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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2010 이전] 현대카드 광고를 찍는다는 것은?

2010.09.21


관련 광고영상, TV, 2008년 10월 on-air



‘생각해봐’ 캠페인의 컬러코어, 클럽서비스, 스페이스마케팅편을 비롯해 슈퍼기프트 컬렉션, 알파벳 공장, 가상의 카드회사, 슈퍼매치∙슈퍼콘서트 등 2007년부터 2010년 현재까지 30여 편의 광고를 제작해 온 민광섭 감독에게서 현대카드 광고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들어보았습니다.




<‘파란고래 하늘을 날다’에서 제작한 광고들>



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은 필요 없다


현대카드 광고를 찍는데 있어서 가장 큰 특징은 작업과정에 로스(loss)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광고주, 대행사, 제작사가 명확한 컨셉을 공유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에 쓸데없는 시간이나 인력의 낭비가 없습니다. 광고주의 취향이나 욕심 때문에 생기는 군더더기 없이, ‘어떻게 하면 컨셉을 가장 잘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만 집중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크리에이티브를 발현할 수 있습니다.

타사 광고를 제작할 때와 가장 큰 차이점은 컨셉은 명확하게 제시해주고, 구현되는 크리에이티브 방식에 있어서는 거의 간섭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이 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적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책임진다는 것은 늘 새롭고 독특한 표현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전략이해는 쉽다. 그러나 만들기는 어렵다


현대카드 광고의 또 하나의 특징을 들자면, 시안작업을 위해 대행사나 광고주로부터 전략을 들었을 때 막막했던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전략을 들을 때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먼저 드는 생각은 대부분 ‘재미있겠다’ 입니다.

또한 현대카드는 다른 광고주에 비해 시안 제작에 시간을 충분히 주는 편입니다. 사실 막막함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 제약에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략을 이해하는 게 쉽다고 해서 제작과정도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전략이 명확하고 심플한 만큼 그것을 ‘현대카드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은 늘 새로운 고민거리입니다.

제작 과정이 쉬웠던 광고는 하나도 없었던 것 같은데 특히 하나를 꼽으라면 ‘생각해봐’ 캠페인이 유독 힘들었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정지컷>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툴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넣어야 할지 고민하고 그것을 넣었을 때의 느낌에 대한 테스트 작업을 시행하는 등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드는 BGM, 카피, 영상


현대카드 광고에서는 특히 BGM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컬러코어나, 아이콘, 변화 M 편 등에서 독특한 BGM을 선보였는데, 이 또한 현대카드스러움을 만드는데 일조 했다고 봅니다.

BGM은 비주얼과 완전히 매칭시키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약간 언발란스하게 매칭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수위조절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위를 잘못 맞추면 비주얼과 동떨어진 BGM이 되고, 너무 딱 맞추면 그저 무난한 BGM이 됩니다. 비주얼을 살려주면서도 독특한 BGM을 만들기 위해서 수많은 회의를 거쳐 오디오 코드를 잡습니다.

오디오와 비디오 중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가는 광고에 따라 다르고 기본적으로 오디오와 비디오의 보완관계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디오에 중점을 두는 편입니다.



<BGM이 독특한 광고 아이콘편>



그렇다고 BGM에만 중점을 두는 것은 아닙니다.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광고의 경우는 정해진 소스를 받아서 필요한 것만 추가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카피를 가장 중심에 둡니다. 카피를 비주얼이 얼마나 보완해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광고는 편집화면 중심인데 소스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특히 콘서트를 표현할 때에는 역동적인 부분이 모자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퍼매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표현을 위해 별도로 촬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랜스암스트롱을 초청한 뚜르드코리아(Tour de Korea)의 경우 대역을 사용해서 대부분 장면을 촬영했고, 마지막 부분에 암스트롱의 얼굴영상만 합성했습니다.



<대역으로 촬영해 얼굴만 합성한 뚜르드 코리아 광고>



CG작업의 경우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립니다. ‘알파벳 공장’편을 찍기 위해 기계 설비와 관련된 책을 많이 봤습니다. 상상력이 기본이긴 하지만 기계의 기본구조 정도는 알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알파벳 공장 주요 장면>



‘변화M’편의 경우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등장합니다. 한 화면의 디스플레이를 연출하기 위해서 아트디렉터는 3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합니다. 사실 OK컷을 찍는 데는 10초면 족하고, 이것은 실제 광고화면에서 1~2초 정도 등장합니다. 다양한 디스플레이 구성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한 장면 세팅하는 데 30분 이상 걸린 디스플레이>



과거 영상이나 이색적 화면을 구현하는데 요구되는 것은 수공업적 근면성입니다. 무작정 찾아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라이브러리가 있다 해도,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옛날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합니다.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실제로 찍어서 예전 화면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 영상 만들어 붙인 도밍고편>



‘현대카드 광고를 찍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같이 작업을 하다 보면 광고주나 기존 광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장점도 많습니다. 그러나 광고주들은 언제나 새로운 광고를 추구하다 보니 새로운 대행사의 작품을 보고 싶어하기 합니다. 한 제작사와 3~4년을 함께 일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현대카드처럼 오랫동안 같이 일하는 광고주는 매우 드문편입니다.


현대카드 광고를 찍는다는 것은 감독에게 있어 굉장한 레퍼런스입니다. 경쟁 PT에 들어가서 ‘현대카드 광고를 찍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만으로 엄청난 신뢰를 얻습니다. 이런 업계의 신뢰에 가장 현대카드스러운 광고로 보답하는 것이 감독의 몫인 것 같습니다.





Writer. 민광섭

‘파란고래 하늘을 날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