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5 Nights Ⅱ] Night3 - 절정의 한파를 압도한 최고급 사양의 엔터테인먼트,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2016.01.21


가혹할 정도로 매서웠던 추위도 아담 램버트(Adam Lambert), 그리고 그의 팬들의 기세를 꺾어놓진 못했다. 영하 15도의 매서운 한파에도 수많은 관객들은 이미 공연 시작 전부터 공연장에서 미리 대기 중이었다. [아메리칸 아이돌]로 시작해 데뷔 이전부터 국내에 확고한 팬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던 아담 램버트는 재작년 퀸(Queen)과 함께 내한하면서 퀸을 보러 온 관객들마저 자신의 팬으로 흡수시켰다. 당시 아담 램버트는 자신의 영혼을 담아 노래했고 공연을 본 관객들로 하여금 확실히 그의 공연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5NightsⅡ 세 번째 밤에 비로소 그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전신을 사용해 부르는 단단한 저음과 안정적인 하이 톤 보이스는 공연을 보는 이들의 혼을 제대로 빼놓았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3. Adam Lambert 현장스케치 이미지



새삼스럽지만 아담 램버트의 강렬한 목소리는 확실히 라이브로 경험해야 한다. 내부의 다양한 감정을 훌륭하게 구현해내며 저음부터 고음까지 모든 음역대를 유연하게 포괄해왔던 그였지만 이는 점점 섬세해지고 표현 가능 범위 또한 더욱 넓어졌다. 이미 [아메리칸 아이돌], 그리고 퀸과의 투어를 통해 보컬 실력은 충분히 검증됐다만, 그럼에도 더욱 확장된 모습을 보여내고 있어 놀라웠다. 빼어난 가창력, 그리고 그 이상의 풍부한 표현력이 존재했다.


여전히 아담 램버트는 스스로의 소리를 모색해가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현 트렌드를 분석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 흡수해내려 했다. 아담 램버트의 과거 솔로 투어와 비교했을 때 심플한 스테이지 편성은 변함이 없었지만, 무대와 안무 등의 연출의 차이를 통해 공연은 더욱 신축성 있고 진화된 형태로 거듭났다. 


음악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퍼포먼스였다. 생생한 목소리, 그리고 다이나믹한 조명과 효과들로 인해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데뷔 앨범 제목처럼 그 누구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젊은 베테랑의 당당한 선전포고와도 같은 쇼였다.



A Star Is Born


공연의 개시를 앞두고 무대 위에 배치된 네 칸의 LED 배경 화면에는 원형 홀로스코프 문양이 어둡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왼쪽에는 드럼 단상이, 그리고 오른쪽에는 건반 단상이 각각 존재했다. 원형 홀로스코프와 장내의 조명이 꺼졌고, 사람들의 환호 속에 강렬한 흰 배경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3. Adam Lambert 현장스케치 이미지



눈부실 정도로 하얀 배경을 뒤로, 먼저 밴드 멤버들이 우뚝 솟아 있었고 암전된 후 갑자기 정 가운데에 아담 램버트가 등장하며 ‘스타 탄생’의 순간을 알렸다. 이 추운 날씨에도 민소매를 입고 짙은 푸른 눈으로 관객들을 응시하자 장내의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훵키한 리듬의 첫 곡 'Evil In The Night'이 해골 무늬의 배경과 함께 인상적인 스타트를 끊었다. 데뷔 앨범의 타이틀 트랙인 'For Your Entertainment'의 익숙한 멜로디가 전개되는 와중 코러스와 춤을 겸하는 두 명의 남녀는 아담 램버트와 함께 위치를 옮겨가며 정확한 안무를 연출해냈다. 공연 시작 전에 씨앤씨 뮤직 팩토리(C+C Music Factory)의 음악이 장내에 흐르기도 했는데 이 댄서들의 외형과 의상, 그리고 안무는 유독 씨앤씨 뮤직 팩토리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중절모를 쓴 채 텔레캐스터 기타를 연주하는 기타리스트와 함께 시작한 스산한 곡 'Ghost Town' 역시 절도 있는 안무와 함께 장내를 달궜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3. Adam Lambert 현장스케치 이미지



심장박동과도 같은 킥 드럼의 'Runnin', 노래하는 도중 관능적인 모션을 선보인 'Chokehold', 그리고 화려한 기타 태핑 솔로가 인상적이었던 ‘Sleepwalker’까지 세 곡의 메들리가 느리지만 묵직하게 전개됐다. 붉은 핀 조명 사이로 감성적인 무드의 'Underground', 그리고 후렴구 제목이 배경화면을 뒤덮은 'Rumors'를 연결해냈다. 'Rumors'를 부를 당시 관객들에게 떼창을 유도해내기도 했고 특히 손동작 하나로 푸른 화면이 붉은 화면으로 바뀌는 연출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육중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 핀 조명 아래 여성 댄서의 현란한 안무, 그리고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단상 위에서 기타 솔로가 펼쳐졌던 'Lucy'의 경우 거친 바이크 족들의 분위기를 풍겨냈다. 퀸의 브라이언 메이(Brian May)가 피쳐링한 원곡의 기타연주가 무대 위에서 무리 없이 재연됐다.



