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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가진 전천후 뮤지션 벡(Beck)의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

2016.05.04


악보로만 공개했다가 이후 수많은 현업 뮤지션이 레코딩하면서 앨범 형태로 발매된 [Song Reader], 그리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사전 계획 없이 모여 단 하루 만에 곡을 창조해냈던 '레코드 클럽' 프로젝트 등에서 짐작할 수 있듯 벡은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와 그 일환인 콜라보레이션에 무척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인물이었다. 인맥 또한 남다른 벡이었고, 따라서 그런 그와 함께 협업해낸 아티스트들을 되짚어 보는 것은 그의 음악적 DNA를 탐구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Paul McCartney – 공연 협연부터 그래미 어워드 해프닝까지 연속된 인연


제58회 그래미 시상식 애프터 파티에서 벡이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입장 거부당했던 사실이 일단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이전에 여러모로 벡과 겹치는 지점이 있는 인물이었다. 일단은 벡의 아버지 데이빗 캠벨이 폴 매카트니의 2001년 작 [Driving Rain]에 참여한 이후 몇몇 앨범들에서 함께한 적이 있고, 벡의 경우엔 동물 애호 단체 PETA 설립 35주년을 기념해 할리우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폴 매카트니의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참고로 벡의 프로듀서 나이젤 고드리치는 폴 매카트니의 2005년도 앨범 [Chaos and Creation in the Backyard]의 총 프로듀서를 담당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3Beck 벡 & 폴메카트니 합동공연 이미지



Jack Black – 연기와 노래를 제공한 코미디 배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스쿨 오브 락], [쿵푸팬더] 등으로 알려진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은 아직 스타가 되기 이전인 1999년 무렵 벡의 'Sexx Laws'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이 혼란스러운 뮤직비디오에서 그는 아예 중간에 대사까지 삽입되기도 할 만큼 핵심인물을 연기해내고 있었다. 이후에는 벡의 [Song Reader] 앨범에 잭 블랙이 직접 참여해 ‘We All Wear Cloaks’라는 곡을 녹음하기까지 한다-이 앨범에는 잭 화이트(Jack White)도 있다-. 또한 잭 블랙의 밴드 터네이셔스 D(Tenacious D)의 첫 번째 정규앨범은 벡의 프로듀서 더스트 브라더스가 프로듀싱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처럼 세상이 여러모로 참 좁다.



출처: Youtube



Nate Ruess (of Fun.) – 음악적 영웅이 선사하는 피처링


올해 초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0 <5 Nights Ⅱ> 내한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짙은 인상을 남긴 펀(Fun.)의 네이트 루스(Nate Ruess). 그는 자신의 음악적 영웅 중 하나인 벡을 첫 솔로 앨범 [Grand Romantic]의 삽입곡 'What This World Is Coming To'의 피처링 대상으로 꼽았다. 인터뷰에 의하면 네이트 루스는 도대체 벡 같은 사람이 왜 자신의 앨범에 함께하기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실 네이트 루스는 'You Light My Fire'를 벡의 재기 넘치는 [Midnight Vultures] 스타일로 함께하고 싶었지만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벡의 공연을 보고 [Sea Change]나 신작 [Morning Phase] 분위기 같은 차분한 곡을 함께해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벡 역시 'What This World Is Coming To'를 마음에 들어 했으며, 네이트 루스는 벡을 가리켜 일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놀라운 사나이라며 칭송했다.


 

출처: Youtube



The Chemical Brothers – 절제된 비트와 서정적 멜로디의 조화


영국을 대표하는 전자음악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는 매 앨범마다 다양한 보컬을 참여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초기 빅 비트 스타일로 돌아왔던 작년도 앨범 [Born in the Echoes]의 마지막 곡 'Wide Open'에서 벡이 노래를 불렀는데, 케미컬 브라더스의 절제된 비트 사이에 벡의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적절히 매치되면서 현재 유행하고 있는 EDM의 파도에 결코 묻히지 않는 별개의 색을 지닌 트랙으로 완수했다. 확실히 벡의 참여가 곡을 더욱 진중하게 만들어내는 작용을 한다. 


 

출처: Youtube



M83 – 80년대 신스팝에 녹아 드는 목소리


케미컬 브라더스는 물론 곧 첫 내한공연을 가질 예정인 프랑스 출신의 전자음악 뮤지션 M83의 새 앨범 [Junk]에서도 벡은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주었다. M83은 밴드 기반으로 서정적이면서 과거 지향적인 전자음악을 만들어온 아티스트인데, 벡이 함께한 'Time Wind'라는 곡은 M83 특유의 멜랑꼴리한 80's 신스팝처럼 주조해 놓았다. 벡 또한 능청스럽게 이 바이브를 요리해낸다. 벡의 투어에서 꽤나 오랜시간 베이스를 연주했던 저스틴 멜달-존센(Justin Meldal-Johnsen)은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M83의 최근 2장을 그가 프로듀싱했다. 때문에 벡과 M83의 협업에는 저스틴 멜달-존센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출처: Youtube



