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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우리 가락의 기(氣)를 느끼게 해 준, '판타스틱'

2013.02.21


지난 2월 15일, 일산 국립 암센터에서는 소아암 완치자를 위한 홈커밍데이가 개최되었습니다. 국립암센터 소아청소년암 진료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암센터 소아암 경험자들의 희망메시지 낭독 및 완치자 공연과 함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아트스테이지’가 함께하는 문화예술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아트스테이지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이 국내 최고의 국립예술대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과 함께 전국의 소아암 병동 및 보육원을 찾아가 음악공연을 선사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

홈커밍데이 장소인 국립암센터 검진동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아치형 풍선 문과 깔깔거리며 웃고 뛰노는 아이들이 환한 기운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병마와 싸워왔던 아이들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식순에 따라 경험자 가족 낭독 시간, 완치 아동들의 공연 등 홈커밍데이 행사가 진행되고 마지막 3부 문화예술공연만을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이 날 아트스테이지 무대를 펼칠 팀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전통연희 팀 ‘판타스틱’ 이었는데요. 공연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인 대기실에 살짝 들어가 보았습니다.




전통연희 팀 ‘판타스틱’은 작년에 이미 K’ARTS Volunteer 1기로 선발되어 총 5회의 아트스테이지 공연에 참가한 경험이 있는데요. 작년 한 해 동안 아트스테이지 무대를 통해 많은 아동, 청소년들을 만나 나눴던 감정의 교류들이 너무 행복해서 이번 년도에도 다시 지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K’ARTS Volunteer 2기로 새롭게 시작하는 2013년 첫 무대가 바로 오늘 국립암센터 홈커밍데이인 것입니다.


‘판타스틱’은 리더 조만희 외 4명으로 구성된 꽃미남(?) 5인조 팀 입니다. 대기실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내내 공연 레파토리를 점검하고, 악기와 옷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에서 이번 공연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막간을 이용해 리더 조만희 씨에게 오늘 어떤 각오로 공연에 임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러 왔습니다.” 라고 대답하더군요. 이어서 사물놀이의 어떤 속성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조만희 씨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사물놀이의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가락을 점차적으로 쌓아 올라가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킨다는 것 이예요. 그러한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쳐 나아가서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몰입해서 연주하는 모습들이 시각적으로도 파워풀해서 일종의 기(氣)라고 표현되는 에너지를 받게 되는 거죠.”




에너지 넘치는 남성 5인조 판타스틱과의 대기실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공연장에서 그들의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과연 어떤 무대가 펼쳐질 지 기대 반 호기심 반을 하고 말이죠. 그 순간 관중석 뒷 편에서 심장을 울리는 커다란 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판타스틱 팀의 공연이 벌써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예상을 깬 등장부터, 그야말로 ‘판타스틱’ 했습니다.




판타스틱 팀은 이내 무대에 올라가 열정적인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허리춤의 띠들이 사물놀이 리듬에 맞춰 은은하게 흔들거렸습니다. 무대에 올라 다시금 우렁찬 북 소리로 연주의 시작을 알리더니 뒤이어 꽹과리가 리듬을 받아, 곧 4가지 악기가 조화롭게 소리를 섞어 나갔습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멜로디와 리듬에 사람들은 탄성을 터트렸습니다. 우리 가락이 조금은 생소한 듯한 아이들도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반짝거렸습니다. 휘리릭 돌아가는 징채에 고개가 절로 따라 움직이고 경쾌한 박자를 만드는 꽹과리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공연이 클라이막스로 고조되어 가면서 공연자의 몸과 얼굴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무대를 바라보는데, 사물놀이 공연에 빠져드는 아이들의 집중력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 상모돌리기가 이어졌습니다.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 긴 꼬리를 그리며 상모 위를 휘모는 띠가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놀이꾼은 10m는 족히 돼 보이는 긴 끈을 자유자재로 휘둘렀습니다. 상모를 좌 우로 돌리면서 새처럼 가볍게 튀어 올라 재주넘기를 하기도 하고, 한 손으로 짚고 물구나무를 서는 묘기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광경에 아이들은 막간을 이용해 팀의 사회자가 알려준 추임새인 “잘한다!”를 연신 외쳤습니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상모 꼬리에서는 생명의 힘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버나 돌리기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버나’라는 말이 생소하기는 하지만 일단 보고 나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일 것입니다. 버나 돌리기는 나무 막대 끝에 지름 15cm 정도 되는 쳇바퀴 올려놓고 돌리는 것입니다. 스러질 듯 아슬아슬 돌아가는 쳇바퀴가 흥미롭습니다. 이번에는 관객과 함께하는 시간도 마련해 보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쳇바퀴를 던져 서로 주고 받고 놀이도 해 봅니다. 자신이 직접 돌려보니 보이는 것만큼 쉽지는 않은 듯 합니다. 놀이꾼의 손에 다시 들린 쳇바퀴는 10m 위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가 다시 뾰족한 막대기에 안착하기도 하고 다리 사이로 던져도 어느 샌가 다시 막대기로 돌아옵니다. 부메랑도, 자석도 아닌 것이 던지기만 하면 다시 돌아오는 쳇바퀴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약 40분 간 이어진 전통연희 팀 ‘판타스틱’의 공연을 보고 나니 마치 영화 ‘왕의 남자’ 속에 빠져들어 갔다가 나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앞서 대기실에서 진행한 토막인터뷰처럼, 그들이 말하는 ‘에너지’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식의 에너지인 기(氣)가 공연 관람을 함께 한 소아암 완치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도 잘 전파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