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디자인 라이브러리] 한장의 사진보다 강한 아카이브, 나에게 영감을 준 사진집 - 전문가 칼럼

2015.06.02

 

Edward Ruscha <Every Building on the Sunset Strip>

Softcover

Publisher: Published by the author; 1st edition (1966)

Language: English

 

 

 

 

아티스트의 작품집, 더군다나 이 책처럼 작가가 직접 출판한 작품집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예술가의 원본 작품을 소유하는 것만큼의 가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에드워드 루샤(Edward Ruscha)의 작업들은 내겐 마치 바이블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단순히 정보전달의 목적이 아닌 어떤 ‘의미’로서 작용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던 내가 상업적이며 대량 생산된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었던 루샤에 빠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Parking Lots>, <Twenty Six Gasoline Station>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유형학적으로 읽힐 수 있는 소재들의 나열과 배치를 통해 일상적 오브제를 재해석한 그의 작품들과 새로운 예술 양식은 지금까지도 이 시대의 작가들에게 팝아트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루샤는 사진과 드로잉, 판화, 회화 등 다양한 형태로 작업했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익숙한 단어들을 작품에 그려 넣기도 했는데, 이처럼 틀에 국한되지 않은 아카이브적 내러티브는 나의 작업에 있어서도 기준이 되어주고 있다.

 

과거엔 ‘아카이브’의 개념이 특정 집단과 특정인에 의해서 완성되는 무엇이었다면, 이젠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작용되고 있으며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아카이브가 다시 사회 속의 객관성으로 포장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내가 작업한 ‘18개의 빌딩 시리즈’ 역시 이러한 형태를 차용하여 지극히 주관적인 작업에서 출발해 객관적 의미로 재생산된 작품이다.

 

 


<18 Buildings, 40 x 350 cm, Digital Print, 2013>

 


Lewis Baltz <Park City>

Hardcover: 246 pages

Publisher: Aperture; 1st edition (February 1981)

Language: English

 

 

 

 

‘Park City’는 1981년 아퍼처(Aperture) 출판사와 공동으로 출판된 루이스 발츠(Lewis Baltz)의 작품집이다. 물론 1970년대 미국의 미니멀리즘 랜드스케이프의 대표 주자인 로버트 아담스(Robert Adams)를 빼놓고 루이스 발츠를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나의 개인적인 작업에 끼친 영향면에서 발츠의 작업들은 꼭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작품집은 캘리포니아의 얼바인 지역과 새로 개발되는 리조트의 이미지들을 아카이브적 기준과 미니멀한 시선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탁월하다. 사진만의 기록적 특성을 뛰어넘어 전혀 다른 시선으로 접근한 그의 작품들은 이 시대의 사진작가들에게 지표가 되어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서 작가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이러한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준 책이 바로 ‘Park City’이다. 이제 진정한 사진작가라면 좀 더 고차원적인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촬영 전 본연의 이미지가 가진 개념에 대한 성찰을 통해 촬영 지역과 소재에 대한 밑그림을 보여주는 표본의 역할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하나의 이미지로서의 사진보다 이미지가 반복되는 사진집에서 나타나는 작품 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특별한 효과를 낸다. 반복과 다름, 단수와 복수, 변형과 절제 등 양면적인 속성을 통해 작품들간의 시너지를 얻는 것이다.

 

최근에 작업중인 ‘2437개의 집’이라는 시리즈는 1970-80년대 지어진 주택을 현 시대의 시선으로 모은 아카이브 작업이다. 많은 이미지들이 아카이브 형태로 모였지만 사진이 가진 개별의 시선들은 반아카이브적일 수도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

 

 


<2437 houses-#0087, 45 x 65 cm, Digital Print, 2015>(좌) / < 2437 houses-#0122, 45 x 65 cm, Digital Print, 2015>(우)

 

 

작가 프로필


백승우는 1973년 대전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사진을 전공 후 2001년 런던으로 이주하여 순수미술과 이론을 공부했다. 아트선재 개인전을 비롯하여 10여회의 개인전과 100여회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이미지의 객관성, 직접성, 보편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진 안팎으로 감춰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간극을 포착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작가 작품


 

 


 

글 및 사진제공. 사진작가 백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