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트래블 라이브러리] 북 큐레이션과 4인의 북 큐레이터

2014.06.03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여행객을 어떤 단어로 표현할까. 영어권에선 ‘안락의자 여행자(Armchair Traveler)’라는 단어가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여행서적을 뒤적이거나 TV에 나오는 여행 시리즈를 보는 것 자체가 여행한다는 뜻이리라. 이 말처럼 여행은 반드시 집을 나서 먼 길을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니다. 집안 소파에서 눈을 감은 채 여행을 즐기는 안락의자 여행 역시 나쁘진 않다.


서울 한복판에 가장 편안한 여행공간이 생겼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TRAVEL LIBRARY)다. 안락의자 여행객이나 실제 여행객 모두를 만족 시켜줄 만한 도서관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기획과 정성을 다해 준비한 흔적이 놀랍다. 소장하고 있는 자료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여행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모아 놓은 곳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94,324권의 여행 관련 서적을 검토하고 14,761권에 이르는 '에이스'를 선정했다. 도서 분류는 세계를 아프리카, 유럽, 중동과 아시아, 대양주와 남북극권, 미주 등의 5개 지역으로 나눴다. 씨줄인 셈이다. 여기에 다시 예술과 건축, 역사와 문화유적, 모험, 배낭여행, 캠핑, 크루즈 여행, 스포츠, 도보와 자전거 여행, 식음료, 호텔과 쇼핑, 여행사진, 박물관, 세계문학 등의 13개 날줄을 더했다. 초보부터 전문여행자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가이드 북 1,910권도 함께 소장했다. 결과를 보니 세계 259개국 중 196개국 여행 서적, 세계 실존언어 중 99%를 커버하는 105개 언어사전,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본사에도 없는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1,465권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을 망라하게 됐다. 소장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들이 모여있는 것이다.

 

 

여행 가이드 북을 가이드해주는 북 가이드들

 

 

 

이런 방대한 작업에 참여한 4인의 북 큐레이터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를 맡아서 책을 추천했다. 역사, 문화유적, 스포츠와 유럽 관련 책을 선정한 캐빈 러쉬비(Kevin Rushby)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편도 비행기티켓만 들고 무작정 이집트 카이로로 갔다. 새벽 2시에 도착해 이집트인들 사이에서 노숙으로 여행을 시작한 러쉬비는 아프리카 동남아 극동까지 여행한 10여 년간 자신의 고향, 영국을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영국 신문 가디언(Guardian)에 매주 기고하는 여행기는 맛깔나고 영국인 특유의 능청스런 유머 덕분에 상당한 고정 독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기사와 같이 실리는 사진 역시 사진기자로 활약해도 될 만큼 뛰어나다. 러쉬비는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 ‘여행자는 영감을 받기 위해 읽어야 한다. 어디서든 불쑥 떠오를 수 있도록 책은 우리에게 여정에 대한 아이디어는 물론 단순히 어디에든 가고픈 열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위대한 작가와 개척자들로부터 받은 영감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여행은 더욱 파워풀하고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라는 자신의 생각에 의거하여 책을 추천했음을 밝힌다.


캐롤라이너 미란다(Carolina Miranda)는 타임지(Times)의 여행과 레저분야 기자를 역임했다. 지금은 언론과 라디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문화와 여행 관련 기사를 타임지, ART뉴스(Art News), 아트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 같은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NPR, WNYC, WQXR같은 미국 라디오에도 기사를 송고하고 출연하기도 한다. 또 미란다의 관심 영역은 건축과 문화, 예술 등에도 펼쳐져 있어 박물관에 등장하기 시작한 ‘길거리 예술’, ‘비디오 게임과 미술의 협업’ 등에 대해서도 기사를 쓴다. 뉴욕타임즈(The Newyork Times)에서는 미란다의 트위터를 팔로우 해야 하는 10인 중 한 명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 도서 추천에서 미란다의 영역은 예술, 건축, 호텔, 쇼핑, 식음료와 미주지역이다. 미란다는 ‘여행을 하는데 있어 한 가지 방법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여행서도 한 가지 유형만 있을 수 없다. 여행 도서관은 안데스 산맥에서의 트래킹부터 아름다운 스파에서의 휴식까지 경험의 집합체를 제공해야만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진정 완성도 높은 도서관이란 사진집, 예술서, 건축서, 연대기, 기록물, 에세이, 모험물을 비롯해 역사서까지 장서의 균형을 두루 갖춘 곳이라 하겠다’라고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정의했다.

