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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봉사활동] 예술가의 혼이 살아 숨쉬는 권진규 아틀리에에서의 하루

2013.05.16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 지난 5월 11일. 근대문화유산 지킴이가 어느덧 세 번째 활동을 맞았습니다. 이 날은 성북구 동선동에 위치한 조각가 권진규 선생의 아틀리에를 방문하는 날. 임직원들이 모처럼 주말을 맞아 아이들 손을 잡고 하나 둘 권진규 아틀리에로 모여들었습니다.




오후 1시. 모든 임직원과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격적인 근대문화 지킴이 활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둘러보게 될 문화재인 ‘권진규 아틀리에’는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권진규 선생이 1973년 작고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공간으로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은 살림채와 작업실, 크게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살림채는 예전에 권진규 선생의 가족들이 살았던 공간으로, 작업실과는 원래 벽을 쌓아 분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벽을 쌓으면 작업실로 가는 공간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은 골목이 되는데, 이 길을 지나다니며 작품에 대한 깊은 고뇌를 했던 권진규 선생의 생전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합니다.




권진규 선생의 수 많은 작품이 태어난 이 곳은 문화재로서 보전 가치가 뛰어난데요. 2006년, 권진규 선생의 여동생 권경숙 님으로부터 기증을 받아 현재는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문화재 소개를 마치고 부모님들은 ‘권진규의 작품세계’ 미술강의를 위해 아틀리에 안으로 이동하고, 아이들은 ‘상상 속 동물 만들기’ 미술체험을 위해 살림채 앞 그늘로 이동하였습니다. 권진규 선생은 생전에 개, 말, 소, 새, 고양이 등 여러 동물을 조각 작업에 반영했는데요. 특히 말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유독 말과 관련된 작품에서는 해학적인 표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때문이죠. 또한 권진규 선생은 상상 속의 동물을 조각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얼핏 보면 닭 같기도, 아니면 새 같기도 한 작품, ‘해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좌> 해신 1963, <우> 검은 고양이 1963


아이들은 권진규 선생의 작품 설명을 듣고, 앞에 놓인 박스를 이용해 상상 속의 동물,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몇 분간은 뭘 만들까 곰곰이 고민하더니 이내 지도 선생님과 함께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박스에 먼저 밑바탕을 그리고 색칠도 하고, 다른 박스를 가위로 오려 동물의 귀도 만들어 붙입니다. 미술체험시간에 박스를 활용한 이유는,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조각 작품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기 위해서죠. 박스에는 밑그림과 색칠을 하고, 동물의 몸통이나 귀는 박스 겉면에 붙여 2차원과 3차원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뭘 만들지 망설이는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점차 토끼, 고양이, 게와 같은 동물의 형태를 만들어 갑니다.




아이들이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지 궁금한 표정으로 작업실을 둘러본 부모님들은 30분 동안 아이들이 만든 작품에 깜짝 놀라셨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짧은 시간 동안 작품을 완성한 데 대해 아낌없이 칭찬을 해 주며, 작품을 들고 가족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문화 체험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문화재 환경 정비 시간입니다. 총 3개 조로 나뉘어 1조는 가옥 유리청소와 화단 낙엽 청소, 2조는 가옥 앞 계단 청소, 3조는 가옥 주변 골목길 청소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청소 비품을 나눠 받고 쓱싹쓱싹 가옥 곳곳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몸집보다 큰 쓰레받기로 아빠를 도와 낙엽을 치우는 아이, 화단 구석구석 지난 해 낙엽을 쓸어내는 아이, 때 묵은 가옥 창 틀과 기둥을 걸레로 닦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마엔 땅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얼굴에는 자신이 무언가 했다는 뿌듯한 표정이 한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권진규 선생을 기리며 해바라기 헌화식을 하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이 날의 행사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사에 큰 영향을 끼친 권진규 선생의 생전 작업공간에 방문하니 너도 나도 예술적 영감이 피어나는 경험을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문화재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고 미술적 소양도 키울 수 있었던 근대문화유산 지킴이. 권진규 아틀리에는 사전예약을 통해 월 1회 비정기적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하니, 나들이 삼아 여러분도 한번 다녀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