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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재능 기부를 통해 행복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한예종 우광혁 교수님을 만나다

2011.12.13


나는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실천 평론가’

공연 시작 30분 전, 공연장에 바람같이 나타나 쏜살같이 움직이는 한 신사분이 계셨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20여 개의 다양한 악기들을 옮기고, 관객석을 배치하고… 말 한 마디 없이 주위 사람들을 향해 가끔 소탈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습니다. 그날 부산 고신대복음병원에서 펼쳐진 희망콘서트에서 <세계의 즐겁고 재미있는 악기와 음악>이라는 테마로 한 시간 가량 일명 ‘렉쳐 콘서트’를 진행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린 한국예술종합학교 우광혁 교수가 바로 그 분입니다. 네 살배기 어린아이들부터 칠십 대 노인까지, 우광혁 교수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한 바탕 크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막 내려와 잠시 날숨을 고르고 있는 우광혁 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가을 햇살의 체온을 고스란히 안은 길가에 잎사귀처럼 따뜻한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우광혁 교수를 소개합니다.




Q. 공연 중 아이들의 얼굴에 핀 새싹 같은 미소를 보셨는지요. 예전에 그 누군가가 사랑은 늘 낮은 곳에 있더라고 말을 한 기억이 나요. 교수님이야말로 낮은 곳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계신데 그 힘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공연 내내 아이들의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제가 더 행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서울에서부터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니까요. 예전에 매우 많이 아팠던 적이 있어요.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내가 아파보니까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갖고 있는 재능도 내가 남을 위해 쓰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Q. 이제 기부의 범위가 물질을 넘어 재능으로까지 넓혀지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재능기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과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것인지요?




A.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이 기관 대 기관으로 이런 취지의 봉사를 한 번 함께 시작해보자는 얘기가 먼저 나왔고, 여기 적합한 인물이 누구인지 우리 학교에서 적임자를 찾다가 결국 내게 제의가 들어왔어요. 제가 장애인 시설 같은 곳을 찾아가서 공연한지가 17년 정도 되어서 학교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제가 주말이면 뭐하고 다니는지 알거든요. 예전에는 제가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할 장소까지 다 알아보고 섭외하느라 힘들었는데 지금은 한국소아암백혈병협회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그리고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의해 날짜, 시간, 장소를 정하고 저는 악기 가방만 현장에서 풀면 되니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웃음).

Q. 렉쳐 콘서트라는 단어 자체가 새롭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으셨는지요?

A. 저도 제가 쓰기 전까지는 렉쳐 콘서트라는 말을 다른 곳에서 못 들어봤어요. 뜻을 풀어서 설명하자면 뭐 ‘강의 또는 설명이 섞여있는 콘서트’ 정도가 되겠지요.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벼룩시장을 다니며 특이한 세계의 악기를 수집하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그것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1년에 80~100회 정도 렉쳐 콘서트를 하고 있는데. 나는 사실 악기를 배워본 적이 없는 사람이예요. 사실 악기는 무엇이든 잡으면 소리가 나게 돼 있어요. 나름대로 소리를 내보고 그 방면의 전문가에게 어깨너머로 배워보고 그러면서 이 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에 제 공연을 본 어떤 사람이 마치 세계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고 해서, 그때부터 공연명을 ‘세계악기여행’이라고 부르게 됐지요.




Q.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줄 아시고 노래까지 잘 하시니 본래 교수님의 전공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는데요?

A. 나는 고집을 내세울 만큼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이에요. 피아노에 강충모, 지휘는 김대진처럼 공식으로 내 이름을 내세우며 대표할 만한 게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대학에서는 음악학을 배웠으니 평론이 본래 내 전공이라면 전공인데 신문, 라디오에서 아무리 많은 평론을 해 봐도 세상은 별로 변하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 내가 주장하는 바를 내 삶에서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평론을 손이 아닌 몸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았는데 자기가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삶에서 직접 보여주는 것을 보고 소위 ‘행위 평론’, ‘실천 평론’이라고 하대요(웃음). 나 우광혁, 실천 평론하는 사람이에요. 앞으로 그렇게 불러주세요(웃음).

Q.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사실 말이에요, 세상에는 공평한 게 별로 없는 딱 하나 공평한 게 있어요. 바로 시간이에요. 시간은 정말 공평해요.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은 있지만, 더 많이 쓰는 사람은 없거든요. 내 공연을 보고 있는 동안은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의 시간을 가장 귀하게, 가치 있게 만들어주자는 생각만 해요. 사람들의 그 한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해 줘서 자신들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도록 말이죠. 그걸 느낀 사람들은 가장 절박하고 외로운 순간에도 사회 어딘가에 자신을 도와주는 따스한 손길이 있다는 믿음을 잊지 않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A. 사실 재능은 돈보다 기부하기가 더 좋아요. 물질기부는 내가 딱 만원이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도와달라고 하면 그 돈을 쪼개야 해요. 하지만 재능기부는 내가 만원의 감동을 똑같이 열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어요. 또한 재능은 참 신기한 게 어느 한 곳에다가 모두 써도 돌아서면 또 쓸 수 있는 재능이 내 안에서 생기더라고요. 실전에서의 경험이 쌓인 셈이니 오히려 기부하고 내가 얻은 셈이죠. “경제는 유한하고 예술은 무한하다”고 누군가가 말했다지요. 정말 그 말이 맞아요. 여러분도 물질이 어렵다면 재능부터 기부해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공평하게 신에게 받은 재능이 반드시 있거든요!


※‘어린이 희망음악회’란?

어린이 희망음악회는 전국의 소아암병동을 중심으로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 공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재능기부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후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희망음악회는 병동까지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로 오랜 병원생활에 지친 환아들과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