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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테이지] 언더스테이지에서 만난 한국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2015.05.29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자리한 '언더스테이지'는 350여 명의 청중이 시야를 가리지 않고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가로로 긴 구조가 인상적이며, 뚫려 있는 공연장의 천장으로 올려다 보이는 부스들에는 스튜디오 작업이 가능하다. 언더스테이지의 개관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김창완 밴드, 전인권, 신중현 그룹 등 한국 음악 씬의 산 증인들이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의 공연을 이어갔다.





3일째 마지막 공연의 주인공,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 그룹은 심플한 트리오 편성과 함께 마치 신선이 나타난 듯한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이렇게 관객과 가깝게 공연하는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자 앞으로 두 번 다시 없을 거라는 소탈한 멘트에 관객들은 환호했다. "록은 인간의 음악"이라는 그의 말처럼 딜레이나 리버브와 같은 효과 없이 생생한 날 것의 소리를 들려줬다.


 

시대를 초월한 기타의 울림과 진귀한 레퍼토리


 

 

히트곡 릴레이가 아닌 의외의 곡을 들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공연. <빗속의 여인>과 <미인>, 광란의 떼창을 유도한 앵콜곡 <아름다운 강산> 등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히트곡을 듣기 어려운 공연이었다. 일단 첫 곡은 <언더스테이지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곡으로, 실제로 잼을 하는 와중 공연장인 '언더스테이지'에 대한 가사가 귀를 사로잡았다. [김삿갓] 앨범에 수록된 <눈보라>는 긴 서스테인의 기타 솔로로 젊은 관객들을 압도시켰고, [돈]을 연주할 때는 마치 화이트 스트라입스 (White Stripes)의 <Hardest Button To Button>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다.


때리는 음악만 해서 죄송하다는 그가 펄 시스터즈의 <나만을 사랑해줘요>를, 본인이 작곡한 김정미의 <어디서 어디까지>를 직접 부르는 모습이 매우 신선했다. 세 나그네 시절의 <바다>를 공연할 때에는 마치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를 보는 듯한 강렬한 기타 리프를 선보였고, 메들리로 부른 김추자의 <저무는 바닷가>로 한국식 블루스의 진수를 자아냈다.

 

 

록 음악 역사의 오마주, '스쿨 오브 록'


 

 

그는 로큰롤의 역사와 기타 주법에 대한 설명을 짤막한 강연처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1950년대 기타음악을 들려주겠다며 벤쳐스(Ventures)의 <Guitar Boogie Shuffle>을, 그리고 미8군에서 1970년대에 자신이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곡인 이글스(Eagles)의 <Hotel California>를 이어나갔다.


멤버 소개 이후 이어진 <할말도 없지만>에서는 각 멤버들의 솔로연주가 두드러졌다. 신중현 선생의 아들인 신윤철의 밴드 서울전자음악단에서 베이스 연주자로 활동했던 이봉준, 그리고 신중현이 운영하던 팝스 오케스트라부터 함께해온 드러머 장진연은 거장의 기타연주를 완벽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1988년도 곡 <그 동안>을 약 15분에 걸친 사이키델릭 잼 세션으로 완수해낸 그는 궤도에 오른 기타 솔로 와중 앰프 앞에서 피드백 노이즈를 낸다거나 마이크 스탠드에 기타를 문지르기도 하면서 여전히 야생적이고 급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신중현 선생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놀라운 광경이었다.

 

 

현재 진행형인 한국 록의 생생한 체험


 

 

한국 록음악의 산 증인인 신중현 그룹의 언더스테이지 공연은 그가 여전히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임을 보여주었다. 그는 서구의 음악을 그저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적 요소를 가미하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 재발매 음반사인 라이트 인 더 애틱을 통해 미국에 정식으로 소개되며 미국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975년도에 제작된 신중현과 엽전들 주연의 영화 [미인] 역시 곧 새로운 리마스터 버전 DVD로 출시될 예정이다.


거장의 황금기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퍼포먼스와 함께 가히 언더스테이지에 어울리는 섬세한 진행과 레퍼토리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록이 가장 위험한 음악이었던 시절의 소중한 기록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원초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신중현의 작은 체구 안에 흐르는 뜨거운 록의 피가 그 온도 그대로 청중에게 전달되었음은 물론이다.

 



 

Writer. 한상철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