Air – 감미로운 전자음악과 어울리는 담담한 나레이션


벡은 의외로 전자음악 뮤지션들과 많이 작업해왔지만 아티스트를 선별할 때 확실히 자신의 취향 같은 것이 엿보였다. 프랑스 출신으로 90년대 말부터 달콤하고 은은한 소리 만들기에 집중했지만, 국내에서는 'Sexy Boy'의 코믹한 이미지가 부각된 듀오 에어(Air)의 2001년도 앨범 [10 000 Hz Legend]에 수록된 'The Vagabond'는 하모니카로 시작해 어쿠스틱 기타로 전개된다. 결코 흥분하는 법 없이 에어와 벡 각각의 음악적 색채가 적절히 믹스되어 있는 곡으로 완성됐다. 에어 특유의 시네마틱한 스트링, 그리고 그 위에 담담하고 로맨틱하게 읊조리는 중반부 나레이션은 전성기 시절 셀쥬 갱스부르(Serge Gainsbourg) 마저 떠오르곤 한다. 곡 막바지의 팔세토 애드립은 좀 과하지만 나름 코믹하며, 결국 곡이 끝날 무렵 자기가 생각해도 이상한지 결국 웃어버리는 것이 그대로 앨범에 실렸다.


 

출처: Youtube



Charlotte Gainsbourg –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불러온 콜라보레이션


셀쥬 갱스브루의 딸 샬롯 갱스브루(Charlotte Gainsbourg)와도 작업했다. 샬롯 갱스브루의 2009년도 솔로 앨범 [IRM]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공동작업을 시작했는데, 두 사람은 서로가 비슷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필자 생각에는 워낙 벡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샬롯 갱스브루의 취향을 커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벡은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곡해줬고, 자신의 아버지 데이빗 캠벨(David Campbell)까지 끌어들여 스트링 섹션을 완성했다. 앨범에 수록된 'Heaven Can Wait'의 경우에는 아예 벡이 노래까지 같이 불러줬는데 기괴한 뮤직비디오에 벡이 직접 출연까지 감행하며 이 프로젝트에 힘을 실어준다. 


 

출처: Youtube



벡은 샬롯 갱스브루의 아버지인 셀쥬 갱스브루에게 일종의 빚이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의 곡 'Paper Tiger'에서 셀쥬 갱스브루의 'Cargo Culte'를, 그리고 'The Horrible Fanfare/Landslide/Exoskeleton'에서도 마찬가지로 셀쥬 갱스브루의 'Requiem Pour Un Con'의 비트를 샘플링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샬롯 갱스브루의 [IRM] 앨범의 컨셉만을 확인하면 셀쥬 갱스브루와 제인 버킨(Jane Birkin)의 작업물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지만 정작 그런 분위기는 샬롯 갱스브루와의 작업물보다는 의외로 벡이 배트 포 래쉬스(Bat for Lashes)와 영화 [이클립스]를 위해 만들고 듀엣 한 'Let's Get Lost'에서 더 두드러진다.



Thurston Moore (from Sonic Youth) – 부지런한 벡의 프로듀서로의 면모


벡은 프로듀서로서의 작업 또한 꾸준히 이어나갔다. 레코드 클럽 프로젝트 당시 함께했던 소닉 유스(Sonic Youth)의 써스턴 무어(Thurston Moore)의 2010년 솔로 작 [Demolished Thoughts]를 프로듀싱했고, 비슷한 시기인 2011년도에는 페이브먼트(Pavement) 출신의 스티븐 말크머스(Stephen Malkmus)의 밴드 스티븐 말크머슨 앤 더 직스(Stephen Malkmus and the Jicks)의 [Mirror Traffic]도 프로듀싱했다. 둘 다 약간은 삐딱한 기타 중심의 날것이 부각되는 인디 록 앨범이었는데, 벡의 프로듀서로서의 작업물 중 샬롯 갱스브루 정도만을 알고 있던 이들에게는 이것들이 꽤나 의외의 작업이라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Seu Jorge – 남미의 보사 노바까지 섭렵하다


벡은 과거 자신의 작품에서도 보사 노바를 비롯한 남미 음악들을 적극 수용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자신의 보사 노바 트랙 'Tropicalia'를 브라질 뮤지션 세우 조르쥬(Seu Jorge)와 함께 다시 부르기에 이른다. 세우 조르쥬는 데이빗 보위(David Bowie) 곡들을 보사 노바로 커버한 앨범, 그리고 영화 [시티 오브 갓]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뮤지션인데 에이즈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컴필레이션 [Red Hot + Rio 2]를 위해 벡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새롭게 성사됐다. 세우 조르쥬의 목소리가 입혀진 벡의 곡을 들으면 그저 벡이 그럴듯하게 이 장르를 흉내만 내는 수준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다. 벡은 비교적 여러 장르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지만 그 모든 것들에 정통한 편이었다.


 

출처: Youtube





Writer. 한상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