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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Nights Ⅱ] Night2 - 청춘의 열병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위한 축복의 밤, 네이트 루스(Nate Ruess)

2016.01.21


이 정도까지 관객과 아티스트가 함께 행복하게 정신을 놓는 공연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밴드 Fun.(펀)의 멤버로는 물론 다른 뮤지션들의 히트 곡들을 써주면서 성공적인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낸 네이트 루스(Nate Ruess)는 유독 한국 공연에 애착을 보여왔다. 그리고 그의 충실한 한국 팬들은 이번에도 네이트 루스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2. Nate Ruess 현장스케치 이미지



과거 라이브에서도 네이트 루스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렇게 쉬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내내 있었던 적이 있었는가 싶다. 오히려 Fun.으로 처음 한국을 왔을 당시보다 더욱 역동적이고 안정감 있는 스테이지를 보여줬다. 무대 위에는 대형 LED 화면이라던가 특수효과도 없었다. 대신 훌륭하게 연주된 위대한 노래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새삼스럽지만 위대한 노래는 요란한 특수효과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냈다. 


거의 모든 노래가 떼창됐고 공연장 전체가 일체화되어 친밀한 공기를 형성했다. 이전 내한공연에서 그는 떼창을 듣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는 것을 자신의 음반에 녹음하고 싶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네이트 루스의 라이브는 앨범과 별개로 훌륭했고 개인적으로는 라이브 앨범을 하나 따로 발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백업 밴드 역시 좋은 연주와 음질을 들려줬으며, 네이트 루스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몸짓과 흔들림 없는 하이 톤을 시원하게 내질렀다.


네이트 루스는 공연 도중 몇 번에 걸쳐 한국을 가장 좋아하는 공연 장소라고 언급했다. 이를 증명하듯 공연 마지막 앵콜에서 그는 ‘다른 곳에서 하지 않았던 곡이고 또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며 솔로 앨범에 수록된 'Moment'를 투어 최초로 연주했다. 게다가 공연 이전에 전달받은 밴드의 셋리스트에 즉흥적으로 한 곡을 더 추가하여 프린스(Prince)의 'Let's Go Crazy'까지 연주했다. 내한공연에서 셋리스트에 없는 곡을 하는 일은 정말로 드문 사례인데,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그는 매니저에게 한국을 들르지 않는 한 일본공연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했던 사실을 무대 위에서 밝히기도 했다. 공연시작 이전, 장내에는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This Must Be The Place'가 흘렀는데, 네이트 루스에게 있어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바로 "This Must Be The Place"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 그리고 관객을 지휘자처럼 조율해낸 네이트 루스


앨범의 타이틀 [Grand Romantic]이 적혀있는 파스텔 톤 그림이 걸려있는 무대. 관객석엔 예상대로 여성 관객의 비율이 높았고 Fun.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쓴 이들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 스톤 로지즈(The Stone Roses), 조 잭슨(Joe Jackson),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그리고 네이트 루스와 친분이 있는 밴드 젤리피쉬(Jellyfish) 등의 노래가 장내에 울려 퍼진 후 공연이 시작됐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2. Nate Ruess 현장스케치 이미지



푸른 조명만이 들어온 상태에서 네이트 루스는 비니를 뒤집어 쓴 채 등장했다. 이전 솔로 투어의 마지막 곡이었던 'AhHa'가 시작되자 마자 이미 관객들은 떼창을 시작했다. 관객들이 좌우로 손을 흔드는 가운데 따스한 멜로트론으로 연주된 'Take It Back'에서는 어떤 영적인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유독 네이트 루스의 고음이 두드러졌던 곡이기도 하다. 


