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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라이브러리] 현대카드 DESIGN LIBRARY - 큐레이터 Justin Mcquirk 인터뷰

2013.03.04


현대카드는 디자인에 대한 영감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장서들을 선별하기 위해 건축, 산업 디자인의 세계적인 대가들을 직접 큐레이터로 모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탁월한 역량과 열정을 보여준 큐레이터, Justin Mcquirk 와의 인터뷰 내용을 현대카드 디자인 블로그에 담았습니다. Justin Mcquirk 는 영국 <Guardian>지의 디자인 칼럼니스트이자 건축 & 디자인 전문지 <ICON>의 에디터로 활동 중이며, 2012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전시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소감부터 장서를 선정하는 기준까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들을 디자인 블로그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바쁘신 시간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현대카드를 디자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 이전에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들어보셨다면, 어떤 회사로 알고 있었나요?
현대(현대자동차를 말하는 듯합니다)는 물론 알고 있었지만, 현대카드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라이브러리 프로젝트처럼 교육적인 부문에 주도적이고, 진취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은 늘 지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카드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만, 이를 한 번에 실현하는 건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습니다. 라이브러리의 장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단기간에 라이브러리를 만든다면 그만큼 독자들이 결과물을 빨리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위상은 어디쯤이라고 생각하나요?
한국은 디자인 분야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국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직 서구인들은 특정한 디자이너 개인의 이름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삼성 등의 브랜드와 광주 비엔날레 등의 행사를 통해 한국의 인지도는 높아졌습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 같은 프로젝트 역시 한국이 향후 발전 방향에서 디자인을 중요한 분야로 인지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에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를 하면서 Justin Mcquirk를 북큐레이터로 모셨는데요. 기존에 북큐레이터로 활동한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오. 북큐레이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처음 북 큐레이팅 의뢰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매우 흥미롭고 가치 있는 프로젝트가 되리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위해 열성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큰 보람을 가지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디자인 관련 출판 현황을 파악할 수 있어서 흥미로우리라 생각했습니다.

평소 디자인 책을 선택하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아쉽게도 저는 제가 꼭 소장할 필요가 있는 책만 구입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디자인 레퍼런스 라이브러리를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겐 그럴 공간이 없기 때문이죠! 이미지 위주의 책보다는 주로 비평 관련 책을 구입하는 편입니다.




요즘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는 디자인 분야나 디자이너가 있으세요?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은 남미에 대해 연구 중입니다. 남미의 “행동주의 건축가” 세대가 지난 십 년 이상 동안 도시의 임시거주지역(informal city)에서 중요한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Informal city는 주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쓰이는 개념으로, 도시 내에서 계획적으로 형성되고 관리되는 지역(formal city)이 아닌, 거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임시의 거처를 만들고, 그 안에서 나름의 사회경제적 체계를 만들어 살아가는 지역을 뜻합니다.)

디자이너에게 영감/자극을 주는 여러 방법들 중 ‘책’은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되는지요?
비록 시각적 영역의 레퍼런스(참고처)가 주된 역할일지라도, 책은 여전히 디자이너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엄처럼 거대한 규모로 정리된 오브제들의 아카이브(자료 보관소)를 가질 수 없다면, 디자이너들에겐 훌륭한 라이브러리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 시대에 ‘라이브러리’는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고,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까요?
우리는 가끔씩 모든 지식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라이브러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 리서치 하더라도 인터넷에서는 뛰어난 텍스트와 이미지 자료를 가진 책을 볼 때만큼 빠져들거나 몰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라이브러리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우연한 발견’입니다. 찾고 있던 책이 아닌 다른 책을 라이브러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됨으로써 이후 작업의 방향이 전환될 수도 있는 것이죠. 라이브러리에 토론과 대화가 가능한 구역을 포함시켜 사회적/사교적인 기능까지 부여한다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비록 디자인이란 매우 특화된 영역의 사람들(niche community)이라고 하더라도 라이브러리는 지역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굿 디자인 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더라도, 그런 책을 실제로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은데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책을 리뷰하면서 선택하셨는지요?
직접 보면 좋은 책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책에 수록된 이미지와 저자들, 책의 디자인과 인쇄 품질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실물을 직접 보지 못한 책을 선정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저자들에 대해 찾아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신뢰할 만한 이들인지, 책의 구성과 페이지는 어떤지를 검토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다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책을 찾는데 주력했구요. 몇 개의 발췌된 페이지를 볼 수 있을 경우에는 그 역시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존에서 전문가들과 독자들의 서평도 참조했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다양한 디자인 분야의 책을 섭렵하셨는데, 본인이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한 카테고리는 어떤 분야인지 궁금합니다.
주로 건축과 제품디자인에 집중했습니다. 그 두 가지가 제가 가장 잘 알고, 글을 가장 많이 써온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픽 디자인에도 관심을 갖고 있지만, 그래픽 디자인은 타이포그래피부터 광고디자인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다른 전문가의 몫이라고 여겨 남겨두었습니다.




추천한 책들은 어떤 독자를 상정하고 타깃으로 삼았나요?
이 책으로 공부하는 디자인 전공학생들을 끊임없이 상상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졸업한 이들이나 프로페셔널들에게 내가 선정한 책이 유용하지 않을 것이란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책(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입니다.

각각 카테고리에 대한 북 셀렉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셨는데요, 각 카테고리별로 선정한 책 중에서 본인의 셀렉션 가이드라인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되는 책은 어떤 책인가요?
이 질문은 무척 까다롭네요. 선정된 책 중에 너무나 훌륭한 책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굳이 꼽자면 건축과 모노그래프 캐터고리에서는 저를 너무나 열광시켰던 모노그래프인 2G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너무 방대하지도, 너무 깊이 파고들지도 않으면서 훌륭한 사진자료와 명료한 드로잉을 통해 해당 건축가 작품의 본질을 전달하는 유용한 책입니다. 또한 2G 시리즈는 대개 도입부 텍스트와 더불어 해당 건축가와의 인터뷰, 또는 건축가들이 직접 쓴 텍스트가 담겨 있어 주제에 관한 매우 다양한 시각과 전방위적이고 균형 잡힌 이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방문하는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발견하는 방법 또는 디자인 책에 접근하는 좋은 태도에 관해 조언을 해준다면요?
책(텍스트)을 꼭 읽을 것 - 이미지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이미지는 형태를 보여줄 뿐, 형태가 만들어진 과정이나 그 뒤의 역사적인 맥락은 알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접히는 금속 소재를 이용하지 않으면서 장 프루베의 의자와 비슷하게 생긴 의자를 그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디자인의 진정성, 일관성은 ‘디자인된 형태’가 아닌 디자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번 작업을 마치고 아쉬움이 남는 점이 있다면요?
라이브러리와 관련해 아쉬움이 남거나 더 진행하고 싶은 일은 없습니다. 다만, 라이브러리가 서울보다 우리 집에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디자인 라이브러리란 어떤 곳이라 생각하시나요?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이상적인 라이브러리는 방문객이 찾는 책, 찾고 있던 책이 아니라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장서를 함께 구비한 곳일테죠. 그 밖에도 조용한 열람실, 편안한 의자와 여유로운 테이블 등 책을 읽기에 적합한 내부 분위기만 갖추고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영감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디자이너들이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기를 바라나요?
디자인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찾는 디자이너들(또는 wannabe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라이브러리는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지성과 영감의 원천입니다. 여러분은 라이브러리를 철저히 탐구하고, 가능하다면 그 안에 빠져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책 속의 이미지를 보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이미지들의 컨셉과 탄생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피상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