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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한예종 남성 4중창단과 함께 한 어린이 희망음악회

2011.12.13


2011년 10월 26일 아침 8시. 세 명의 남자가 부스스한 얼굴로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들의 오늘 목적지는 부산 고신대복음병원. 고사리 같은 손을 가진 어린 아이들이 소아암으로 고군분투하는 그곳에 희망의 노래를 채우러 가는 날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성 중창단 ‘세레나데’의 어린이 희망음악회, 그들의 하루를 쫓아가며 동행취재를 해 보았습니다.




AM 7:30 서울역 광장 앞


이른 아침, 서울역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단풍 구경하러 가을산에 오르기 위해 떠나는 등산객들, 말끔한 수트를 입고 출장길에 오르는 직장인들… 그리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남성 중창팀도 있었습니다. 세상은 온통 가을볕으로 가득찼건만 때 아닌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절로 여미게 하던 어느 가을날 아침, 오늘은 ‘세레나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특별한 날 입니다.

“다들 모였지? 8시 부산행 KTX. 12번 게이트… 오케이. 자, 빨리 가자고! 참, 아침식사는 잘 챙겼지? 그거 잃어버리면 안돼!”


AM 8:00 KTX 기차 안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성 중창단 ‘세레나데’가 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춘 재원들로 구성되었다고 들었는데, 오늘 만나보니 정말 그렇네요(웃음). 소개부터 해주세요.

“하하. 그 소문을 벌써 들으셨군요. 작가님 오늘 인터뷰 준비를 아주 많이 해 오신 듯 하네요(웃음). 저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남성 4중창팀 ‘세레나데’입니다. 테너에 김요한, 유신희, 바리톤에 김진우, 이성진 그리고 반주에 정다은 양이고요. 김진우 군은 현재 열심히 오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 매달 주로 지방을 돌면서 공연을 하는데 그때마다 이른 아침 기차를 꼭 한 명씩 돌아가면서 놓쳐요. 다음엔 내 차례인가? 하며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답니다.”




해가 점점 짧아지고 있으니, 앞으로 아침에 서둘러 나오는 게 쉽지 않겠어요. 그런데 공연을 앞두고 밥을 기차에서 이렇게 햄버거로 때워서 괜찮겠어요?

“우리는 배에서 나오는 소리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이라 밥을 한 끼라도 굶으면 안돼요. 아침식사로 하얀 쌀밥에 된장찌개를 먹으면 좋겠지만, 오늘 같은 날은 할 수 없이 햄버거로 대충 해결해요. 우리 멤버 중 요한이는 뭐로든 잔뜩 먹고 배를 빵빵하게 채워야 소리가 잘 나온다고 하고, 성진이는 햄버거로 배운 채운 날에는 꼭 무대에서 노래할 때 중간 즈음에 소화작용이 함께 일어나 아주 곤욕스러울 때도 있죠. 그래서 우리가 햄버거를 꼭 반만 먹게 해요. 하하”


AM 10:00 KTX 기차 안


멤버 각자에게 어린이 희망음악회는 어떤 의미지요?

“새벽 6시에 서울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서둘러 잡고, 또 부산행 KTX를 2시간 반 동안 타고… 난 사실 처음에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좀 얼떨떨했는데, 공연을 거듭하면서 내게 이 공연이 가져다 주는 의미가 더욱 명확해 지는 것 같아요. 어린이 희망음악회를 하면서 비로소 내가 노래해야 하는 이유, 노래 할 수 있는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됐거든요. 성진이 넌 어때?” (유신희)




“이미 우리는 공연 때마다 설렘을 느끼기에는 너무 많은 공연을 해 본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때때로 노래하는 목적을 잊을 때도 있죠. 그런데 희망음악회 공연을 할 때 병마와 싸우느라 얼굴에 핏기 없는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모습을 볼 때면, 나의 그런 마음가짐을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돼요. 정말 놀랍게도 노래가 한 곡, 두 곡 끝날 때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들의 표정이 차츰차츰 올라가는 것이 눈에 다 보이더라고요.” (이성진)

“목소리라는 것이 굉장히 감성적인 악기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마음을 열기 참 좋은 악기지요. 누구나 쉽게 즐길 수도 있어요. 가사가 있고 가사에 따라 각자 뿜어내는 표정 연기도 있으니 어린 아이들이라도 공감대 형성이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내가 성악을 전공한 것이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죠.” (김진우)

