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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라이브러리] 플리마켓, 길 잃은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

2015.03.24


여유로운 주말, 도심 곳곳에서 다양한 테마로 열리는 플리마켓에는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과 발견이 있다. 손재주 좋은 셀러와 존재감을 알리고 싶은 예술가, 친구나 애인 혹은 혼자서 배회하는 방문객들이 모두 모이는 그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와 특유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며, 또한 삭막한 도심 속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네잔치 같은 느낌 탓인지 어릴 때 골목에서 누렸던 소소한 모험을 어른이 되어 다시 하는 기분을 들게 하고, 우리가 쌓아온 시간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동화처럼 재미난 경험을 꺼내어 선사하는 플리마켓으로 떠나보자.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그 지역의 플리마켓을,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동네의 플리마켓이 좋겠다. 





홍대, 이태원, 연남동... 마켓은 계속된다


1. 홍대앞 예술시장 프리마켓 공식 페이스북    

2. 이태원 계단장 우사단 마을 공식 페이스북


국내 플리마켓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는 홍대 놀이터에는 여행지에서의 플리마켓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다. 예술가들이 직접 좌판 가득히 작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찾을 수 있는 핸드메이드 제품은 백화점, 면세점, 혹은 강남의 편집샵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물건이다. 

내친김에 이태원의 계단장에도 찾아가 보자. 좁은 계단을 따라 늘어선 아기자기한 좌판에서는 파인애플과 생강이라는 이상한 조합의 잼도 발견할 수 있다. 플리마켓에서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살 생각도 못 해봤을 법한 물건에 지갑을 여는 일은 다반사. 한 달에 한 번 이슬람교 중앙회 앞에서부터 시작되는 계단장 플리마켓은 평소 어느 상점에서도 보지 못한 신기한 제품들로 가득하다. 최근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는 연남동 마켓에서는 왠지 모르게 건강한 기운이 풍긴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꾸려가는 이 마켓에는 각종 유기농 식재료와 설탕, 버터가 들어있지 않아도 맛이 좋은 브라우니는 물론 핸드메이드 제품까지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한 장터다.


요즘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파워블로거끼리,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카페나 스튜디오에서 소소하게 여는 플리마켓들이 조용히 인기를 끌고 있다. 감각과 센스를 SNS를 통해 검증받은 셀러들의 물건들은 빠른 시간에 완판될 정도인데, 이런 류의 플리마켓은 꼭 물건을 구입하기 위함이 아닌 새로운 이슈에 목마른 이들이 찾는 놀이터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플리마켓



나른함을 느끼는 날에는 결심하고 쓸 수 있는 휴가를 모아 무작정 아르헨티나로 떠나보자. 내가 바라고 꿈꿨던 것과 거리가 멀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남미의 오래된 도시를 걸으며 발견한 보물 같은 시장, 에비타의 영혼이 떠도는 것만 같은 레꼴레따 플리마켓에 도착하면 진짜 벼룩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먼지 쌓인 골동품을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겐 버릴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겐 독특하면서 색다른 장터의 물건들은 생각보다 잘 팔리기도 한다. 소유자의 일상을 품고 있던 이국의 낡은 물건이 대량생산된 물건과 비교도 안될 만큼 더없이 멋져 보이게 하는 것도 플리마켓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유럽의 플리마켓 어디까지 가봤니?



화려한 과거와 문화적 풍요를 품은 대륙답게 유럽에는 플리마켓 명소들이 참 많은데 복식과 실내장식, 각종 소품 등등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방대한 규모의 플리마켓들은 유물의 거대한 전시장 같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를 여행한다면, 주말 오전에는 빈티지 골동품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는 방브 플리마켓을 권하고 싶다. 깐깐한 파리지엥 셀러가 도끼눈으로 구경꾼을 감시하기도 하고, 인심 넉넉한 셀러가 자꾸만 만져보길 권하기도 하는 그곳에서는 셀러의 개성을 탐색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화 ‘노팅 힐’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포토벨로 마켓은 런던의 지하철  ‘튜브’를 타고 ‘노팅 힐 게이트’ 역에서 내릴 때부터 탐험이 시작된다. 시장을 향하는 사람들을 따라 자연스레 발길을 옮기면 알록달록한 파스텔 톤의 편집샵이 즐비한 거리를 지나 노점이 즐비한 마켓에 당도하게 된다. 화려한 앤틱에 시선이 뺏기는 파리의 플리마켓과는 사뭇 다르게 소박한 멋이 가득한 그곳에서는 고서적과 헌 옷, 길거리 음식들을 즐기며, 또 런던의 주택가를 유유자적 산책하며 마음껏 길을 잃을 수 있다.





맨해튼 한복판에서 만나는 플리마켓


1.2 헬스키친 플리마켓 공식 사이트    


도심 속의 플리마켓하면 뉴욕을 빼놓을 수 없다. 6번가와 24~27번 스트리트가 만나는 곳에서 열리는 아넥스 앤티크 페어 & 플리마켓에서는 온갖 실내장식품과 가구, 보석류를 만나볼 수 있다. 76~77번 스트리트에서 일요일마다 서는 그린 플리마켓은 농부들이 직접 자신이 기른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시중가의 거의 절반 가격으로 파는데, ‘그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센트럴 파크 근처 콜럼부스 서클 마켓에는 옷과 액세서리, 공예품이 많은데, 이처럼 관심 있게 구경하고 구입할 아이템에 따라 마켓을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는 곳이 바로 뉴욕 플리마켓이다.





길 잃은 이가 머무는 곳, 플리마켓과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플리마켓에는 낯설고도 편안한 일탈을 꿈꾸며 길을 잃은 이들에게 잠시나마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마법이 있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곳,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도 그런 곳이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여행지를 가판에 올려두고 상상과 설렘으로 이리저리 흥정하는 플리마켓과 닮아있다.

현대인 누구나 모험을 원하지만 일탈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의도적으로 길을 잃는 방법은 있다. 플리마켓을 찾아 국적불명, 출처불명의 낯선 물건들을 구경한 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들러 지도를 펼친 후 코코넛 프로즌 밀크 앤드 키위를 마시는 것. 지금 당장, 가장 쉽고도 완벽한 모험을 떠나보자.








 

 Writer. 테오
여행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