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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BREAK] 단언컨대 CITYBREAK는 가장 완벽한 페스티벌입니다

2013.08.30

 

시티브레이크에게 영혼이 있다면, 슬램에 꺼진 배를 채워주는 자상함, 더위에 지친 나를 웃게 해주는 세심함, 멋진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근사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시티브레이크는 가장 완벽한 페스티벌입니다.

 

 

애국가를 연주하는 뮤즈. 관중 속을 비집고 들어간 이기 팝. 신중현 그룹의 무대에 등장한 ‘무서운 아이들’까지. 지난 주말을 특별하게 보낸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얘기일 것이다. 이 놀라운 이야기들이 현실이 되고, 그곳에 있었던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던 순간, 이 모든 것이 바로 지난 주말 동안 펼쳐졌던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CITYBREAK에서 일어났다. 8월 17일, 18일 이틀간 이어졌던 시티브레이크에서는 아티스트와 관객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었는데, 이는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과 상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가득했던 시티브레이크, 그 숨겨진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한다.

 

 

FOOD & BEVERAGE 공연이 시작돼도 밥은 먹어야죠

 

 

 

 


이상하게 생긴 삑삑 꼬인 들쑥날쑥한 그것이 술잔 속에 들어가니 아름다워졌다.


 

 


한 번 가고 눈웃음 보고, 두 번 가고 인사 받고, 그 후부터는 셀 수가 없었다.

 


록 페스티벌은 어떻게 즐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정글의 법칙”도 아니고 무슨 생존 이야기가 오가느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온종일 뙤약볕에 서서 공연을 보고, 무더위 속에 스테이지 사이를 오가는 것은 상당한 체력을 앗아가는 일이니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땀 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떨어진 체력들은 어느 순간 엄청난 피로로 몰려오는데, 이 때문에 오랫동안 기다려온 뮤지션의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한 휴식과 적절한 음식을 적합한 순간에 취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우리가 록 페스티벌에서 생존기를 쓰고 있다고 해도, “진짜 사나이”처럼 병영체험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에너지 공급만을 위해 음식을 섭취할 필요는 없다.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모여있으니. 간단한 스낵부터 든든한 고메 푸드까지 모여있어 선택의 폭이 엄청나게 넓은 시티브레이크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12시쯤 시작되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오전에 현장에 도착해야 하다 보니 아침 겸 점심을 현장에서 해결하는 편이 편리했다. 다양한 메뉴 중에서도 이틀 연속 첫 끼로 한 젓가락이라도 꼭 먹어야 했던 것은 시원한 초계 국수였다. 시원새콤담백한 그 맛은 한낮의 더위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고, 간단한 닭꼬치나 닭강정, 샌드위치 등도 간단한 점심으로는 제격이었다. 점심과 저녁 사이는 간식도 간식이지만 그보다는 음료 전쟁이다. 날이 더워 땀을 흘리니 물을 마시고, 공연을 보니 술이 끌리고, 술을 마시니 물이 필요하고. 끝도 없이 회전하는 음료 사이클 속에서 유독 눈을 끌었던 것은 맥키스에 스크류바를 넣은 스크류키스였다. 처음에는 술의 향이 강했으나 스크류바가 녹으면서 간단히 칵테일이 완성되었다. 신동엽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변태 컨셉으로 광고하던 맥키스 부스에는 신동엽과는 거리가 먼 미남미녀가 일하고 있었다. 이번 시티브레이크에서 만날 수 있었던 맥키스, 버니니, 칼스버그 모두 훈훈한 외모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 일행의 술 심부름을 도맡았었다.

 


저녁이 다가오면 헤드라이너를 만날 준비를 해야한다. 뮤즈와 메탈리카를 앞에서 보려던 몇몇 지인들은 앞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밥도 포기했지만, “한국인은 밥심”이라고 나는 저녁을 어떻게 먹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술에 흠뻑 취하기 위해 안주를 먹고 술을 마실 것인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할 것인가가 항상 고민이었다. 결국 차를 가져가지 않았던 토요일은 오지치즈 프라이, 닭강정 등의 안주를 선택했고, 차를 갖고 왔던 일요일에는 고메 푸드 존에서 정식을 챙겼다. 페스티벌은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오면 여러모로 좋은 점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이유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일행들과 가게들을 지나가며 계속 “이것 맛있겠다.”, “저것도 맛있겠는데.”를 연발한 덕분에 시티브레이크에 모인 대부분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대신 헤드라이너 공연 때 너무 배가 불러 허리를 펴고 볼 수 없었던 것이 큰 실수였는데, 안타깝게도 이틀 연속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EVENTS 저 사진 좀 찍어 주실래요?

