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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아방가르드 사진, 과거에 기댄 채 미래를 향하다 - 전문가 칼럼

2015.05.18

 

 

현실에서 건져낸 파격적 자각, 사진과 아방가르드

 

사람들은 종종 통념을 깨거나 난해한 무언가를 표현할 때, ‘아방가르드하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원래 아방가르드(Avant-Garde)는 20세기 초반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일어난 전위적인 생각을 가진 예술창작 혹은 예술운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시대를 초월하여 아방가르드의 개념이 끊임없이 부활하는 것은 예술의 절대 조건인 ‘새로운 시대의 눈’ 때문일 것이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아방가르드 정신과 예술운동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해 창작의 영감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진이라는 장르는 언제나 시대의 눈이 되어 여러 각도로 시대를 반영하는 예술로서 탄생 자체가 아방가르드 정신의 결과물이다. 실제로 사진만큼 시대성과 현실성이 강한 시각예술도 없는데, 사진은 생생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며 타 예술 장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실재적이고 현실적이다. 현실에서 건져낸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예술의 무대이자 행동하는 실천의 무대가 바로 사진인 것이다.

 

 

<카메라 워크> 아방가르드 사진의 무대

 

본격적인 아방가르드 사진은 1905년 뉴욕에서 저명한 사진가 앨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와 그의 혁신을 추종하는 집단인 <사진분리파 Photo-Secession>로부터 시작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의 혁신성은 특정 공간과 무대를 통해서 구현되기 마련인데, 이들의 아방가르드 정신이 표출된 곳은 <291화랑(Gallery 291)>과 사진잡지 <카메라 워크 Camera Work>였다. 이 <카메라 워크>의 지면을 통해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사진의 무대가 마련되는 동시에 19세기 기계 중심의 사진 시대가 막을 내린다.

 

 

1951년 아퍼처 취지문(좌) / 카메라 워크(우)

 

 

사진의 역사는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사진을 ‘혁명적인 시대의 눈과 정신’으로 규정한다. 사진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형성되었으며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아방가르드 사진을 통해 미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카메라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됐고,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카메라를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17년 폐간될 때까지 모든 근대의 인식이 <카메라 워크>에서 확산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잡지가 실천한 혁신적인 예술운동과 폴 스트랜드를 비롯 전설의 거장들의 보여준 전위적 시각은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퍼처> 전쟁 후 부활한 아방가르드 사진의 산실

 

제2차 세계대전은 아방가르드의 시대정신과 예술운동을 다시 한번 촉발시킨다. 인간성 상실,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 만연한 무력감과 공포 등 전쟁이 야기한 엄청난 충격 앞에서 예술가들은 다시 아방가르드로 집결된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여러 전위적인 예술집단과 혁신적인 예술잡지들이 탄생했는데, 전후 아방가르드 사지의 무대는 바로 <아퍼처 Aperture>였다.

 

 

아퍼처 편집자들(좌) / 아퍼처 영원한 오마주 창간주역 마이너 화이트(우)

 

 

<아퍼처>는 1951년 캘리포니아에서 마이너 화이트(Minor White), 도로시아 랭(Dorothea Lang), 앤셀 애덤스(Ansel Adams), 바버라 모건(Barbara Morgan), 뉴홀 부부(Beamont and Nancy Newhall), 에르네스트 루이(Ernest Louie), 멜톤 페리스(Melton Ferris), 도디 워렌(Dody Warren)이 힘을 합쳐 창간한 사진전문잡지다. 편집책임자 마이너 화이트는 창간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눈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는데, 실제로 <아퍼처>는 과거 <카메라 워크>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사진의 통로로 활약했다. 전위적인 형식 실험, 파격적인 이미지 효과, 장르의 벽을 깨는 크로스-오버 정신을 실천하면서도 사진의 역사와 미학적 전통을 고수하여, 예술의 실용성과 보편성의 정신을 동시에 지켜낸 것이다.

 

 

<아퍼처>가 꿈꾸는 사진의 혁신

 

<아퍼처>는 1980년대 들어서며 또 한번의 혁신을 꿈꾼다. 잡지 시대에서 출판 시대로 새롭게 변신하면서 사진집 출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앨프레드 스티글리츠, 폴 스트랜드, 에드워드 웨스턴, 앤셀 애덤스, 마이너 화이트, 해리 캘러한, 로버트 애덤스, 세바스티아옹 살가두, 낸 골딘, 마틴 파, 비크 뮤니츠에 이르는 빛나는 거장과 신인들의 사진집이 출간되고 이를 통해 세계사진의 흐름과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아퍼처 창간 50주년 파노라마

 

 

2002년 <아퍼처> 창간 50주년에서 에디터 멜리자 해리스(Malisa Harris)는 “아퍼처는 지속적으로 전통과 혁신을 접목시키고 부단히 새로운 눈과 정신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전통과 혁신이 만나고, 오늘과 내일이 만나고 뒤섞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향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Master of Photography“ 시리즈, 디지털 시대 새로운 표현과 시대 인식에서 나온 ”Fiction and Metaphor“ 등과 같은 이슈일 것이다.

 

 

 

역사와의 대화, 아퍼처 리믹스

 

2012년 10월 <아퍼처>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아퍼처 리믹스 Aperture Remix>라는 역사적 거장에 대한 오마주 작업을 준비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혁신, 어제의 거장과 오늘의 대가들이 만나는 전략적 실천중의 하나인 셈이다. 요컨대 폴 스트랜드와 제임스 웰링, 에드워드 웨스턴와 비크 뮤니츠, 셀리 먼과 린코 카와쿠치, 로버트 애덤스과 일렉 쏘스를 결합시킨 작업들은 전설의 사진가들이 오늘의 대가들에게 어떤 영향력과 예술적 영감을 제공했는지를 관찰하게 한다. 

<아퍼처>가 그간 이슈화했던 시대적인 주제와 표현들이 후대의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설의 거장과 현대의 대가들이 짝을 이뤄 이끌어 낸 역사적 결합인 것이다.

 

 

아퍼처 사진집의 오마주들.jpg

 

 

예술은 고이면 썩는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지 않으면 새로운 표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올드(old)는 한 때 뉴(new)였다”는 말처럼 무작정 새로움만 추구한다면 예술은 결코 견고해질 수 없다. <아퍼처>의 궤적이 보여주는 아방가르드 사진은 과거에 기댄, 그러나 미래를 향한 전위적 표현과 혁신성의 결과물로 이는 아퍼처가 지금까지 세계 사진의 교과서가 되는 이유이자, 아방가르드 정신의 영원불멸함이다.

 

 


 

글 및 사진제공. 진동선
사진평론가, 현대사진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