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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Ⅱ] 훈훈한 인상 훈훈한 노래, 제임스 베이(James Bay)

2015.12.16


뮤지션 잭 화이트 혹은 영화 캐리비안 해적의 주인공 잭 스패로우가 떠오르는 인상이다. 체형은 호리호리하고 피부는 창백하며 긴 머리를 유지하고 페도라 두어 개를 돌려 쓴다. 너무 튀지도 밋밋하지도 않는 제임스 베이, 그의 음악을 열어보면 도무지 스물다섯의 데뷔 가수로 보이지 않는다. 원래 나이보다 열 살은 더 산 것 같고 한 10년은 더 활동해왔던 것처럼 보인다. 2015년 영국의 신예지만 마치 늘 봐왔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대표곡 ‘Let It Go’와 ‘Hold Back the River’가 전달하는 것처럼 그는 안정감으로 승부하는 싱어 송라이터다.

 


 



에릭 클랩튼을 발견한 열두 살 소년


그는 문득 집 어딘가에 방치된 삼촌이 놓고 간 다섯 줄짜리 스페니시 기타가 떠올랐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은 뒤 그 낡은 기타를 가지고 연습에 매진했다. 열두 살 무렵 데릭 앤 도미노스의 ‘Layla’를 접한 뒤였다. 그가 흉내 내던 것들은 에릭 클랩튼처럼 록의 고전이 대부분이었고, 동시대 밴드라 해도 그가 선택했던 뮤지션은 킹스 오브 리온이었다. 일찍부터 굵직하고 묵직한 사운드에 사로잡힌 그였다.


맨 처음 씨디롬 교본으로 기타를 배웠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교습법이 지루하다고 느껴 레슨으로 넘어갔지만 역시 큰 흥미를 못 느꼈다. 그런 그가 다음에 발견한 선생은 ‘훨씬 매력적인 선생’으로 회자한 ‘유튜브(Youtube)’다. 영상으로 핵심만 파악한 뒤 무한 연습에 들어갔다. 곧 플러그를 꼽았고 어쿠스틱에서 일렉트릭 기타로 넘어갔다.


열세 살 무렵, 괜한 짜증을 내며 일부러 가족과 대화를 단절하던 사춘기 시기부터 곡을 쓰기 시작했다. 한참 예민하고 우울했던 시기에 그가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었다. 몇 년 뒤 그렇게 만든 곡으로 동네 무대에 섰고, 열아홉에 이르러서는 고향을 떠나 음악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처음엔 런던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체류비가 너무 비싸다는 판단에 브라이튼으로 갔고, 슈퍼마켓에서 카트를 정리하며 생계를 이어 갔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음악 전문기관 BIMM(Brighton Institute of Modern Music)에 입학했지만, 사실 그는 당시 수업보다 현장 공연을 통해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습득하고 연마한 결과를 즉각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의 공연을 보고 런던행 열차를 탈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는데, 사실 제안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칭찬에 가까웠다. 막연하게나마 성공한 미래를 그려보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할 방법을 찾지 못한 시기였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수업과 일을 끝내고 무대에 섰던 어느 밤, 그는 자신의 공연을 촬영하는 한 남자를 봤다. 범상치 않은 장비를 지닌 그는 본인 직업을 카메라 맨이라 소개했다. 제임스 베이가 들려준 첫 노래를 접하자 마자 반해 다음에 이어진 노래를 카메라에 담았는데, 이를 유튜브에 올려도 되겠냐고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그는 그러라고 했는데, 몇 달이 지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음반사 리퍼블릭 레코드의 관계자가 유튜브를 통해 공연 영상을 봤다며 그를 만나길 원한다고 했다. 익명의 카메라맨이 찍었던 그 영상이 음반 관계자를 연결해준 것이다.


리퍼블릭은 그의 친구들이 권했던 런던보다 먼 곳, 뉴욕에 있었다. 우왕좌왕하며 맨하튼 거리를 가로지르던 그는 미국에 도착한지 6주 뒤에 계약을 성사하고, 내시빌에 위치한 블랙버드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데뷔의 계기가 된 영상은 현재 사라진 상태이며, 제임스 베이는 그 영상을 찍은 카메라맨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도 모른다. 그저 그의 가슴 속에 존재할 뿐이다. 제임스 베이는 이 모든 경험을 한 편의 영화라고 설명한다. 

 




유튜브 너머의 세상


카메라를 든 천사를 만난 뒤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3년 첫 EP [The Dark of the Morning]이 나온다. 호지어의 미국 투어에 참여해 넓은 무대를 경험하고, 버버리 패션쇼에서 공연했으며, BBC 라디오1에 진출해 라이브 쇼를 마쳤다. 지난해 그의 노래 ‘Let It Go’가 차트에 등장했고, 2015년 2월 브릿 어워즈를 통해 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3월 나온 데뷔 앨범 [Chaos and the Calm]은 순식간에 UK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앨범에는 그가 어린 날부터 접했던 모든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는 가끔 기타 하나만 들고서 단조롭게 노래하는데, 여백의 포크와 밀당의 블루스를 아는 그의 노래이기에 결코 헐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다 그는 목청을 높여 힘의 노래를 부른다. 후련하다. 근본적으로 록과 소울에 대한 고른 이해를 가지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 가수로 일단 목소리가 좋고 음역대가 안정적이다.


그는 어린 시절 마이클 잭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보면서 성장했다고 말한다. 마이클 잭슨처럼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싶었고, 브루스 스프링스틴처럼 비즈니스의 한복판에서 가치 있는 땀을 뿌리는 근육의 음악을 꿈꿨다. 우상은 먼 곳에 있지만 그런 높이로 향하는 것이 헛된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본인의 꿈에 근접해가는 오늘날의 그의 음악은 잭슨처럼 유연하고 스프링스틴처럼 뜨겁다. 



‘Hold Back The River’


그의 강점이 명확하게 담겨 있는 노래다. 처음엔 독백하듯 나직하게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한 옥타브를 올려 노래하는데, 마치 긴장을 한참 쌓아두다가 하이라이트에서 믿음직하게 폭발하는 것 같다. 대척점에 있는 ‘Let It Go’나 ‘Scar’와 함께 들으면 보컬과 연주에 있어 그가 얼마나 힘 조절에 능숙한지를 살펴볼 수 있다.



출처: Youtube



‘If I Ain’t Got You’


알리시아 키스(Alicia Keys)의 유명한 노래로 가끔 공연을 통해 선보이며 반응을 얻게 됐다. 그에게 그 유명한 ‘If I Ain’t Got You’는 그저 기타 하나로 노래하기에 충분하며 화려할 것도 없다. 연주를 하고는 있지만 스킬을 과시하지 않고 간간이 코드만 잡는 것으로 할 일을 충분히 마친 것만 같다. 허전하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다. 그는 미더운 보컬로서 목소리를 드러내는 일에 주력하며 곡의 간절한 감정을 제대로 실어 나른다.



출처: Youtube






Writer. 이민희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