박수를 치며 관객들과 노래했던 'Nothing Without Love', 그리고 인트로가 나오자마자 관객들이 허밍부터 떼창한 'Carry On'. 이 두 곡에서 네이트 루스는 마치 갑판 위 돛대를 부여잡은 선장처럼 마이크 스탠드를 치켜 올려 들고 노래했다. 특히 'Carry On'이 전개될 때 팬클럽에서 나눠 준 "We Are Shining Star"라는 종이를 관객들이 들어 보였고, 곡이 끝났을 무렵 네이트 루스는 관객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브라보"라 말했다. 진심으로 만족한 눈치였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2. Nate Ruess 현장스케치 이미지



Fun. 이전에 했던 밴드인 포맷(The Format) 시절의 곡 'Dog Problems'의 경우 뮤지컬 형식의 복잡한 전개가 극에 달하면서 듣는 재미를 선사했고, 마치 80년대 데이빗 보위(David Bowie) 스타일의 곡 'You Light My Fire'에서는 관객들에게 춤출 것을 권유했다. 특히 두 명의 기타리스트가 트윈 기타 솔로를 하는 대목에서 더욱 그럴듯하게 80년대의 무드를 체감할 수 있었다. 백업 밴드의 합 또한 두드러졌는데 'What This World Is Coming To'를 부를 때는 두 쌍의 남녀 멤버들이 서로 바라보면서 마이크 하나로 연주와 노래를 병행하기도 했다. 곡이 진행될 무렵 관객들이 꽃가루를 뿌렸고 네이트 루스 역시 무대 아래에서 관객들로부터 직접 꽃가루를 공수해 노래하는 도중 허공에 날렸다. 거대한 축제의 행진곡 같았던 'Great Big Storm'의 격양된 막바지 나레이션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압권의 퍼포먼스


일전 한국에 왔을 때 네이트 루스는 '코리아 송'이라는 곡을 즉석에서 만들어 불렀고 이번에도 케이 팝을 좋아한다는 건반 주자의 연주로 다시금 '코리아 송'을 리바이벌했다.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직접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곡이라면서 'It Only Gets Much Worse'를, 그리고 엘튼 존(Elton John)의 명곡 'Rocket Man'을 이어냈다. 네이트 루스의 목소리는 유독 젊은 시절 엘튼 존의 목소리에 닿아있었는데, 활발한 무대 매너까지 도합해 보면 그는 엘튼 존과 동시에 믹 재거(Mick Jagger)를 반씩 합쳐놓은 듯 보였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2. Nate Ruess 현장스케치 이미지



기타 연주자가 옆에서 플로 탐을 두드리자마자 관객들은 시대의 찬가 'We Are Young'이 시작됐음을 눈치챘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사람들은 이 위대한 노래에 맞춰 열광했고 2층 관객과 1층 관객의 파트를 나눠 함께 합창시켜내는 장관 또한 연출됐다. 최고의 노래였고 네이트 루스의 말처럼 우리는 최고의 관객이기도 했다. 손을 흔들며 곧바로 이어진 'Harsh Light'의 경우에는 확실히 젊은 시절 엘튼 존의 노래들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줬다. 오히려 이 드라마틱한 곡이 'We Are Young' 보다 더욱 관객들을 동요시켜냈던 것 같다. 특히 "우리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가사를 반복해내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벅찼다. 



끝나지 않는 앵콜


본 공연이 끝난 이후 관객들은 단순히 그의 이름이나 "앵콜"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Nothing Without Love'의 떼창 부분을 불렀다. 결국 다시 올라온 네이트 루스는 다시금 '코리아 송'을 열창한 이후 피아노 반주로 핑크(P!nk)와 함께했던 곡 'Just Give Me a Reason'을 시작한다. Fun. 시절 곡인 'Some Nights' 또한 위풍당당하게 전개됐다. 기타 연주자는 드러머가 던진 스틱을 건네 받은 이후 플로 탐을 두드려댔고 곡이 끝나자 베이시스트는 스태프에게 위험할 정도로 높이 베이스를 던졌다. 네이트 루스가 업라이트 피아노에 올라가 열창한 'Brightside'에서 관객들은 일제히 핸드폰 불빛을 비춰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첫 번째 앵콜이 종료됐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2. Nate Ruess 현장스케치 이미지



다시 앵콜이 외쳐졌고 결국 한번 더 무대 위에 올랐다. 네이트 루스는 놀라운 순간을 제공해준 한국 관객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솔로 앨범에 수록된 'Moment'를 투어 최초로 연주했다. 게다가 공연 셋리스트에 없던 프린스(Prince)의 'Let's Go Crazy'까지 연주하면서 결국 장내를 뒤집어놓는다. 행복한 여운이 남겨진 채 공연은 꿈처럼 덧없이 종료됐다.





Writer. 한상철

음악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