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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라이브러리] 비밀스런 서가의 빈틈에서 FIND-PLAY-PLAN

2014.05.27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왠지 틈새가 좋았다. 숨바꼭질을 할 때도 어둑어둑한 구석이나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 몸을 숨기곤 했다. 내 몸하나 겨우 들어갈만한 좁은 틈, 그 틈을 비집고 숨어 들 때면 묘한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락하고 아늑한 내 공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스런 거처.


트래블 라이브러리란 서가에도 숨바꼭질하듯 숨어들 틈은 존재한다. 책장의 어딘가를 노크하면 ‘철커덕’ 하고 열리는 은밀한 방처럼 낯설고 근사한 경험. FIND, PLAY, PLAN의 세 단어가 비밀의 키다. 동굴같이 펼쳐진 라이브러리의 곳곳에서 등불처럼 반짝이는 글씨가 보인다면 재빨리 들어가 숨는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라는 동굴은 탐험정신을 자극하는 여정처럼 짜여있는 길이다.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와도 같이 라이브러리 곳곳을 탐험하듯 살펴봐야 한다. 1층 출입구에 들어서서 몇 발자국 옮기면 왼편의 책장들 사이로 첫 번째 틈이 눈에 띈다. 높다란 벽면 빼곡히 쌓인 책들 속에서 하마터면 버려질 뻔했던 사각지대.


이곳은 도시를 발견(FIND)하는 방이다. 방 안에 들어서면 양쪽은 온통 거울, 머리 위론 전 세계 국적기 미니어처들이 하늘을 난다. 벽면을 가득 채운 칸칸마다 91개 도시의 지도가 꽂혀 있는데, 죽 훑어 보면 도시마다 칸의 개수가 다름을 눈치챌 수 있다. 알고 보면 단순한 이유. 더 많은 칸을 차지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도시란 뜻이다. 용도나 쓰임에 따라 골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버전의 지도를 두루 구비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꺼내어 펼쳐 본다.






이제 아늑하게 웅크린 둥근 천장을 향해 중앙 계단을 빙빙 돌아 오른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길은 굽이굽이 돌아 오르는 약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다락방같이 생긴 꼭대기 층에 다다르면 구석 한 켠에 어두컴컴한 방의 입구가 보인다. 커다란 화면 앞에 키오스크 한 대가 덩그러니 놓인 방. 우주를 항해하는 조종사마냥 키오스크의 스틱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면 수정구슬같이 영롱한 지구가 내 손바닥 아래다.


지구상 어느 대륙도 예외 없이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경험(PLAY)의 방은 구글 어스를 통해 구현됐다. 가지 못할 곳이란 없다. 광활한 화면을 통해 지구 반대편을 탐험하고 낯선 도시를 유람한다. 여행하고 싶은 곳이 쉬이 떠오르지 않을 땐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제안하는 테마별 여행지를 골라 플레이 해도 괜찮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경험이 더 큰 즐거움을 안겨 주기도 하는 법이니까.






이번엔 구름다리를 건널 차례다. 다리 반대편엔 떠오르는 대로 쓰고 지우며 여행의 계획(PLAN)을 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틈이 숨겨져 있다. 여행에 대한 모든 계획과 구체적인 생각들을 브레인스토밍 할 수 있는 방. 테이블 위에 비치된 주요 도시의 지도도 마음껏 뜯어갈 수 있다.


하얀 벽면의 여백을 채우는 건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다. 여행에 관한 지극히 사적인 아이디어들이 여기에서 한 데 섞이고 차곡차곡 덧입혀 진다. 즉흥적으로 떠올린 계획들을 당장 실행에 옮길 심산이면 방 입구의 컨시어지 데스크로 간다. 카고팬츠에 짧은 스카프를 경쾌하게 맨 직원이 자신만의 테마를 발견하는 여행을 친절히 상담해준다.



FIND – PLAY - PLAN으로 이어지는 틈새로의 탐험은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숨겨진 틈을 향한 호기심, 그로 인한 발견의 시간. 비밀스런 서가의 빈틈 안에서 방문자들은 여행을 통해 얻게 되는 갖가지 감정들과 마주하게 된다.


괴테는 말했다. "사람이 여행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위다. 누구나 여행을 꿈꾼다. 그 모든 여행자들을 위해, 여행을 꿈꾸는 자들을 위해 여기 트래블 라이브러리가 있다.





Writer. 이은정 

현대카드 사내매거진 <A> 에디터
현대카드의 모든 이슈들에 대해 글을 쓰는 내밀한 관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