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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라이브러리] 전형성을 탈피한, 전 세계 이색 도서관

2015.03.10

전형성을 탈피한, 전 세계 이색 도서관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도서관의 모습일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가 남긴 명언은 도서관이 얼마나 아름다운 공간인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어디 그뿐인가? <도서관의 탄생>의 저자 스튜어트 머레이(Stuart A. P. Murray)는 “도서관은 인류가 창안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라 정의하고, 빌 게이츠(Bill Gates)는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은 내가 살던 마을의 도서관이었다”고 회상한다. 사면이 책으로 빼곡히 둘러싸인 세상에서 가장 지적인 공간에서 원하는 정보를 자유로이 열람하고, 관심 분야를 심도 있게 탐독할 수 있는 도서관.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보급으로 책을 찾고 자료를 뒤적이는 ‘탐독의 즐거움’을 잃어가는 요즘이지만, 이 불편한 진실 속에서도 독특한 운영철학으로 도서관의 새로운 롤 모델을 제시하는 공간들이 있다. 단순히 방대한 도서목록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큐레이팅, 예술작품 못지않은 건축미, 창의적인 내부 프로그램을 앞세워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세계의 이색 도서관을 소개한다.

미국뉴욕  아트 라이브러리(Brooklyn art library)

 

출처: 아트 라이브러리 공식 블로그

최근 주목받는 라이브러리는 규모는 작지만,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 ‘백화점식 진열’ 대신 소장 도서를 전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단편적 정보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인데, 이를테면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 서적들을 비치해 공간에 ‘방점’을 찍는 식이다. 책장 가득 책이 꽂힌 딱딱하고 정형화된 도서관 이미지도 탈피한다. 마치 트렌디한 카페에 들어선 듯 젊은 독서층의 취향에 걸맞은 인테리어 디자인은 기본이다. 대표적인 곳이 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 자리한 '아트 라이브러리'. 거친 콘크리트 바닥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곳은 1만 여 권의 예술 관련 서적을 보유한 도서관. 리딩룸 내에 비치된 빈티지 책상에 앉아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와 함께 독서를 즐기는 뉴요커들로 늘 북적인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전 세계 아티스트의 메모와 스케치를 담은 4,500여 권의 ‘스케치북’. ‘스케치북 프로젝트(Sketchbook Project)’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 자료들은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핸드 메이드 도서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도서관 내 컴퓨터에서 아티스트 이름이나 관심 테마를 검색해 스태프에게 문의하면 도서관 직원들이 그에 맞는 스케치북 2권을 추천하는 식이다. 25달러에 스케치북을 구입하면 방문객 누구나 스케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 복사본도 소장이 가능하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고 진솔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연 매력적인 도서관이라 할 만하다.

일본 후쿠시마 픽처 북 라이브러리(Picture Book Library)

한 가지 분야를 특화한다는 점에서 2005년 문을 연 일본 후쿠시마 이와키(Iwaki)의 ‘픽처 북 라이브러리’ 또한 주목할 만하다. 아이들을 위해 선별한 세상의 모든 그림책이 무료 1만 여점.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책을 진열하는 방식인데, 반드시 그림책 표지가 보이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같은 도서관 대표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는 천장 끝까지 유리로 된 진열장을 쌓아올려 하나의 거대한 쇼룸을 완성했다. 유리로 만든 서가에 ‘얼굴’을 내민 그림책만 자그마치 1,500권. 이 진열장들을 따라 나선형으로 난 콘크리트 계단을 오르면 언제든 원하는 그림책을 꺼내 읽을 수 있다. 삼삼오오 계단에 모여 앉아 그림책을 살피는 아이들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난 놀이터에 들어온 듯 유쾌하다.

