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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메모리] 무대와 객석이 하나된 한바탕 잔치 - 상월곡동 달맞이 마을

2013.10.30


지난 10월 26일, 아트스테이지 팀은 아주 특별한 곳에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바로 성북구 상월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앞. 주민들이 늘 무심하게 지나던 공간에 무대와 관객석이 마련되자 ‘달맞이마을 축제’가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성북지역자활센터는 서울시와 성북구의 후원을 받아 ‘달맞이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주민들의 자활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맞이 마을 축제’ 역시 이 공동체가 마련한 축제인 만큼 수익금이 전액 지역주민들을 위한 마을기금으로 쓰이게 됩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이기 때문에 축제에 참여한 여러 기관과 단체, 주민들은 무척 흥겨운 모습이었습니다.

현대카드∙캐피탈 아트스테이지 팀도 신명나는 무대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고자 이 곳, 달맞이마을 축제를 찾았습니다.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아트스테이지 팀이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무대 주변은 달맞이 공부방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습니다. 공연팀의 소품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있고 스태프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 순간, 아이들 몇몇이 불쑥 무대로 뛰어듭니다. 리허설 하는 동안 틀어놓은 음악에 맞추어 ‘직렬 5기통’ 춤을 선보이는 아이들, 거기에 신이 난 한예종 학생들까지 동참해 한동안 댄스타임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공연 시작해요! 공연 보러 오세요!”

오후 2시, 공연시작이 가까워오자 관객석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기다리던 월곡초 4학년 왕한별 군이 나섰습니다. 자발적으로 아파트를 한 바퀴 돌며 공연 시작을 알린 한별군의 우렁찬 목소리 때문일까요. 어른들도 아이들도 점차 아트스테이지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윽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재학중인 사회자 한필수 씨가 무대로 오르며 아트스테이지 ‘신나는 콘서트’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습니다. 한필수 씨의 재치 있는 입담에 금세 마음을 연 아이들은 연신 ‘잘생긴 아저씨’를 외쳤고, 뒷짐을 진 채 멀찍이 서 계시던 어르신들도 무대 가까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한 팀은 바로 ‘길 따라 전설 따라’. 네 명의 배우가 무대에 나타나자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집니다. ‘길 따라 전설 따라’가 준비한 공연은 경남 밀양 ‘아랑 전설’을 각색한 아동극 <사라진 아랑>. 네 명의 배우들이 여러 가지 배역을 오가는 역동적인 공연입니다. 사또들이 죽어나가는 으스스한 장면, 귀신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긴 탈을 쓰고 무대를 어슬렁거리자 아이들은 바싹 긴장합니다. 이내 반대편에서 얼굴에 점을 붙인 이방이 등장하자 관객석의 긴장은 금세 풀어지고 웃음이 터져나옵니다. 배우들은 진지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분위기를 전환하며 노련하게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이렇게 쥐었다 풀었다 자유자재로 극을 휘어잡는 모습에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숨죽여 집중했습니다.




신임 사또가 아랑의 억울한 사연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아이들은 그 순간 모두 사또가 된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아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클라이막스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혔고요. 마이크도 없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의 원천은 바로 이 구슬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내 사또가 지혜롭게 아랑의 한을 풀어주며 극은 행복하게 마무리 되었는데요. 공연에 몰입하여 아랑이 되었다가 사또가 되기도 했던 아이들은 전설 속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자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습니다. 네 배우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사람은 바로 아이들. 공연을 지켜본 중범(12)이는 신임 사또를 연기한 형이 가장 멋있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전설 속으로 관객들을 이끌었던 ‘길 따라 전설 따라’ 팀이 손을 흔들며 무대에서 퇴장하는 길,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유난히 컸습니다.




전설 속 아랑이 무대에서 물러가자 다시 빈 무대를 꽉 채우는 열 명의 연주자가 있습니다.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올라 비올라’ 팀으로 8명의 비올라 연주자와 첼로, 베이스 연주자들로 구성된 비올라 앙상블 팀입니다. 부쩍 높아진 가을 하늘을 연상케 하는 파란 의상을 맞추어 입었기 때문인지, 올라 비올라 팀이 무대에 오르자 코끝으로 가을 향취가 느껴졌습니다. 연주자들은 얼마간 악기를 조율한 뒤 곧바로 연주에 들어갔는데요. 작곡가 엘가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만든 ‘사랑의 인사’를 시작으로 파헬벨의 ‘캐논’까지 연이어 두 곡이 연주되었습니다. 높은 하늘 아래 열린 공간에서 듣는 클래식의 정취는 남다릅니다. 아름다운 두 곡이 연주되는 동안, 한 아이는 천천히 관객석에 몸을 누이기도 했습니다. 하늘을 향해 누워 연주에 빠져든 아이의 눈은 높은 가을 하늘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했습니다.




두 곡의 연주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수줍게 인사한 올라 비올라 팀은 곧이어 〈오블리비언〉, 〈리베르탱고〉 등의 열정적인 탱고곡과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No.2〉를 연주했습니다. 연주 중 우연히 근방을 지나던 헬리콥터 소리가 끼어들고, 관객석을 누비는 걸음마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신나는 콘서트’에서만 느끼는 특별한 즐거움이겠지요. 마지막 곡 〈라데츠키 행진곡〉이 연주되자 관객들은 곡의 리듬에 맞추어 힘찬 박수를 보냈습니다.




마지막 공연은 전통연희 팀 ‘오모’의 무대. 오모가 힘찬 장구소리로 무대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금세 눈과 귀를 빼앗겼습니다. 모든 팀원이 여성인 ‘오모’이지만 무대를 사로잡는 박력만큼은 남성 연희패 못지않습니다. 연희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금세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런 전통놀이에 얼마간 얼떨떨하던 아이들도 본능적으로 고개를 까닥이고 어른들은 아예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신이 나신 할머님 한 분은 자연스러운 춤사위로 공연에 섞여 들기도 하셨는데요. 무대로 들어와 멋진 춤을 뽐내신 분은 상월곡동 서경덕 할머니. 할머니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흥이 젊은이들 못지 않으십니다.




“저요! 저요!” 잔치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에 시종일관 미소를 짓던 오모 팀이 이번에는 아이들을 불러냅니다. 경남 고성 무형문화재 7호 말뚝이 춤을 배워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너나없이 손을 들고 무대로 나갔습니다. 일렬로 선 채 말뚝이를 유심히 보며 동작을 배워보는데요. 오른쪽 왼쪽으로 어깻짓을 하고 하늘과 땅을 번갈아 두드리는 동작은 쉬워 보이지만 은근히 까다롭습니다. 말뚝이 춤을 가장 잘 춰서 상품으로 퍼즐을 받은 월곡초 4학년 태현이. 가장 재밌었던 공연으로는 역시 ‘오모’의 오광대 놀이를 꼽았습니다.

이렇게 오모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아쉬움 속에 달맞이마을에서 펼쳐진 아트스테이지는 막을 내렸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자리를 쉬이 떠나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얼굴에 여운이 진하게 남아있는 듯 합니다. ‘신나는 콘서트’가 달맞이 마을에 가져온 흥과 설레임이 마을사람들과 달맞이 공부방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있기를 바라 봅니다.


※ 아트스테이지란?

‘아트스테이지’는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구성된 팀이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후원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곳을 찾아가 눈높이에 맞는 맞춤 예술공연을 제공하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