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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봉사활동] 독특한 조형미를 엿볼 수 있는 권진규 아틀리에

2013.05.15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 역에서 성신여자고등학교 방향으로 좁은 골목길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권진규 아틀리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곳은 테라코타, 건칠(乾漆) 작품 등으로 우리나라 근 현대 조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조각가 故 권진규 선생의 작업실인데요. 구불구불한 골목길 안쪽에 자리한 아틀리에는 선생이 작품을 만들면서 사용한 우물, 가마와 선반, 책장과 작업대 등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습니다.




시민문화유산 3호 ‘권진규 아틀리에’

1959년 권진규 선생이 직접 설계하여 지은 권진규 아틀리에는 독특함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에 등록문화재 제134호로 등록되었습니다. 이후 2006년 12월에 권진규 선생의 여동생 권경숙 님이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 기증하여, 1년 여의 보수 및 복원 공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시민문화유산이죠. 최순우 옛집과 나주 도래마을 옛집에 이어 시민문화유산 제3호가 되었으며, 기증을 통해 확보한 시민문화유산으로는 첫 번째 사례로 그 가치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대를 앞선 조각가, 권진규

함경남도 함흥에서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난 권진규 선생은 어려서부터 흙 만지기를 좋아했고 손재주가 뛰어났다고 합니다. 1936년 함흥 제1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아버지의 사업체가 있는 춘천에서 생활하면서 1942년에 춘천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의 히다치철공소로 끌려가게 됩니다. 징용 당시 동경의 사설 아틀리에에서 미술 수업을 받았고,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였던 1944년에 밀입국하여 서울에 정착했습니다. 이때 성북회화연구소에서 회사 수업을 받았습니다.




광복 후 1947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에 무사시노미술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여기서 일본 조각계의 지도적인 인물이었던 시미즈를 스승으로 모시게 되죠. 당시 시미즈는 프랑스 조각가인 부르델의 제자이자 열렬한 신봉자였기 때문에 권진규 선생도 부르델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무사시노미술학교 시절부터 일본 이과회전(二科會展)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귀국 후 1965년 서울의 신문회관에서 제1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나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습니다. 1968년에 다시 동경의 니혼바시화랑(日本橋畫廊)에서 제2회 개인전을 개최했는데, 이 때는 일본 미술계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1971년 서울의 명동화랑에서 국내 최초의 초대 개인전 형식으로 제3회 개인전을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통과 병마에 시달리던 중 1973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죠. 이후 1974년에 명동화랑에서 1주기 추모유작전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근대 조각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다

권진규 선생은 테라코타와 종이에 옻칠한 건칠 소재의 조각으로 ‘한국적 리얼리즘’을 추구했던 근대 한국 조각계를 대표하는 조각가입니다. 주로 인물이나 말, 닭 등의 동물상을 흙으로 구워서 제작한 그의 작품은 원초적인 상태로 사물을 파악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생략하고 작가와 대상의 정신적인 합일을 추구한 것이죠.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되는 권진규 아틀리에

권진규 선생과 어머니가 거주했던 아틀리에는 1959년 일본에서 귀국하여 1973년 삶을 마감할때까지 작품활동을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현재 아틀리에에서는 권진규 선생이 생전에 사용했던 여러 가지 작업 도구들과 유품, 미완성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건물과 유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전 예약을 통해서 월 1회만 개방되며,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 입주(Artists in Residence) 프로그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2008년 5월 이후 일반에 공개된 권진규 아틀리에에서는 매년 봄과 가을에 강연과 음악회가 개최되어 권진규 선생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있으며, 올해로 40주기를 맞은 권진규 선생의 기일인 5월 4일에는 ‘40주기 행사’가 마련되어 생전에 그가 좋아하던 해바라기 헌화식과 전시, 강연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권진규 아틀리에는 매월 15일 전까지 사전 예약을 받아 신청자가 6명 이상일 경우에만 한달에 한번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고 합니다. 또한 계절별로 관람 가능한 요일과 시간이 상이하니 반드시 사전에 문의한 뒤 방문하면 좋을 듯 합니다. (문의 02-3675-3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