 

다른 스테이지로 이동을 할 때나, 식사할 때, 또는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쉴 때에 할 것도, 볼 것도, 들을 것도 없다면 록 페스티벌이 아니다. 하지만 시티브레이크에는 유독 더 볼 것도, 재미있는 사건도 많았다. 시티브레이크는 도심형 록 페스티벌이지만 전부 실외 무대다 보니 더위와의 싸움이 문제였는데 곳곳에 쿨 존과 리프레싱 존이 배치되어 있어 열을 식힐 수 있었다. 덕분에 체온을 낮출 수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행사장 전체가 시원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폭염 속에서 쾌적함을 느낀 것은 여러 스탭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수많은 청소 스탭들 덕분에 화장실뿐 아니라 페스티벌 사이트 어디에서도 쓰레기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면 흔히 나는 불쾌한 냄새를 맡을 일이 없었다. 이 쾌적함 위에 여러 즐길 거리가 있었는데 특히 영화 "매트릭스"에 쓰인 360도 회전 촬영을 해주는 부스 앞에는 항상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부스 앞에는 앞 사람이 찍은 영상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커플이 찍은 사랑 가득한 모습이 화면에 계속해서 재생됐다. 이는 많은 커플을 줄 서게 만들었지만 대기 중인 솔로 남성 둘은 “이건 우리는 하면 안 되는 모양인데?”라며 자리를 떠났다.

 

 

 


 

커플은 커플끼리, 솔로는 솔로끼리. 우리 매너를 지켜요.

 

 

시티브레이크를 찾은 커플과 솔로의 동석은 사인회에서도 이어졌다. 아폴로 18의 사인회에 한 남성이 빨간 티에 사인을 받았고, 다음 여성은 파란 티에 사인을 받자 기타리스트 최현석은 “두 분이 커플이세요?”라고 물었다. 여성은 강력히 “아닌데요?!”라고 말했고, 남성은 보다 더 강한 어조로 “커플 맞아요!”라고 연신 말했다. 티격태격하는 이 커플 바로 뒤의 한 남자도 티셔츠를 꺼내 사인을 받았고, 이 커플의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 자기도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을 했다. 그랬다. 그는 커플과 함께 온 솔로였다. 이 불쌍한 남성은 사진을 찍는 내내 자기 옆에 여성을 합성해달라 부탁해 더욱 눈물을 자아냈다. 그의 간절함을 생각하면 소녀시대 윤아라도 합성해주고 싶지만 기술적 한계를 탓하며 부디 그에게 시티브레이크 내에서 여자친구가 생겼기를 바라본다. 부디! 제발! 아무쪼록! 꼭!

 

 

 

“저… 사진 좀 찍어주실래요?”

 

 

사인회에서는 이 외에도 여러 재미있는 일이 많았다. 장기하와 얼굴들 사인회에서는 한 여성이 장기하에게 핸드폰을 주며 사진 찍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장기하는 함께 셀카를 찍기 위해 여성 쪽으로 몸을 기울였는데 여성은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장기하는 당황하며 “저 혼자 찍으라고요?”라고 답했지만 이내 핸드폰을 향해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라이즈 어게인스트(Rise Against)는 사인회를 마치고 들어가기 전에 사인회를 보러 와준 관객들과 단체 사진을 찍어주기를 바랐다. 관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그들은 관객 한명 한명과 악수를 하고도 한참을 얘기하다 헤어졌다.

 

 

PEOPLE 무대 위에만 있으란 법 있나요

 

시티브레이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광경은 공연했던 아티스트가 즐겁게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공연을 선사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서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즐기며 페스티벌의 흥을 만끽하는 그들을 발견하는 것도 신선한 재미 중 하나였다.

 

 

 


고메푸드 존에서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있는 위 아 더 나잇

 

 

 


공연 후 고메푸드 존에서 식사를 마친 적적해서 그런지

 

 

 


잔디밭에 누워 공연을 기다리는 얄개들

 

 

 


지인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고 있는 임헌일

 

 

그런가 하면 순수하게 관객으로서 즐기기 위해 시티브레이크를 찾은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황신혜 밴드의 김형태는 슈퍼스테이지 펜스 안의 명당자리를 사수하고는 아이처럼 기뻐했다. “오늘 절대로 이 자리를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던 그의 굳은 결심에서 뮤지션을 너머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관객의 모습이 엿보였다. 참고로 그가 입은 메탈리카 티셔츠는 시티브레이크에서 메탈리카를 영접하기 위해 손수 만들었다고.

 

 

출처: 김형태 님 페이스

 

 

 

 

이디오테잎의 제제는 신중현 그룹의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공연장을 찾은 멤버 디구루도 신중현 그룹의 공연을 보고싶어한다고 말하던 그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밖에도 시티브레이크를 찾은 많은 아티스트들의 모습이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을 장식했다.

 

 

 

 

림프비즈킷 슬램 존 근처에서 발견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연을 즐겼다고 했다. 특히 아들과 함께 시티브레이크를 찾은 그는 음악으로 쌓아가는 부자간의 돈독한 정을 과시했다.

 

 

 

 

시나위, 아트오브파티스, 레이시오스의 김바다는 슈퍼스테이지에서 발견되었다. 다른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메탈리카의 공연을 기다리던 그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행사가 끝난 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마음에 남는 것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뿐이었을 수도 있다.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의 각오의 기저에도 오직 그들을 기다리는 팬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페스티벌에는 음악과 관객, 그리고 그 이상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이제 이틀간의 대장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도심 속에서, 그러나 도시를 탈출해서 체험한 다채로운 기억들은 두고두고 모두의 마음에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Writer. 장은석

 

엘리펀트 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