출처: litbloc

네덜란드 로테르담 북 마운틴(Book Mountain)

도심의 번잡함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책과 함께 휴식의 여유를 주고자 하는 시도는 최근 문을 연 도서관들의 공통 화두다. ‘자연’을 테마로 도서관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숲처럼 꾸미는 이 같은 시도는 2012년 문을 연 네덜란드의 ‘북 마운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로테르담(Rotterdam)에 위치한 도서관은 사면이 유리로 된 480m의 피라미드형 건물을 표방하는데, 유리와 벽돌, 목재와 같은 주요 자재에 친환경 제품을 고집했다. 도서관 서가에는 화분을 재활용한 불에 잘 타지 않는 목재를 사용했다. 무엇보다 ‘북 마운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부 서가에 책을 산처럼 쌓아올린 것이 인상적. 통유리를 통해 자연채광이 쏟아져 방문객들은 마치 자연 속에서 일광욕을 즐기듯 책을 벗할 수 있다. 이 자연 친화적인 근사한 디자인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건축 회사 MVRDV가 담당했다.

중국 베이징 리위안 도서관(篱苑图书馆, LiYuan Library)

베이징에 자리한 ‘리위안 도서관’은 자연과 교감하는 모습을 보인다. 베이징(Beijing) 중심가에서 약 50km 떨어진 화이러구의 청정지역. 300여 명의 주민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들어선 리위안 도서관은 자연 속에 들어선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하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로부터 “장소와 재료, 형태와 빛에 대한 이해를 통해 수수하지만 힘 있는 건축물을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개울가 옆에 자리한 도서관은 산자락 한 모퉁이에 소박하게 들어앉았으며, 꽃과 단풍, 설경으로 저마다의 옷을 갈아입는 사계절과 자연스레 호흡한다. 철이나 콘크리트를 전혀 쓰지 않고 나뭇가지를 납작하게 엮어 외관을 완성했으며, 이 또한 주민들의 땔감을 사용했다. 전기나 수도 설치를 배제해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하고 여름에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통해 삼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건축가 리 샤오동(Li Xiaodong)의 독특한 운영 철학도 빼놓을 수 없다. 책 두 권을 가져오는 방문객은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책 한 권을 도서관에서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 방문객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내가 큐레이팅하는 도서관’이라는 공동의 목표의식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한국 서울 현대카드 라이브러리(Hyundaicard Library)

디지털 문화에 잠식당한 나머지 도서관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진 현상은 국내도 마찬가지. 여기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두 가지 이색 도서관을 선보이며 ‘서가書架의 부재’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운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2013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DESIGN LIBRARY)'는 바우하우스 이후의 디자인사를 조망한 1만 3000여 권의 전 세계 디자인 도서를 구비해 아이디어와 창조적 영감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현대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관의 키워드는 ‘큐레이팅(curating)’. 전 세계 주요 도서관의 소장 도서 선정 절차를 광범위하게 조사한 뒤 엄선한 소장 도서들은 그 퀄러티가 남다르다. 특히 매월 진행하는 ‘라이프 콜렉션(LIFE COLLECTION)’은 도서관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매월 주제를 달리해 포토저널리즘의 정수인 잡지 <라이프LIFE>의 콜렉션을 선보이는데, 지난 1월에는 한 시대를 뜨겁게 달군 스타들의 모습을 담은 표지들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레어 콜렉션(RARE COLLECTION)’은 희귀본 컬렉션 중 일부를 매월 테마에 맞춰 전시하는 프로그램. 최근 2월의 희귀본 컬렉션 테마는 ‘영국’으로 <Martin Parr>, <he Beatles> 등 현대 영국 문화의 정수를 담은 도서들을 모았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지난해 5월 강남구 선릉로에 문을 연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TRAVEL LIBRARY)’는 ‘여행’을 테마로 한 현대카드의 두 번째 전문 도서관. 126년 역사의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 전 세계 컨템퍼러리 뮤지엄의 최신 이슈를 다룬 <뮤지엄북> 등 1만 4,761권의 여행 장서를 자랑하며 별도의 북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목적지 중심의 관습적 여행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신만의 테마 여행을 발견할 수 있는 영감을 제시한다.

현대카드가 큐레이션한 서적과 다양한 오브제로 구성된 다섯 번째 테마 컬렉션 ‘Bitter Sweet Journey’가 4월 5일까지 진행 된다. 과거 유목민의 식량이자 철학자와 예술가의 필수품으로 불리어진 커피. 커피의 원산지부터 카페 문화가 꽃핀 유럽으로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카페 문화를 통해 달콤하면서 쌉쌀한 커피의 맛과 멋을 새롭게 발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와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Writer. 박나리

<런던, 클래식하게 여행하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