Whataya Want from Me, Seoul?


자줏빛 정장 자켓으로 갈아입고 등장한 아담 램버트는 80년대 풍의 코러스와 신시사이저, 그리고 기타 뮤트로 무장한 트랙 'After Hours'를 감미롭게 불러냈다. 특히 잠깐의 브레이크 이후 낮은 웃음소리가 관객들을 또 한 번 열광시켜냈다. 곡이 끝나고 [The Original High] 투어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했는데, 비속어 감탄사를 외치는 것에 유독 관객들이 반응하자 이를 반복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시원하게 내달리는 원곡과는 달리 어쿠스틱 기타로 차분하게 편곡된 'Whataya Want From Me'에서 떼창이 전개됐고 무엇보다 후렴구절 가사 뒤에는 '서울'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냐 묻는 형태로 개사했다. [아메리칸 아이돌] 당시 불렀던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Mad World' 역시 신비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를 이끌어냈고, 마치 로맨틱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트랙을 듣는 것만 같았던 'There I Said It'의 경우 조명과 밴드의 연주가 가세하자 분위기가 급 반전됐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3. Adam Lambert 현장스케치 이미지



'Another Lonely Night'의 경우 오히려 아담 램버트가 커버했던 버전의 'Mad World' 보다 더 티어스 포 피어스 같은 어레인지와 멜로디를 지닌 곡이었다. 특히 후렴 넘어가기 직전 짧은 시간 동안 쏟아지던 푸른 조명이 인상적인데, 근 얼마 동안 봐왔던 공연 중 조명 시스템을 가장 제대로 활용한 무대이지 않나 싶다. 혼자 노래할 때는 수십 개의 핀 조명이 쏟아지곤 했는데, 오히려 LED 배경화면 없이 단순히 조명만을 활용했을 때가 훨씬 극적이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화려한 재능, 탁월한 완급조절, 그리고 효과적인 스테이지 운영


빛나는 스타디움 자켓을 갈아입고 돌아온 아담 램버트는 현란한 LED 배경과 두 댄서들의 춤 사이로 'The Light', 'The Original High', 그리고 'Never Close Our Eyes' 같은 댄스 트랙들을 메들리로 이어내 관객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특히 80년대 디스코/하우스 트랙들에 자주 나오는 고음 꺾기에 특화된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그의 다재 다능함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얼마 전 타계하면서 전 세계를 슬프게 했던 데이빗 보위(David Bowie)의 80년대 히트 곡 'Let's Dance'를 불렀던 순간이다. 시기가 시기인지라 데이빗 보위의 곡을 라이브에서 큰 볼륨으로 듣고 싶었는데 아담 램버트가 그 한을 풀어줬다. 


사람들이 삿대질 안무를 따라 했던 아비치(Avicii)와 작업한 곡 'Lay Me Down', 데이빗 보위의 'Let's Dance'와 마찬가지로 쉭(Chic)의 명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Nile Rodgers)가 녹음에 참여했던 싱글 'Shady', 다시금 나일 로저스 풍의 훵키한 기타 리프가 연주됐던 'Fever'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강렬한 킥 드럼으로 박수를 유도해낸 'Trespassing' 이후 베이스 연주자가 앞으로 나와 퀸의 익숙한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베이스라인을 연주하면서 퀸의 곡도 하나 선사했다. 결국 다시 'Trespassing'으로 돌려내 마무리 지으면서 아담 램버트가 공연장을 빠져나간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Nights Ⅱ Night 3. Adam Lambert 현장스케치 이미지



앵콜 무대에 오른 아담 램버트는 자신의 최대 히트 트랙 중 하나인 'If I Had You'를 무려 레게로 재구성해냈다. 단순히 레게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메이카식 발음에 아예 보컬 덥 믹싱처리까지 해내면서 제대로 된 레게 튠을 완성해냈다. 코러스 멤버들까지 자메이칸 바이브를 살려내는 와중 멤버 소개를 하면서 관객과 노래를 주고받으며 흥을 이어갔다. 아담 램버트는 대단한 관객들이라 말하면서 이번 내한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정말로 대단했던 건 아담 램버트였다.





Writer. 한상철

음악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