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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스테이지] 과거의 음악으로 현재의 낭만을! – 현대카드 Curated <Cherry Poppin’ Daddies>

2015.08.04


지나고 되돌아보는 과거는 언제나 아름답다. 지난 시절에 대한 회상은 현재를 바삐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 그 장소에 그 사람과 직접 가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시간 여행이 될 테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쉽고 효율적인 과거로의 여행은 ‘그 시절의 음악 듣기’가 아닐까?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는 최신가요들을 뒤로 한 채, 잠시 복고 무드에 빠져보는 경험. 지난 7월 28일과 29일 이틀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체리 파핑 대디스(Cherry Poppin’ Daddies)의 공연은 과거로 향하는 유쾌함과 낭만 그 자체였다.

 

 

낭만을 노래하는 레트로 스윙 밴드 체리 파핑 대디스

 

 

 

체리 파핑 대디스는 1989년 미국 오레곤 주의 유진 시(市)에서 결성됐다. 올해로 26년된 이 원로 밴드는 리더인 보컬 스티브 페리(Steve Perry)와 베이스 연주자 댄 슈미드(Dan Schmid), 트럼펫 연주자 대나 하이트맨(Dana Heitman)을 제외하고는 여러 차례 멤버가 바뀌면서도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밴드의 오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현재가 아닌 과거를 노래한다. 심지어 20대 시절 밴드의 결성 시점보다 오래된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의 시간을 향한다. 이들이 그리워한 그 시대는 뉴 올리언즈에서 재즈가 탄생해 스윙 재즈로 이어지던 시대. 재즈가 비밥 스타일로 대중 음악의 중심에서 멀어진 후에는 로커빌리, 리듬 앤 블루스(지금의 R&B와는 상당히 다른 장르), 소울 등의 음악이 그 자리에 들어섰다.
밴드 결성 전부터 체리 파핑 대디스의 초기 시절까지 유효했던 이들의 강렬한 펑크 록 음악은 점차 유쾌함과 낭만으로 가득한 레트로 음악을 변모했다. 지금까지 이어온 그들의 공연을 많은 이들을 과거로 여행하게 한다. 이번 언더스테이지 공연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윙! 스윙! 과거를 향해 부는 춤바람

 

 

 

체리 파핑 대디스는 국내에서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밴드이기에 공연장을 다 채울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었다. 더군다나 재즈밴드의 복고적 질감을 즐기는 감상층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관객들이 이들의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공연의 시작과 함께 이런 의문들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스탠딩 관객들로 꽉 찬 공연장은 밴드의 울림으로 슬슬 가열되기 시작했다. 버논 듀크가 1933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Walk A Little Faster>를 위해 쓴 ‘April In Paris’를 스윙 시대를 풍미한 빅 밴드, 카운트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버전을 재현하는 것으로 시작된 공연. 색소폰 둘과 트럼펫, 트롬본으로 구성된 4관 편성의 브라스 섹션이었지만 그 울림은 단번에 관객을 향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 시간은 스윙 시대로 돌아갔고, 곧바로 ‘Come Fly With Me’가 이어지며 푸른 자켓, 흰 바지에 갈색 중절모를 쓰고 등장한 스티브 페리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그는 프랑크 시나트라로 대표되는 크루너(Crooner) 보컬을 계승한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로 노래하면서도 경쾌한 몸놀림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갑작스런 시간 여행에 적응 하지 못하던 관객들마저 하나 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상황 종료였다.

 

 

낯선 현재를 달군 익숙한 과거의 멜로디

 

 

 

 

1시간 30분 내내 한편의 쇼처럼 시끌벅적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밴드는 높은 음악 수준으로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공연에서 밴드는 프랑크 시나트라,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연기와 노래를 병행하며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랫 팩(Rat Pack) 보컬에 대한 향수를 가득 담은 앨범 <Please Return The Evening>에 수록된 스탠더드 곡들로 초반을 장식했다. 그 가운데 딘 마틴이 다른 랫 팩 동료들과 출연했던 1960년도 영화 <Ocean’s 11>의 ‘Ain’t That A Kick In The Head’는 당시 라스베가스 무대의 낭만적 흥겨움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이 외에 원곡의 낭만을 살린 ‘Fly Me To The Moon’, ‘I’m Gonna Live Until I Die’ 등이 스윙 시대의 향수를 자극했다.
2013년도 앨범 <White Teeth Black Thoughts>의 수록 곡들도 많이 노래되었다. 흥겨운 리듬 사이로 클라리넷이 이국적으로 흘렀던 ‘The Babooch’를 비롯해 ‘I Love American Music’, ‘Doug The Jitterbug’, ‘Brown Flight Jacket’, ‘Blood Shot Eyes’ 등의 곡들이 공연의 중반을 장식했는데 밴드는 스윙 재즈뿐만 아니라 뉴 올리언즈 재즈, 로커빌리, 록앤롤, 리듬 앤 블루스 등의 복고적 사운드가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해냈다.

 

 

통제불능! 흥겨움의 상승곡선

 

 

 

메들리처럼 쉬지 않고 이어지는 흥겨운 리듬에 무덤덤해지는 순간은 반드시 오게 마련. 이제는 더 이상 상승할 기운이 없다고 느낄 무렵 밴드는 예상을 뒤엎고, ‘Brown Derby Jump’로 흥겨움의 상승곡선을 만들어갔다. 이것은 탭 댄스와 노래의 병행으로 코튼 클럽 등에서 멋진 무대를 꾸몄던 캡 칼로웨이를 본뜬 스티브 페리의 화려한 스캣과 밴드 전체의 코러스로 채워진 ‘Zoot Suit Riot’로 이어졌다. 또 밴드는 곧장 ‘Ding-dong Daddy of the D-Car Line’으로 흥겨움을 쾌락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 절정에서 밴드는 과감하게 공연을 마쳤다. 관객들은 끝없이 환호를 거듭했다. ‘이렇게 흥겨울 줄 몰랐어’, ‘대단하다’고 소리질렀다. 당연한 앙코르 요청에 밴드는 오를 대로 오른 관객의 흥분을 어떻게 가라 앉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No Mercy For Swine’과 ‘That’s Life’ 두 곡을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밴드는 과거로 떠난 여행자들을 아무렇지 않게 현재로, 일상으로 되돌려 놓고 유쾌하게 안녕을 고했다.

 

 

오늘의 추억은 또 과거가 된다

 

 

 

밴드는 관객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노래를 따라 하라고, 흥겨이 몸을 흔들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좋은 공연을 만난 관객은 언제나 자발적이다. 공연이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하는 기분 좋은 아쉬움. 그 아쉬움을 안고서 관객들은 언더스테이지를 나와 지상으로 올라갔다. 30도 이상의 후끈한 여름의 밤 거리 위에 선 그들은 아직도 흥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이 즐거움으로 그들은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낼 것이다. 그리고 삶에 지친 어느 날, 과거가 된 오늘의 체리 파핑 대디스를 추억하며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Writer. 최규용
재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