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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Inspiration for Designers - Talk 04. Typography Design with Paola Antonelli(파올라 안토넬리)

2014.11.28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이하 MoMA)의 건축 디자인부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Paola Antonelli)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Digital Typefaces>의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한국의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과 영감을 나누고 교류했던 'Inspiration for Designers - Talk 04. Typography Design with Paola Antonelli.' 활자는 언어와 국적을 초월했고 토크는 흥미롭고 활발했습니다.





Exhibition Tour by Paola Antonelli


MoMA의 건축∙디자인부 수석 큐레이터이자 <아트 리뷰>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계 인사 1백 명 중 1인, 전시기획자, 디자인 전문가, <도무스>의 객원 편집자,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 강의를 하기도 한 파올라 안토넬리는 현대 디자인계의 중심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중 한 명일 겁니다. 그녀는 아침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해 해가 질 무렵 가회동의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로 왔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도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현대카드 유앤아이 서체를 만든 오영식(토탈임팩트 대표)을 비롯해 편석훈(윤디자인 연구소 대표), 최성민(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 김태헌(글자연구소 대표), 유진웅(타이포그래피 제작소 대표), 조현(S/O Project 대표), 안병국(비주얼스토리 이사), 안삼열(그래픽 디자이너), 정진열(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 조현열(그래픽 디자이너), 유지원(저술가 겸 디자이너) 등 한국 타이포그래피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이들입니다.




 

파올라는 먼저 큐레이터로서 <Digital Typefaces>를 소개했습니다.

“MoMA 이외의 곳에서 MoMA가 소장한 23개의 디지털 서체가 전시된 것은 처음입니다. MoMA에서 선보였던 그대로 근사하게 구현되어 기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폰트를 직접 찍어볼 수 있는 스탬프와 레터프레스가 추가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타이포그래피의 발전에 실로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MoMA는 특정 매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서체, 디지털 혁명의 격동기를 아름답게 장식한 서체, 옛 것을 되살려 재탄생한 창의적인 서체, 시대와 장소를 반영한 서체들에 주목했습니다. 파올라는 디자이너들에게 MoMA가 소장한 23개의 디지털 서체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습니다.

“MoMA가 소장한 디지털 서체들은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기술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저보다는 여기 모인 여러분이 더 전문가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께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Inspiration Exchange on Korean Typography


북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 토크에서는 동∙서양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대한 좀 더 심층적이고 깊이 있는 대화가 오고 갔습니다. 참석한 11명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소개되었고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의견을 들으며 한국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몇몇 타이포그래피 작품들에 좀 더 구체적을 코멘트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그래픽적인 요소가 상당히 강조된 서체라 가독성이 조금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굉장히 독특하군요. 한글로 된 타이포그래피를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현대적’이라는 것입니다. 대체로 글자를 이미지화 시키는 것 같군요. 미래지향적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저는 한글을 모르고 한국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제가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가감 없이 말해주세요. 비판적인 얘기라도 좋아요.”





작품을 볼 때에 현대적이라 느끼는 기준이 무엇이냐는 한 디자이너의 질문에 그녀는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세리프(Serif, 글자 끝에 돌출된 선으로 손 글씨의 특징을 나타낸다)의 유무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세리프가 없는 서체를 보면 저는 현대적이라고 느낍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에 대해 세리프의 유무 또한 현대성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견과 최초의 한글인 훈민정음 또한 산세리프체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세리프의 유무만으로는 단정짓기 어려운 한글서체만의 특징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 등 디자이너들의 토론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서양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한국 타이포그래피는 전반적으로 모던한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파벳과 비교하기엔 기준선부터 차이가 있기에 한글의 역사적 특이성과 디자인적 측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한글을 배우고 싶네요. 한글에 대해 더 잘 알았더라면 여기 있는 작품을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겁니다.”


토크를 마치며 아쉬움을 표시한 파올라는 국내 일간지 및 매거진 프레스 인터뷰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냈습니다.


 



질문

한국의 디자인 산업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현 시대에 있어 디자인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그 점을 잘 알고 영민하게 발전시켜 온 것 같습니다. 정부차원에서도 그렇습니다. 독특한 미술, 디자인 등 많은 것들이 경제 산업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

‘한글’ 하면 떠오르는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엔, 아마 모자란 답변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웃음), 한글에서는 자음보다 모음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글자에 동그라미(o, 이응)가 많아서 동글동글한 형태가 눈에 띄고요. 언뜻 보기에는 태국어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질문

타이포그래피에 있어 언어의 소리적 측면도 연관이 있을까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제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는 쓰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의 연관성이 별로 없습니다. 이탈리어는 항상 모음으로 끝나죠. 그런데 이게 모음이라니까 모음인 줄 아는 것이지 문자의 형태적 특징을 따로 찾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는 모음과 자음의 성격이 글자의 모양에서부터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질문

타이포그래피에는 디자인적인 면 외에도 언어와 문화, 가치관 등의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봅니다. 타이포그래피의 학문적 연구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디자인적인 측면과 언어, 문화적인 측면 모두 중요합니다. 그 두 가지를 갈라 놓고 생각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Verdana와 Georgia, Bell Centennial 등의 서체를 디자인한 매튜 카터(Matthew Carter)는 전세계의 말과 사투리 영상을 수집하고 있죠. 저 역시 다른 지방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에 매료되곤 합니다. 한국어, 일본어, 히브리어, 인디언 방언에까지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것이 스타일을 강조하는 것이든 학문적 의미를 파고드는 것이든 글자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앞서 한글 폰트의 이해를 위해 한글을 배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디자이너들은 언어를 알아야만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해당 언어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다면 최소한 자문위원이라도 두어야 합니다. 알파벳 폰트를 만드는 사람이 알파벳을 읽을 줄 모른다고 생각해보세요. 절대로 그런 식으로 작업할 수는 없겠죠. 문학에서 시의 번역은 시인에게 맡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질문

기업이 디자인에 투자하고 관여하는 경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존중합니다. 현대카드뿐 아니라 이미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을 꼽을 수 있겠죠. 저는 ‘소비자’라는 단어를 쓰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안목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것은 디자인을 ‘소비’한다기보다는 ‘권리’를 드러내는 행위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변화가 생기는 겁니다. 디자인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는 앞으로 더 두드라질 테고 이러한 변화를 간과한다면 뒤쳐질 것입니다. 같은 값의 물건이라면 디자인이 잘 된 보기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질문

앞으로 MoMA와 현대카드는 어떤 작업들을 보여줄 예정인가요?

그동안 현대카드와 MoMA 간의 협력은 긴밀하게 지속되어왔습니다. <Digital Typefaces>를 시작으로 <@:Acquiring an Icon>, <Design and Data Visualization 전시를 차례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시각(New Design Angles)’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현대카드와 공동 기획하는 시리즈전이죠. 디자인의 영역을 확장시킨 혁신적인 작업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질문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저는 한글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글 폰트의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글의 o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o이라는 문자가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