주로 서왔던 클럽 무대와 달리 이런 대형 페스티벌 무대가 낯설었을 텐데 네 명의 멤버는 여전히 능숙하게 자신의 주특기인 연주를 뽐냈다. 다만 자신들의 음악을 모두 들려주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한낮의 페스티벌 무대와는 겉도는 선곡이 아쉬웠지만, 새롭게 분위기를 환기시켜준 건 완선 언니의 등장이었다.

 

 

 

 

손무현과 김완선, 1990년 김완선의 명반인 5집을 함께 만들었던 두 사람이 20년이 훌쩍 넘어 함께 페스티벌 무대에 선 것이다. 이런 특별한 조합이야말로 페스티벌 무대에서 더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재미다. 김완선은 여전히 섹시한 웨이브를 만들어냈다.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이렇게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서 젊은 세대와 함께 불릴 거라곤 노래를 만든 그들도, 그때 그 음악을 들었던 사람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순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The Used

 

 

 

 

"느낌 아니까" 마스터포의 뒤를 이어 슈퍼 스테이지에 선 밴드는 더 유즈드(The Used)였다. 2001년 결성해 포스트 하드코어 씬을 대표해온 미국 출신의 이 밴드는 많은 관객들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결성 이래 각 나라의 수많은 페스티벌 무대에 서온 이들이었다. 이들이 등장하자 엄청난 함성과 함께 공연장의 분위기 자체도 바뀌고 있었다. 그 전까지의 무대들이 몸풀기에 가까웠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슬램의 시간이었다.

 

 

 

 

보컬리스트 버트 매크라켄(Bert McCracken)의 리드에 맞춰 관객들은 마치 집단체조를 하는 것처럼 손을 올리고 점프를 했다. 다소 느린 곡을 부를 때조차도 틈만 나면 관객들은 손을 올리고 몸을 부딪쳤다. 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더 유즈드는 자신들의 음악이 갖고 있는 격정과 그 격정 안에서의 감성을 쉼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비록 더 유즈드의 명성은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다소 작지만, 이날 무대에의 존재감은 그 누구보다 커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에게 더 유즈드란 이름은 누구보다 진하게 각인됐을 것이다.

 

 

권순관

 

 

 

 

"너 되게 낯설다" 슈퍼 스테이지 옆에는 컬처 스테이지란 이름의 무대가 있었다. 비록 슈퍼 스테이지보다는 규모가 좀 작긴 했지만 오히려 집중하기에는 더 좋은 무대이기도 했다. 권순관이란 이름은 이런 여름의 페스티벌 무대에서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노 리플라이(No Reply)의 멤버로 처음 데뷔를 한 이래로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들은 주로 많은 여성 팬들의 귀와 입을 통해 전달돼왔다. 그래서 그가 주로 섰던 페스티벌 무대는 봄과 가을에 진행되는 소풍과도 같은 페스티벌들이었다. '땀'과 '열정'으로 대표되는 여름의 페스티벌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그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 앞을 지키고 있던 건 대다수의 여성 팬들이었다. 노래 제목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아노의 전주만으로도 여성 팬들은 소리를 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낯설어 보일 수 있는 그의 무대가 헤드뱅잉과 슬램으로 지쳐있던 관객들에겐 휴식과 같은 시간이 되었다. 많은 관객들은 마치 소풍을 온 것처럼 앉거나 누워서 그의 노래를 감상했다. 때마침 뜨거운 햇빛 사이로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은 그의 노래와 닮아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헤드라이너 자리) 뺐을까?" 아마도 양일 헤드라이너인 뮤즈(Muse)와 메탈리카(Metallica) 정도를 제외한다면,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낸 팀은 바로 장얼(장기하와 얼굴들)이었을 것이다. 음악가에게 '히트곡'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장기하는 이제 더 이상 춤을 추지도 않지만 대신에 이제는 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는지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장기하는 영민하게 아주 작은 동작 하나만으로도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렇고 그런 사이'에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손동작은 이미 '장얼쇼'의 하나의 상징이 되었고,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휘파람만으로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하는 장면은 그가 왜 페스티벌 무대에서 점점 더 가치가 높아지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였다.

 

 

 

 

장기하가 무대에서 부르는 대부분의 노래들은 단순히 그의 입만이 아니라 대다수 관객의 입을 통해 함께 불렸다. 특히 잘 부르지 않다가 특별히 시티브레이크를 위해 선곡한, 지금의 장기하를 있게 한 '싸구려 커피'는 특별한 감흥을 전해주었다. 장얼의 무대 앞에 모였던 관객들의 수와 반응, 그리고 함께 부르던 떼창의 순간들은 헤드라이너가 부럽지 않았다. 정말로 '장기하와 얼굴들'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이 되어가고 있었다.

 

 

White Lies

 

 

 

 

"앉으나 서나 진지하잖아"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무대이기도 했다. 2007년 데뷔한 영국의 포스트 펑크 밴드 화이트 라이즈(White Lies). 데뷔 앨범 “To Lose My Life”(2009)로 주목을 받은 이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둡고 우울한 아름다움을 점점 더 넓게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8월에 발표한 세 번째 앨범 “Big TV”를 들고 찾은 한국 역시 그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 이들의 무대에서는 어떤 고집스러움이 느껴졌다. 이들은 일부러 분위기를 띄워보겠다고 무리하지 않았다.

 

 

 

 

점프를 한다거나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한다거나 하는 것 없이 그저 자신들의 음악이 가진 매력을 전달하는데 충실했다. 어폐가 있을 수 있지만 이들의 무대는 '감상용'에 가까웠다. 다른 팀들과 달리 흑백으로 나오던 무대 옆의 스크린도 이들의 음악과 더없이 잘 어울렸다. 집에 돌아와 이들의 음악을 한 번 더 찾아 들었으니 이들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비록 끝까지 진지했던 이들의 무대는 페스티벌 피플들에겐 많은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이들의 아름다움은 '무대가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얘기될 것이다.

 

 

 


 

 

이 팀들 말고도 여러 공연들이 있었다. 특히 국내 인디 음악가들이 주로 무대에 올랐던 뮤직 스테이지는 틈나는 대로 찾았다. 흐른의 공연을 봤고, 텔레플라이의 공연을 봤고, 트램폴린의 공연을 봤다. 비록 메인 무대들 때문에 온전히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로 이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편성의 문제로 적은 관객들이 있었고, 분위기는 클럽 무대만큼 잘 살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이들을 내년, 내후년의 시티브레이크 메인 스테이지로 안내해줄 것이다.

 

 


 Writer. 김학선

 

인터넷 음악방송국 '쌈넷' 기자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웹진 '가슴' 편집인, 한겨레신문 대중음악 담당 객원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웹진 '보다' 편집장, 웹진 '백비트' 편집위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