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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2010 이전] 현대카드 광고가 성취한 것

2010.09.21


관련 광고영상, TV, 2005년 7월 on-air



현대카드 광고를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불편함”이었다. 

不文律같이 존재하는 광고 크리에이티브와 매체 간의 “궁합”을 고의로 무시한 듯한 느낌이었다.  따지고 보면,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궁합이란 것도 그렇게 전문적인 지식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한 20년 광고홍보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은 感이랄까? 그런 정도의 것을 말한다. 가령 고품격 여성잡지와 지상파TV 일일드라마에는 각각 어울리는 광고가 따로 있다는 정도? 외국모델이 떼거지로 나와서 폼만 잡는 이런 광고는 명품 브랜드의 잡지 광고에나 어울린다는 그런 정도의 상식 말이다. 


여하튼 나의 상식과 어긋나는 현대카드 광고는 계속해서 원인 모를 불편함을 느끼게 했고, 마치 평면 브라운관 위에 양각으로 카드를 새겨 놓은 듯 도드라진 느낌으로 나를 계속 괴롭혔다. 거기다 심지어 메시지와 광고소재의 형태가 점점 다양화 되어갔고, 끝없이 이어질 기세로 지속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진행됐다. 그 불편함은 관심으로 변해갔고, 나는 어느새 다음 광고를 기다리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거 모 햄버거 광고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와 같은 기막힌 카피 한 줄에 꽂혔던 기억은 있지만, 한 브랜드의 광고 전체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과연 현대카드 광고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이며, 결과적으로 성취한 것은 무엇인가? 


현대카드 광고의 첫 번째 성공요인은 명확한 세그멘테이션이다. 

앞서 말했던 현대카드가 주는 일종의 “불편함”은 바로 이 세그멘테이션 전략이 광고 크리에이티브 속에 녹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버지는 말하셨지..”로 시작하는  한 현대카드 TV광고가 있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아버지가 “인생을 즐기라”는 인생철학을 남기셨다는 것인가. 이 광고의 모든 모델들은 테디베어의 두상을 쓰고 럭셔리한 소비생활을 즐긴다.  


인생을 즐기라는 아버지의 유지(“말하셨지”라는 과거형 표현에서 유언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가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현대카드의 고객이 될 수 없다. 아니, 적어도 그런 넉넉하고 소비지향적 삶이 가문의 전통이 될 수도 있음을 이해하려는 마음 정도는 있어야 현대카드 고객 세그먼트에 포함될 수 있다. 현대카드의 대부분 광고는 고급스러우면서 다소 서구적인 스타일을 통해서도 이러한 구분 짓기를 효과적으로 성공시킨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둘째, “포인트”와 “알파벳”을 강조하되 항상 쿨한 표현방식을 유지한다. 현대카드의 포인트를 강조하는 유전인자는 M포인트 적립을 통해 차량구입가를 보조 받을 수 있다는 초창기 현대카드의 출발점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온다. 그러나 M뿐 아니라 H, S, T 등 다양한 알파벳에 따른 다양한 포인트적립 방식을 계속 나열함으로써 생활의 모든 영역을 커버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조한다. 


 

 

<알파벳을 강조하다>



셋째, 상당히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메시지를 하나의 스타일로 묶어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현대카드가 매우 일관된 캠페인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다양한 종류로 나누어져 있다. M포인트, 알파벳, 프리비아, 생활의 기술, 기업PR,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생각해봐, 놀라운 이야기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컨셉으로 광고를 진행해왔다. 심지어 카드의 옆면에 색깔을 넣었다는 메시지만으로 광고를 만든 카드 브랜드는 아마 현대카드가 유일할 것이다. 



<현대카드의 다양한 활동들>



물론 이런 다양성 자체가 성공요인이란 말은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메시지를 하나로 묶는 현대카드만의 브랜드 정체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이렇게 다양한 컨셉의 광고를 지속함으로써 얻어진 것일 수도 있다. 

카드는 단지 소비를 돕는 도구이며 소비를 조장하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이를 극복하려다 보면 똑똑하고 스마트하고 아껴 쓰고 절제하라는 등, 카드 회사의 목표와 다소 어긋나는 방향으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 나아가기 쉽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다른 모든 카드가 추구했던 브랜딩 전략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을 성공시켜왔다. 쿨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소비의 미덕과 꿰뚫고 있는, 그리고 고급취향의 문화를 소비할 능력을 보유한 그런 계층들이 소유한 카드. 이것이 지금까지 현대카드 광고가 구축해온 현대카드의 브랜드 이미지이다. 


넷째, 최근의 make, break, make 캠페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상품과 기업철학을 일치시키는 시도를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자화자찬 같은 이런 형태의 광고는 현대카드 광고의 일관된 톤앤매너, 즉 메시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는 쿨한 전달방식을 토대로 소비자들에게 믿을 수 있는 기업의 새로운 형태를 제시한다. 현대카드의 고객은 어느새 현대카드와 같이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새로운 문화현상을 앞서 받아들이는 쿨한 소비자로 변모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과 함께 현대카드라는 뛰어난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한 주체로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



<make, break, make 캠페인>



현대카드가 성취한 것은 카드회사 중 가장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의 시작은 현대자동차 구매시의 할부금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카드가 기타 다른 카드와 구분되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물론 현대백화점 카드 역시 출발점 중 하나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으로는 독립적인 강력한 브랜드가 탄생할 수 없다는 것을 현대카드는 잘 인지했다. 백화점카드로 출발한 다른 카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초 카드를 출발시킨 모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독립적인 파워브랜드로 거듭날 수 없다.


다들 한번씩 “현대카드”라고 말하면서 머릿속에 무엇이 떠오르는지 생각해보면 좋을듯하다. 현대카드는 이미 자신이 출발했던 옛날의 어머니 품에 있지 않다. 단지 스타일이 뛰어난 보기 좋은 이미지 광고라고 생각됐던 그 광고들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속에 매우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고 있다. 





Writer. 이종민

SBS 광고2팀 부장

고려대학교를 졸업해 SBS에 입사 홍보와 심의부서를 거쳐 97년부터 14년간 SBS광고국에서 수많은 TV광고를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