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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Ⅱ] 폼나는 밴드의 모든 것, The 1975

2015.12.18


The 1975는 추억의 그룹 스트록스(The Strokes)를 떠올리게 한다. 2000년대 초반 우리는 그들의 음악을 좋아했고, 스키니와 가죽 재킷 같은 패션 스타일에도 이끌렸다. The 1975도 똑같다.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팝을 바탕으로 숙련된 연주를 곁들이는 The 1975. 이들의 노래는 당연히 귀에 착 달라 붙을 수밖에 없는 거부할 수 없는 노래다.

 


 



영국이 기다렸던 신예 밴드


한 인터뷰에 따르면 데뷔 앨범이 나왔던 2013년, 그들은 300회 가량의 공연을 소화했다. 보컬 매튜 힐리(Matthew Healy)는 그렇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공연을 소화한 통에 여기가 어딘지 감을 잡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말한다. 두 달이나 가족의 얼굴을 못 보던 때도 있었는데 일찍이 예상됐던 일이다. 그들은 앨범 발매 전부터 밥 먹듯이 자국 공연 매진 기록을 세우던 밴드다.


영국에는 아델, 그리고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샘 스미스가 있다. 팝 시장의 기둥과 다름 없는 그런 대세 보컬리스트에 대한 강렬한 애정도 있지만, 한편으로 영국은 리버틴스나 악틱 멍키스 같은 자국의 젊은 밴드에 대한 오래된 기대와 믿음이 있다. 그런 팬덤이 새로운 스타에 대한 열망이 쌓일 무렵 The 1975가 튀어나왔다. 그들은 멋이 있고 과하지 않은 광기가 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래가 맑고 힘이 넘쳤으며, 게다가 신비로웠다.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기 전까지 1년에 공연을 열 번 할까 말까 했던 동네 밴드였다.



열세 살 소년들의 이야기


The 1975는 맨체스터에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의 밴드다. 지역에서 청소년 밴드 지원 프로그램이 생겨 2002년 결성했고, 처음엔 주로 펑크에 몰입해 닥치는 대로 커버만 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곡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합주만 했다. 성공을 이룬 폼나는 밴드에 대한 환상이든 망상이든 꿈을 키우며 밴드 생활을 지속해 왔을 테지만, 꽤 오랜 시간 적극적인 활동이 없었던 걸 보면 그들은 그냥 순간의 즐거움에 취해 어쩔 줄 모르는 절친들의 순수한 모임이었던 모양이다.


10년이 지나 멤버들이 20대 초반을 맞이했을 때 첫 EP가 나왔다. 대표곡 ‘The City’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됐고, 이런 저런 레이블로부터 구체적으로 계약을 논하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급해하지 않았고 진짜로 끌리는 환경이 찾아오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멤버들에 따르면 그들은 그럭저럭 여유로운 환경에서 원하는 바를 존중 받으며 그늘 없이 성장해왔던 중산계급 출신들이다. 게다가 보컬 매튜 힐리의 부모는 둘 다 영국에서 꽤 유명한 배우다. 그런 그는 한때 밴드의 드러머였다가 보컬이 나가는 바람에 뒤늦게 마이크 앞에 섰다. 조건도 유리했고 음악도 준수했던 만큼 일찍부터 쇼비즈니스의 단맛에 취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그들은 약 10년 동안 그저 하고 싶은 대로 했고 놀고 싶은 대로 놀았다.





침착하게 만든 데뷔 앨범


앨범 데뷔 전까지 만든 세 장의 EP는 그들이 폴라로이드라고 말하듯 바로 찍어서 바로 볼 수 있는 사진처럼 즉각적으로 재미있게 만든 작업물이다. 하지만 정규 앨범에 있어서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3일 걸린 곡도 있었지만 세 달이 걸린 곡도 있었으며, 결국 지난 5년간 만들고 다듬어왔던 노래들을 모았다. 유명해지기 전이니 서두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데뷔와 함께 세상의 갑작스러운 관심과 사랑을 경험한 뮤지션 대부분이 그렇듯 활동은 지속된다 해도 그런 작품은 더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악틱 멍키스와 폴스의 프로듀서였던 마이크 크로시가 그들의 데뷔 앨범의 작업을 도왔고, 그렇게 만든 앨범은 결국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앉았다. 그런 성과 앞에서 멤버들은 생각하길, 그들의 데뷔 앨범 [The 1975]는 밴드에만 미쳐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네 명의 청년들이 십대 시절부터 쌓아온 기록이다. 그들 자신이 사랑하고 세상으로부터 사랑받는 작품이 나왔다는 건 끔찍하게 행복한 일이지만, 어쩌면 그들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밴드 말고는 생각해본 일도 없고 집중해온 일도 없기 때문이다. 



흑백 사이에서 균형을 고민하다


밴드 말고 다른 미래를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분야에선 미숙할지도 모르지만, 한편 밴드에만 집중해온 까닭에 그들은 일찍부터 당황하지 않고 이상적인 밴드상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The 1975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는 밴드다. 공연을 할 때도 뮤직 비디오를 찍을 때도 일관된 색감, ‘블랙 앤 화이트’를 유지한다. 처음엔 음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흑백으로 영상을 찍었다는데, 활동을 지속하다 보니 밴드는 명확한 색깔을 유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계속 고수하고 있는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흑백 이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은 균형이다. 사랑과 섹스를 소재로 한 남녀의 현실적인 연애사를 가사로 푼다면, 사운드의 방향은 전형에서 벗어나 좀 더 재미있고 신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식이다. 혹은 냉소적인 제스쳐를 취한다면 다음에는 농담도 좀 곁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운드 구석구석에도 그런 균형감각이 드러난다. 그들은 이따금씩 1980년대풍 편곡을 입히는데, 신디사이저 위주로 도입부를 구성할 때도 있고 중간에 갑자기 강력한 관악 연주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근본적으로 록 밴드인 만큼 화끈한 연주와 후련한 보컬로 쾌감을 만드는 일, 그래서 땀 흘리고 우리도 땀나게 하는 몰입이 우선이다.



Chocolate


과도하게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곡이다. 노래의 초반부에 전자장비를 활용해 사운드의 폭을 넓힌 뒤 경쾌한 멜로디를 터뜨리는데, 단순한 리프가 반복되지만 그걸 느낄 새가 없다. 아주 잘 만든 팝과 세련된 록 밴드가 만난 것 같은 곡으로 이 같은 균형의 구성은 데뷔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 ‘Settle Down’에서도 읽을 수 있다. 



출처: Youtube



Sex


‘Chocolate’가 그들의 여유를 보여준다면, ‘Sex’는 이 젊은 밴드가 가진 섹슈얼한 에너지가 두드러진다. 짜릿한 연주 중심의 노래이고, 그리고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가 핵심이다. 가사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좀 애처롭다. 남자는 관계의 발전을 원하지만 여자는 그를 단순한 파트너로만 생각한다. 이야기는 답답하고 애처로울지언정 사운드는 엄청 후련한 것이 노래의 매력이다.



출처: Youtube






Writer. 이민희

음악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