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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 라이브러리] 유럽으로 떠나는 커피 트래블

2014.10.24


europe coffee

얼마 전 영국 런던 노팅 힐의 ‘트래블 북 스토어’가 이전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 ‘노팅 힐’의 전세계적인 흥행으로 명소가 되었음에도 정작 운영 자금 압박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쉬운 마음에 국내의 대표적인 여행 서적 전문 도서관인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로 발걸음을 향해보았다. 상업적인 서점과 도서관은 분명 방향이 다르겠지만, ‘여행’과 ‘책’을 테마로 한 공공의 장소는 무조건적으로 멋질 수밖에 없다.

트래블 라이브러리는 여행을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존재만으로 감사하다. 특히,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치는 커다란 이정표와 세계 각처의 지도, 거기에다 후각을 자극하는 아련한 커피향까지… 일상의 긴장에서 무장해제가 되는 듯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여행의 충동과 방랑벽을 경험한다. 커피 한 잔의 여흥 때문인지, 빛바랜 지도 한 장 때문인지 TV에 나오는 커피 광고의 배경처럼 유럽 어느 골목의 한 카페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커피를 테마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유럽의 커피 도시들을 쭉 정리해보았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의 고장

커피의 나라. 정확히는 에스프레소(Espresso)의 나라인 이탈리아는 전국민이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카페와 에스프레소 바가 분리될 만큼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의 열풍과 함께 비(非) 이탈리안 커피 열풍이 거세진 것도 사실이지만,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고 에스프레소를 끼니와 동일시하는 이탈리아를 제외하고 커피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커피 블렌딩에 로부스타 커피를 포함시켜 박력 있으면서도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에스프레소 전용인 데미타세 (Demitasse)잔의 절반 정도만 채우는 짧게 추출한 에스프레소(리스트레토; Ristretto) 샷과 설탕 한 조각이면 입안 가득 퍼지는 강렬한 여운과 깔끔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예술과 함께 피어난 카페 문화

이탈리아가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한 커피 문화라면, 파리의 경우는 ‘카페’ 즉 장소적 개념의 커피 문화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유명한 카페가 관광지로 변했지만, 나란히 붙어있는 카페 두마고와 카페 드 플로르는 피카소, 헤밍웨이 등 역사 속 인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던 예술과 지성의 장소로 전세계에 카페 문화를 전파한 대표적인 카페다. 지금도 대문호 샤르트르가 작업하던 테이블은 지정석으로 고이 보존하고 있으며, 카페 수익금의 일부를 문예기금에 기여하고 있을 정도.

파리의 카페 대표 메뉴는 커피에 우유를 첨가한 카페오레(Cafe au Lait)인데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첨가한 이탈리아식 ‘카페라떼’와 달리 추출된 드립 커피에 우유를 넣는 프랑스식 카페오레는 특유의 연한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영국,
커피 매니아들이 사랑하는 나라

런던하면 자연스레 홍차를 떠올리지만, 사실 런던은 세계 최고 수준의 커피숍과 바리스타들이 밀집한 ‘커피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런던 곳곳의 수많은 커피숍을 소개하는 가이드 책자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커피 블렌딩을 경험할 수 있으며 화이트 커피(밀크 커피)라는 영국식 차 문화와 이탈리아 이민자들로 인한 에스프레소 문화가 겹쳐 독특한 커피 문화를 갖고 있다.

호주와 영국 등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플랫화이트(Flat White)는 진한 커피맛과 우유의 부드러움 두 가지 모두 놓치지 않은 매력적인 커피다. 매년 4월경 열리는 런던 커피 축제에 맞춰 런던을 방문한다면 세계적인 바리스타, 커피와 곁들이는 길거리 음식, 커피 베이스의 칵테일, 라이브 음악 등이 혼재된 커피의 장을 체험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오리지널 비엔나커피의 맛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왈츠의 도시, 과거 유럽 강국으로서의 영광을 지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는 한국인에게 더욱 친숙한 비엔나커피가 있다. 그런데 커피 한 잔 위에 생크림을 올려 마시는 비엔나커피가 정작 비엔나에는 없다. 현지인들도 한국에서 비엔나커피라는 메뉴가 유명한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데, 가장 유사한 형태의 커피는 바로 아인슈페너(Einspanner).

‘한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라는 의미를 가진 말로 마부들이 한 손엔 말 고삐를 쥐고 한 손엔 커피를 들기 위해 설탕 대신 생크림 거품을 얹어 간편하게 마시던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비엔나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는 가을 메뉴로 정통 아인슈페너를 맛볼 수 있다. 아인슈페너를 마실 때는 휘저어 마시지 말고 뜨거운 커피와 차가운 생크림을 동시에 마셔보자.

스웨덴,
스웨디시에그커피와 북유럽 로스팅의 풍미

개인적으로, 이제껏 읽은 미스터리 소설 중 ‘밀레니엄’이라는 책을 최고로 꼽는다. 스웨덴이라는 이국적 감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와 북유럽의 보편적이면서도 다른 사상들을 엿볼 수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커피 문화에 있어서도 북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섬세하고 독특한 커피문화를 가지고 있다. 태양처럼 뜨거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와는 또 다른 냉철하면서 지적인 커피 문화를 전세계에 선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양질의 커피를 최소한으로 로스팅해 원재료의 특징을 살려 차(茶)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커피 로스터들이 많아졌다.

5대째 내려오는 린드발 가문의 북유럽 로스팅으로 만든 원두 브랜드 ‘ 린드발’(Lindvall)은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스웨덴 왕실에서 마시는 원두라 하니 그 맛이 궁금해진다. 매장에서 직접 마신다면 스웨디시에그커피(Swedish Egg)라는 메뉴를 추천한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계란 노른자와 칼루아를 블렌딩해 즉각적으로 열량과 온기를 회복시켜주는 커피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하루에 커피 한잔 혹은 그 이상을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카페인을 걱정하기 이전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여행자에게 커피가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클 것이다. 매일 일상에 치이며 마시던 커피를 낯선 여행지에서 마시는 순간은 또 다른 기쁨이다. 지금 당장 유럽의 커피 도시로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들러 아인슈페너 한 잔과 함께 여행 서적을 펼쳐보면 어떨까.



Writer. 심재범

<카페 마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