 

숀 로우(Shawn Low)는 배낭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풍조를 전세계에 퍼뜨린 여행전문 미디어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에디터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인기 탐사 여행 시리즈 ‘Road Less Travelled’를 담당한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고향인 중국을 다룬 프로그램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는 건축, 역사, 문화재 및 아시아 관련 여행서적을 추천했다. 그는 여행을 ‘지구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보는 것이다. 목적지는 당신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당신의 이웃일수도 있고, 지구 저편에 있는 다른 나라일 수도 있다. ‘본다’는 것에는 그곳의 사람, 문화, 역사, 음식 등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포함된다. 여행은 당신의 감각을 열고,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라고 명쾌하게 정의한다.

 

요시타카 하바(幅 允孝)는 4인의 북 큐레이터들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편집 매장 기획사 바흐(BACH) 유한회사의 창업자이자 소유주라고 말한다. 동시에 다소 생소한 직업 ‘책 감독(Book Director)’이라고도 한다. 사실 바흐 유한회사 웹사이트에서 그의 작업과 활동을 살펴보면 책 감독이라는 단어 말고는 더 이상 적합한 명칭을 찾아볼 수 없다. 하바는 인터넷 서점과 전자서적의 발달로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인 책이 서점을 통해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없음을 통탄하고 있다. 그래서 하바는 ‘사람과 책의 생산적인 조우를 위한’이란 주제로 책을 이용한 설치예술, 북 콘서트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문자 그대로 ‘책 감독’이다. 그의 철학은 ‘사람들이 책을 멀리하면 사람에게로 책을 가져가면 된다’이다. 하바는 ‘좋은 여행 책이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것을 상상토록 하거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풍경들을 증폭시키고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책이다’라는 기준으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위해 여행, 사진, 예술, 건축, 그리고 아시아 관련 여행 도서를 추천했다.

 

 

오랫동안 꿈 꾸던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곳

 

여행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다. 단연코 여행은 훨씬 그전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읽을 당시 이미 우리 미음은 덴마크로 가 있었다.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그 작은 불씨에 이제는 열정의 기름을 부어야 할 때다. 반짝이는 호기심, 터질듯한 조바심이 먼 길 여행의 소중한 밑천이다.


여행은 이렇듯 마음속 바이러스가 도화선일 수 밖에. 잠복했던 바이러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발병을 하고, 그 병을 잠재우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고, 기대와 열병에 들떠 준비하고, 막상 지내온 여정에선 마음속에 그리던 곳을 뒷골목에서 찾게 된다. 마침내 노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뒤 어느 날. 늦은 저녁 차 한잔을 마시면서 사진첩을 넘겨보는 즐거운 행복, 그 모두를 우리는 여행이라 불러야 하는 것 아닌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이런 모든 여행을 준비하는 곳이다. 책만을 찾아보는 곳이 아니라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고, 조사하라. 심지어 간신히 잠재운 바이러스가 어느 날 또 문득 발병할 때까지 기다리는 ‘안락의자 여행(Armchair Travel)’을 할 수 있는 곳이다.

 



 

Writer. 권석하

월간 여행잡지‘뚜르드몽드’를 비롯한 한국 언론에 유럽 여행과 사회현상 관련 칼럼을 연재하는 재영 칼럼니스트
‘뚜르드몽드’ 와 예술전문서적 출판 ‘학고재’ 편집위원을 겸하고, ‘영국인 재발견’을 쓰고, ‘영국인 발견’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