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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Ⅱ] 목청 높여 노래하는 사랑꾼, 네이트 루스(Nate Ruess)

2015.12.11


올해 6월 복귀한 네이트 루스, 그가 전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돌아왔다.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7월에는 서울에서 공연도 열었다. 사운드의 스케일은 전만큼 웅대했고 늘 그랬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우리가 앨범과 공연을 통해 확인한 그의 솔로 앨범 음악은 Fun.(펀) 시절과 비슷한 만족을 줬지만, 곡의 내용은 달랐다. Fun.의 성공 뒤에 겪은 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미가 선택한 노래, We Are Young


뮤지션을 꿈꾸며 실력을 연마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는 제멋대로 노래하는 일에 핏대를 세우는 소년이었고 레슨이 필요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렇게 배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 보컬이 부각된 록의 명곡들을 틀어놨고, 그걸 따라 부르기 위해 온몸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올렸다. 그렇게 힘차게 노래하던 그는 십대의 끝자락에서 친구들과 함께 첫 밴드 ‘더 포맷’을 결성했고, 차곡차곡 EP를 발표하다가 소속사와 틀어져 레이블을 설립했다.


그 다음의 이력은 그 유명한 ‘Fun.’이다. 밴드의 기본부터 비즈니스의 허와 실, 그리고 구성원 사이의 음악적 견해차까지 다 경험한 뒤에 다른 밴드에서 활동하는 마음 맞는 동료들과 함께 결성한 밴드로, 데뷔 시절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다. 그러나 2집 [Some Nights](2012)가 나오면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다. 일단 뮤지컬 드라마 <글리>가 그들의 노래 ‘We Are Young’을 택했다. 이전까지 <글리>는 히트한 팝 위주로 노래를 선별해왔으나 드라마 프로덕션이 본격적으로 노래 발굴에 나서면서 ‘We Are Young’은 이례적으로 싱글 공식 발매 전에 드라마측에 전달된 것이다. 더불어 미국 슈퍼볼 기간 동안 노출된 자동차 광고에도 그들의 노래가 쓰였다. 드라이빙 비트와 달콤한 멜로디가 구석구석 잘 살아있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 ‘We Are Young’은 느리게 시작해 절정의 대목에서 후련하게 터뜨리는 노래로 오랜 시간 드러나지 않아왔다가 마침내 부상한 Fun.의 여정을 닮았다. 



출처: Youtube



이윽고 [Some Nights]는 약 300만 장이 팔리며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로 갔다. 그들의 대표곡 ‘We Are Young’은 2013년 그래미의 왕관을 쓰고 올해의 노래가 되었다. 네이스 루스에 따르면 이는 데뷔 12년 만에 이룬 일이고, 따라서 더는 젊지 않은 시기에 돌아온 감동적인 성과다.



그가 만난 위대한 사랑


어마어마한 성공을 뒤로 하고 그는 차기작을 목표로 스튜디오로 돌아가 프로듀서 제프 바스커(Jeff Bhasker)와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버리는 노래가 더 많았는데, Fun.의 전작과 너무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반대로 애착이 가고, 그래서 살을 더 입히고 싶은 노래들은 메시지가 달랐다. 이전까지 Fun.으로 활동하면서 그가 집중해왔던 주제들은 고민과 냉소, 그리고 그 끝에 찾아가는 희망에 가까웠는데, 그는 만족과 환희를 표현하는 일에 갑자기 엄청 공을 들이기 시작한다.


사실 그의 음악이 달라지기 전에 그가 먼저 변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까지 패션 디자이너 샬롯 론슨(Charlotte Ronson)과 연애 중이다. 사만다 론슨의 쌍둥이 자매이자 뮤지션 마크 론슨의 여동생인 그녀는 12년 만에 빛을 본 뮤지션 네이트 루스에게 300만 장의 세일즈보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안겨주는 존재였던 것이 분명하다.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곧장 집을 뉴욕으로 옮겼다. 1년 뒤에 발표한 솔로 앨범은 그 시기에 작업한 결과물이다.


 



앨범의 대표곡 ‘Nothing Without Love’를 만들었을 때, 도저히 Fun.의 형태로 발표할 수 없는 노래라는 걸 깨달았다. ‘Nothing Without Love’는 그가 전과 다른 관점으로 라디오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노래다. 세상엔 사랑을 다루는 노래는 많지만 그가 느끼고 있는 매일의 사랑의 기쁨과 행복을 제대로 표현하는 노래는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기쁘지 않은 라디오를 껐고, 대신 벨 앤 세바스찬 같은 부드러운 노래들을 엄청나게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운 긍정의 노래를 구상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가 ‘Nothing Like Love’다.



밴드 vs 솔로


사실 처음엔 곡의 뼈대를 만든 다음 Fun.의 멤버 둘을 불러 연주를 입혀봤다고 한다. 하지만 원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밴드의 속성이 그렇듯, 연주자를 고용한 형태가 아니라면 곡 작업에 있어 자신의 이야기만 주장할 수는 없다. 일단 멤버들을 설득할 만한 결과가 나와야 하고, 그 다음에 밴드 바깥의 누군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고 좀 더 이기적으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스튜디오에 돌아가 앨범을 찍고 활동을 지속하면서 돈을 계산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 판에 박힌 비즈니스에 이제는 관심도 없고 의미도 못 느꼈다. 그래서 자신한테 편한 것이 다른 사람한테도 편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노래를 썼다. 차트나 세일즈 기록을 살펴보면 성과는 사실 Fun.보다 좋지 않다. 하지만 숫자가 인간의 진실을 말하지는 못하는 법, 확실히 그는 전보다 행복해 보인다. 진짜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 매력 없을 리가 없다. 


메시지는 달라졌지만 음악의 큰 골격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여전히 웅장한 사운드를 즐기고, 그 사운드와 힘을 겨루듯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사랑만이 오직 삶의 이유이고 가장 위대한 개념이라 거듭 주장하는 것처럼. 성공 이후에는 그만한 성과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따르기 마련일 테지만 그는 그 모든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인다. 우리는 그로부터 Fun. 시절과 같은 열정과 동시에 Fun. 시절에는 없었던 여유를 함께 보고 있다. 만족스러운 복귀다.



Nothing Without Love


Fun.의 대표곡 ‘We Are Young’은 퀸의 ‘We Are The Champions’에 준하는 희망의 송가 같은 느낌으로, 각각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세상 모든 개개인을 위해 필요한 노래 같았다. 홀로 발표한 ‘Nothing Without Love’도 큰 스케일로 구성한 노래라는 점에선 이와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전작의 거창한 주제와는 달리 순박한 고백을 주제로 노래의 내용이 변했다. 사랑밖에 모른다고 큰 목소리로 외치는, 너무 바보 같아서 사랑스러운 남자를 보는 것만 같다. 적절한 복귀의 방향이다. 그는 필요한 것을 유지했고, 필요한 만큼 내용을 바꾼 결과물로 돌아왔다.



출처: Youtube



You Light Up My Fire


‘Nothing Without Love’는 진지한 반면, 같은 앨범에 실린 ‘You Light Up My Fire’는 화사하게 깡총거리는 느낌이다. 사랑에 빠진 뒤 너무 행복해 발을 동동 굴리는 남자가 노래 안에 있으며, 그 행복한 남자가 듣는 우리로 하여금 행복하게 만든다. 듣자 마자 바로 흥얼거리게 되는 후렴구 멜로디 또한 이 노래의 강점이다. 


 

출처: Youtube





 

Writer. 이민희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