“지난번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성악으로 <올챙이 송>과 <우리들은 미남이다>를 불렀는데 반응이 진짜 좋았어요. 사실 내가 갓난 아기였을 때 거의 반 죽다 살아났대요. 목사님이신 아버지의 기도소리를 4살 때까지 들으며 투병했던 게 생각나요. 그렇다 보니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내게는 남다르게 보여요. 운명적인 만남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어릴 적에는 아팠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다 나았고 이제는 무대에 서서 노래도 할 수 있게 됐다, 오늘 사회 볼 때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할 생각이에요.” (김요한)


AM 10:30 부산역 앞


“부산 앞바다 보고 싶다는 등 우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이동하자! 공연장에서 노래 한 곡이라도 더 맞춰보려면 서둘러야해!”


AM 11:30 부산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3동 1층로비




오늘 무대 보니까 어떠세요? 오늘 공연장은 마음에 드세요?

“공간에서 소리의 울림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공연 전 30분 정도는 리허설을 해 보면서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해요. 소리를 풀(Full)로 다 내면 안 되니까, 어느 정도까지 내질러도 되나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시간을 갖죠.”

“오늘은 무대도 넓고 사방으로 트여 있어 노래하는데 참 좋은 환경이네요. 유동인구도 많아서 관객수도 많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드는데요? 특별히 저는 다음 달에 유학을 앞두고 있어 오늘 공연이 제게는 마지막 어린이 희망 음악회가 될 지도 몰라요. 오늘 진짜 잘하고 싶어요. 최선을 다 할 거예요!”


AM 11:55 (같은 장소)


공연 시작 5분 전인데, 지금 무슨 생각이 드나요?

“보통 연주라고 하면, 페이를 받고 넓은 무대에서 수 천명의 관중에게 박수를 받으며 공연하는 것을 생각하는데, 처음 어린이 희망음악회로 공연했을 때는 노래 선정도 어려웠고, 관객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것도 어려워서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리고 병원 로비라는 공간이 공연을 하기에는 힘든 장소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날이 갈수록 익숙해지면서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보람을 더 많이 느끼고 있어요.”




PM 1:30 (공연을 마친 후 같은 장소)


오늘 공연 어땠나요?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워낙 가깝다보니 환아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더라고요. 아까 한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우리 손을 하나하나 잡으시면서 우시더라고요. 오늘 노래 좋았다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할머님의 모습이 생을 얼마 남겨놓고 계시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 할머니의 흔들리던 눈동자를 보며 우리 노래가 그 분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행복을 드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기도했어요. 우리는 노래를 통해 희망을 주고, 힘을 주고 싶어요. 그 목적을 위해 우리가 가진 달란트를 모두 다 활용하고 싶어요.”


PM 2:30 서울행 KTX 기차 안


그 동안 20회에 가까운 공연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두 분만 하나씩 이야기 해 주세요.

“예전에 공연을 마치고 다음에 우리 또 언제 만날까요? 라고 얘기하곤 했는데, 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남자아이가 ‘이 다음에는 하늘에서요’ 라고 하는데 순간 마음이 너무 아팠아요. 우리에게는 오늘의 공연이 수 많은 공연 중 하나이지만, 이 아이들에게는 마지막 공연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 한 켠이 찡했어요.”

“저도 백혈병을 앓고 있던 한 아이가 기억나요. 그 어떤 아이들보다 밝은 목소리로 우리들의 질문에 호응도 잘 해주고, 공연이 끝나고도 같이 놀았어요. <올챙이 송>을 가르쳐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밝은 모습으로 흥얼거리던지.”


PM 5:00 서울역


“벌써 서울역에 도착했네요. 바다 보이는 전망이 확 트인 병원에서 많은 청중들 속에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 것 같아요. 부산 사람들의 화끈한 정서처럼 공연 중간 중간 청중들의 반응도 아주 화끈했고요(웃음).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이 공연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웃으면 나도 괜스레 웃음이 나와요.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병원만큼 웃음이 잘 없는 곳이 없을 텐데, 우리들을 통해 그들이 한 시간동안만이라도 원 없이 웃을 수 있었으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노래는 없겠죠?




※‘어린이 희망음악회’란?

어린이 희망음악회는 전국의 소아암병동을 중심으로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는 맞춤 공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재능기부와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후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어린이 희망음악회는 병동까지 직접 찾아가는 음악회로 오랜 병원생활에 지친 환아들과 부모님들께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