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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영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한바탕 신명 나게 놀다.

2013.07.19




서울에서 한창 장맛비가 내리던 2013년 7월 12일. 서울 날씨와 달리 폭염으로 들끓는 영암을 찾았습니다. 연신 맹렬한 에너지를 쏟아주는 대지의 기운이 장마로 눅눅해진 이방인의 마음까지 한방에 날려주는 듯 했습니다. 전라남도 영암 삼호종합복지회관 3층 대강당. 공연 한 시간 전, 한예종 학생들의 리허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배우들은 아동극을 연습하다가 어린 아이들처럼 왁자지껄 웃기도 하고, 성악가들은 리허설 중인데도 한 음 한 음 최선을 다해 부르는 모습에서 그네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유쾌함, 그리고 순수함이 전해졌습니다.

맑고 힘있는 영암의 아이들이 드디어 하나 둘씩 공연장으로 들어섭니다. 오늘은 영암에 7개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위한 공연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다문화 가정, 장애 아동, 한부모 가정, 결손 가정, 조손 가정 아이들이 방과후활동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 찬 아이들은 빈 무대를 보고도 뭐가 그리 신나는 지 끊임없이 재잘거립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니 오늘의 <신나는 콘서트>가 더욱 재미있게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오늘의 공연은 혼성5중창 두드림, 남성연희 지음, 아동음악극 동이주락으로 이어집니다. "여러분, 저 잘생겼지요?" 진행자 한필수 씨의 입담을 시작으로 무대에 막이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동네 옆 집 형 같고, 오빠 같은 진행자의 이야기에 낯선 이방인에 대한 경계를 무장해제한 듯 했습니다. 곳곳에서는 준비한 사탕을 나눠주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꿈을 이루다’는 의미의 두드림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말끔한 수트를 차려 입은 남성 4인의 등장에 아이들은 이내 숨을 죽이고 무대를 주시합니다. 그들이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푸니쿨리 푸니쿨라' 노래를 부르자, 아이들은 마치 어디선가 공연 애티켓을 배운 것처럼 멜로디에 맞춰 박수를 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즐겼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나, 이 노래 들어봤어!" "이 노래 알아!" 라고 말하는 남자 아이들도 보였습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랙 에델바이스, 도레미송 등이 흘러나오자, 이번에는 여자 아이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마치 자신이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 수도원의 수련 수녀 마리아가 된 듯 멜로디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이며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서로 눈을 맞추며 합창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감동적인 순간을 오랫동안 간직하기 위해 몇몇 아이들은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두드림팀은 영화 <미션>의 테마곡인 '가브리엘의 오보에'에 이탈리아 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 넬라 판타지아', 우리 민족 고유의 흥취가 살아 있는 장단이 특징인 '뱃노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지금 이 순간' 등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노래들을 불렀습니다. '너희들이 꿈을 이뤄나가는 데 우리가 응원하겠다'는 의미로 '유 레이즈 미 업'을 끝으로 두드림의 공연은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대강당의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서 사실 성악가들에게는 좀처럼 쉽지 않은 공연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두드림 팀은 어린 관객들의 다양한 반응과 무대 매너에 힘입어 감동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두드림팀은 7월에 생일을 맞은 7명의 아이들을 축하해주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당황해 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 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며 특별한 선물을 받은 듯 너무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자신의 생일이 껴 있는 11월, 9월 등에도 다시 이곳을 찾아와 축하해달라며 순진무구한 부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전통예술원 연희팀 지음의 공연입니다. 장구, 꽹과리, 징 등 신나는 사물놀이가 한판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은 그동안 책이나 텔레비전에서만 봐왔던 우리 전통 악기의 출연에 두 눈이 휘둥그레 졌습니다. 지음 팀은 우리 전통 악기에 자연의 소리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얘들아, 꽹과리에는 무슨 자연의 소리가 담겨 있을까?"
"그래, 맞아요. 천둥번개에요. 그렇다면 장구에는?"
"바람? 아니에요. 비 소리죠! 징소리에는?"
"바람 소리, 딩동댕 정답!"


아이들은 질문에 손을 들며 정답을 맞춰나가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두드림 팀과는 달리 지음 공연 때는 리듬에 맞춰 발을 동동 구르고, 무릎을 손바닥으로 치는 등 아이들의 무대 매너는 남달랐습니다. 그건 어디서 배워 체득한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몸에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무조건적인 반사 반응 같은 거겠지요. 지음 공연은 제법 머리가 굵어진 중학교 남자아이들에게 더욱 반응이 좋았습니다. 귀청이 찢어질 듯 긴박한 북 소리는 공부에,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털어내 줄 만한 자극이었을 겁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10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격정적이고 활기찬 사물놀이를 넋 놓고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들은 그 음악 속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습니다. 한 아이는 "사물놀이 소리를 들을 때 이상하게 심장이 같이 쿵쾅거렸다"고 말했습니다. 부디 자신 안에 쌓인 스트레스와 혼돈을 건전하게 음악으로 해소하는 방법을, 그리고 그때의 그 자유로움을 경험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수학을 난로 위에 올려 놓으면? 수학 익힘 책, 딩동댕!"
"바나나가 웃으면? 바나나 킥!"


공연 중간 중간에 사회자는 퀴즈를 내 분위기를 한층 고취시키기도 했습니다. 사회자의 재치에 아이들은 갖가지 자유분방한 대답으로 화답하며 공연은 무르익어갔습니다.




다음으로는 오늘의 야심작 아동음악 극 동이주락 팀의 '동물의 사육제' 공연이 있었습니다. 대강당은 숲 속으로 변했고, 배우들은 몸으로 원숭이, 닭, 새 등의 흉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배우들의 몸짓에 "아! 닭이다. 닭!" "원숭이야!" 소리를 지르며 호기심으로 가득 찬 눈빛을 보여주었습니다. 뿅망치, 장난감 사냥총 등 배우들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가지고 나와 무대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나갔습니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모음곡을 바탕으로 한 공연은 사자의 생일 잔치에 초대된 각종 동물들과 그들을 노리는 사냥꾼이 소동을 벌이는 내용의 음악극으로 이날 최고의 반응을 얻었습니다.

더불어 각 테마별로 2,3분씩 짧은 곡을 구성해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즐겁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음악만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하는 듯 했습니다. 또한 배우들을 따라 각 캐릭터의 움직임을 몸으로 표현하며 너도 나도 배우가 돼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마음을 완전히 연 듯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으니까요. 한번의 공연이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그저 오늘의 공연이 아이들의 눈에, 귀에, 그리고 마음에 좋은 자극제가 되었기를, 그리고 그 여운이 마음 깊숙한 곳에 오랫동안 남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