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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BREAK] 슈퍼콘서트 19 CITYBREAK 18일 – 페이퍼컷 프로젝트, Rocket From The Crypt, Japandroids, 김창완밴드, Ash

2013.08.28

 

CITYBREAK의 두 번째 날인 8월 18일은 빼어난 펑크 밴드들과 노장들의 등장이 기대를 모은 하루였다. 헤드라이너들이 등장하기 전에 종합운동장의 열기를 한껏 달궈놓았던 ‘페스티벌의 튼튼한 허리’들이 어떤 공연으로 음악 팬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는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Paper/Cut Project

 

 

 

 

 

옆자리에 고개만 돌리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세 남자가 조근조근 연애담을 늘어놓는 듯 했던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무대는 온갖 기교와 화려한 보컬로 채워졌던 시티브레이크에서 정말 ‘도시의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소박한 사운드’라는 클리셰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음악은 리드 보컬 고창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이트클럽의 블루스 타임’처럼 조용히, 그러나 정직하게 마음으로 파고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자발적인 싱얼롱을 이끌어냈던 GOD의 ‘거짓말’이나 장국영의 ‘A Thousand Dreams Of You’ 같은 커버 곡들마저도 오리지널 넘버처럼 들리게 만들었던 페이퍼컷 프로젝트의 무대는 그들의 음악이 진심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야망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작은 무대와 귀여운 관객들이 어울리는 밴드였다는 사실도 고백해야 하겠고.

 

 

Rocket From The Crypt

 

 

 

 

[R.I.P]라는 이름으로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앨범으로까지 발매했던 로켓 프롬 더 크립트는 올해 초 드라마틱한 재결합 이후 장장 8년이라는 휴식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으로 슈퍼 스테이지를 후끈 달궜다. 시작하자마자 리드 보컬 스피도는 “여러분을 춤추게 만들 것이다”라며 신나는 사운드를 예고했고, ‘I Know’, ‘Dick On A Dog’, ‘Born in ‘69’ 등의 화끈한 펑크 록 넘버들은 더위를 반으로 쩍 가를 정도로 뼛속까지 시원해지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스피도의 녹슬지 않은 카리스마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으니, ‘Made For You’를 부르며 “I am made for you’라고 말하는 느끼한 센스부터 능청스럽기 그지 없는 발군의 유머감각까지 고루 선보이며 관객들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관록을 보여주었다. 그의 카리스마에 음향도 눌린 탓인지, 로켓 프롬 더 크립트의 트레이트마크와 같은 호른 세션이 객석에서는 잘 들리지 않아 아폴로 9과 제이씨 2000는 많이 섭섭했을 거다.

 

 

Japandroids

 

 

 

 

공연 시간은 35분을 살짝 넘기고 말았지만, 세트리스트는 8곡으로 맞춰주는 센스. 역시 재팬드로이즈답다는 느낌이었다. 기타와 드럼으로만 구성되었을 뿐 아니라 별다른 효과가 없는 무대가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이었으나 특유의 샤우팅으로 스테이지를 꽉 채운 브라이언 킹과 데이비드 프라우스의 에너지는 기대 이상의 규모를 보여주었다. 재팬드로이즈가 무대에서 보여준 가장 큰 미덕은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의 단출한 멤버 구성을 갖고 있고 다소 무뚝뚝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재팬드로이즈가 ‘솔직한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밴드이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세련된 기교와 절륜한 보컬이 없이도 그들의 스타일만큼이나 직관적으로 마음에 와 닿는 원초적인 감정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 관객들까지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The House That Heaven Built’ 이후의 공연들이 특히 좋았는데, 마지막 곡인 ‘For The Love Of Ivy’는 헌정 받은 애쉬 역시 뿌듯해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김창완밴드

 

 

 

 

‘국민 아버지’의 힘은 드라마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환상적인 테크니션들의 조합으로 속이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었던 김창완밴드는 말 그대로 ‘세대를 초월한’ 호응을 얻으며 슈퍼스테이지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프닝 넘버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를 비롯한 ‘가지 마오’, ‘아니 벌써’ 등의 산울림 시절 노래부터 ‘모자와 스파게티’, ‘금지곡’ 등의 김창완밴드의 곡들까지 김창완은 수수하고 소박한 보컬로 가족 같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지혜를 내려주고 때로는 투정도 하는 것처럼 정겨운 목소리로 대화하듯 들려준 김창완밴드의 노래들은 좋은 곡들이 갖고 있는 생명력이 얼마나 긴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특히 ‘기타로 오토바이 타자’와 ‘개구장이’로 이어지는 공연의 후반부는 진정 메탈리카 부럽지 않은 ‘떼창’으로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가 흐뭇해지는 시간이었음을 확신한다. 산울림 경력을 포함하면 37년 차 로커로서 귀감이 되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김창완의 말이 진심으로 다가왔던 것은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아리랑’이었다. 사운드체크 때 연주되어 짐작은 했지만 ‘대한민국의 록 밴드’로서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선곡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태평소와 함께 하는 ‘아리랑’은 감동 그 자체였다. 김창완을 연기자로 더 익숙해했던 젊은 관객들에게는 그의 순수한 음악 열정이 새롭게 다가왔으리라 생각된다.

 

 

Ash

 

 

 

 

작년의 내한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팬을 찾은 애쉬는 ‘Oh Yeah’, ‘Evil Eye’, ‘Shining Lights’, ‘Orpheus’, ‘Burn Baby Burn’ 등 그들의 전성기였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록 팬들을 열광시켰던 히트 곡들을 고루 부르며 컬쳐 스테이지를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특히 ‘Kung-Fu’에서 보여주었던 릭 맥머레이의 화려한 드럼 테크닉은 눈과 귀를 동시에 잡아 끄는 장관을 연출했고, 팀 휠러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한 콜 앤 리스폰스를 유도하며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쉬운 점이라면 셋리스트에 ‘Return Of White Rabbit’과 ‘Binary’를 제외하면 근 10년 이내의 발표 곡이 아예 없었던 셈이라 애쉬가 과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밴드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훈남 보컬리스트로 이름 높았던 팀 휠러 역시 유독 지쳐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했다. 그들이 새 스튜디오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터, 부디 전세계 수많은 이들의 젊음을 함께 했던 애쉬가 현재진행형의 밴드라는 사실을 보여줄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첫 번째 CITYBREAK의 무대에 올랐던 밴드들은 그들이 가진 이름의 크기와 상관 없이 모두 훌륭한 공연을 펼치며 올 여름 유독 많은 록 페스티벌을 거치며 한층 높아진 수준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켰다. 역시 록 페스티벌이 흥하기 위해서는 헤드라이너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스테이지를 달궈주는 허리 급 밴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다.

 

 


 Writer. 장민경

 

광고회사를 다니며 밤이면 사장님 몰래 글을 쓰고 있다. 체력이 뒷받침 되고 즐거움이 계속 되는 한 주광야필은 계속 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