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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Ⅱ] 무대를 지배하는 정열의 보컬리스트,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2015.12.14


마치 <트와일라잇>의 주요 캐릭터가 포스터 밖으로 나온 것만 같은 아담 램버트, 그는 예나 지금이나 참 한결 같은 인상으로 노래한다.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에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 의상을 하고, 그리고 힐을 신고 무대 위에 오른다. 움직임도 남달라 몸을 많이 흔들지는 않으며 대신 강렬한 눈빛과 표정으로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연기력이 있는 캐릭터다. 무대 위의 자아와 진짜 인간 사이에는 약간의 괴리가 있기 마련인데, 그는 그렇지 않으며 무대에서 보여지는 것이 온전한 자신이라 말한다. 다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관중의 함성이 들릴 때면 무언가 하나 더 튀어나올 뿐이라 덧붙인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이단아


잘 알려진 것처럼 아담 램버트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다. 2009년 시즌8의 2위로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시즌 우승자 크리스 알렌보다 훨씬 강렬한 기억을 남기고 대회와 작별했다. 그는 그런 쇼에 최적화된 인물로 일단 소리통이 크고 목청이 좋다. 그래서 노래가 시작되면 강력한 보컬로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게 만든다. 다수의 청중을 상대하는 일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자신감과 오기는 그가 어릴 적부터 크고 작은 무대에서 다져온 경험을 통해 쌓아왔을 것이다. 대회가 끝난 뒤에도 그는 대회 출신들과 다른 길을 걸었다. 쇼가 끝나고 이름도 사라지는 숱한 도전자와 다르게 그는 데뷔 앨범으로 확실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특별한 밴드’에 들어갔다.



뮤지컬로부터 시작된 자신감


그의 본격적인 활동은 대학 입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 입학했지만 5주 만에 그만 두고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뮤지컬을 하기 위해 짐을 싸서 LA로 갔다. 원하는 걸 얻으려면 무언가 하나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는 캠퍼스를 떠났다. 그리고 생계를 위해 크루즈에서 일했고, 이따금씩 가이드 보컬로 알바를 뛰었다.


그러다 스물한 살에 뮤지컬 <헤어>에 캐스팅됐고, 유럽 투어 멤버가 되어 미국을 떠났다. 그는 거기서 얻은 것이 많다고 하는데, 어쩌면 지금 들려주는 음악과 그 음악에 걸맞는 스타일을 거기서 찾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회고하길 “나는 유럽에서 섹스, 약물, 로큰롤, 그리고 진짜 나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이후 그는 다양한 뮤지컬 극단 소속이 됐고, 록 밴드 시티즌 베인의 구성원이 되었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그리고 곧 공개 오디션의 문을 두드린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텐데,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다. 





이례적이고 충격적인 데뷔 무대


2009년의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당시 현장에선 전화가 빗발치고 방송국이 난리가 났다. 이상한 신예가 나타나 전에 없이 수위 높은 공연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이상한 신예는 남성 댄서를 가죽끈으로 묶어 무대 위를 질질 끌고 다녔으며, 남성 기타리스트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입을 맞췄다. <아메리칸 아이돌>을 졸업한 뒤 신곡 ‘For Your Entertainment’를 공개한 아담 램버트의 데뷔 무대는 실로 화끈하고 충격적이었다. 신예에게 이례적으로 크고 부담스러운 무대가 주어졌고, 그는 그 무대의 무게와 영향력을 충분히 감지한 뒤 충격의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적이 많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래가 실린 데뷔 앨범은 논란과 무관한 성과가 돌아왔다. 2009년 발표한 [For Your Entertainment]는 빌보드 앨범차트 3위에 올랐다. 



퀸이 선택한 제 2의 프레디 머큐리


2012년 두 번째 앨범 [Trespassing](2012)이 나온 당시, 변함없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무대를 가로지르긴 했지만 앨범의 유효기간이 처음보다 짧아 약간 걱정스러웠다고 그는 말한다. 그때 새로운 제안이 왔는데, 1980년대 노래를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사실 다른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는 건 익숙한 일이라 판단해 흔쾌히 수락했다. 그건 그가 오디션 시절에 늘 해왔던 일이고, 그런 노래를 받아들여 자신의 노래로 만드는 일에 그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에게 주어진 1980년대 노래는 바로 ‘퀸(Queen)’의 노래로 결코 수월한 것이 아니었다. 프레디 머큐리 없이 재결성을 선언한 퀸이 낙점한 대상이 그였던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일은 생기지 않았다. 전세계를 도는 투어팀에 합류한 그는 프레디 머큐리를 흉내 내려 하지 않았는데, 그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고, 퀸의 오래된 팬들도 원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자신의 노래를 불렀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전혀 쫄지 않으며 퀸의 기둥 로저 테일러와 브라이언 메이와 함께 2014년의 인생을 새로운 무대에서 보냈다. 엄청난 배짱이다.



 출처: Youtube



‘For Your Entertainment’


초기 시절부터 들려준 그의 음악은 어쨌든 통쾌한 록이다. 그리고 그 위에 뮤지컬에서 쌓았을 의도적인 과장과 풍성한 표현을 얹었다. 그래서 때때로 그의 음악은 마이 케미컬 로맨스, 폴 아웃 보이, 뮤즈를 상기하는 구석이 있다. 세고 묵직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와 비슷한 소리를 낸다는 것인데, 혼자 터뜨리는 힘이 밴드를 이기는 것만 같다. 그런 그는 때때로 ‘Whataya Want from Me’ 같은 발라드를 통해 낭만적인 감정 표현을 즐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는 ‘For Your Entertainment’ 같은 흥분의 노래가 훨씬 잘 어울린다. 그는 단순한 보컬리스트가 아니라 쇼의 지배자이기 때문이다.



출처: Youtube



‘The Original High’


돌이켜보니 1집과 2집은 화려하고 강렬한 표현을 즐기는 괴짜 신예의 인상을 굳히는 작업으로 두 앨범의 성격이 비슷했다. 하지만 그는 반복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기꺼이 퀸이라는 모험의 세계에 몸을 던졌고, 일정을 마친 뒤에는 전과 다른 앨범을 낸 것이다. 2015년 발표한 3집 [The Original High]는 흡혈귀 같은 록커 이미지에서 벗어나 신스팝과 댄스 요소를 강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그 중에서도 타이틀 트랙 ‘The Original High’는 앨범의 성격을 압축하는 춤추기 좋은 노래다.



출처: Youtube






Writer. 이민희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