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글 보기

[디자인 라이브러리] Automotive Culture & Brand Building

2013.11.15


피터 슈라이어 Peter Schreyer (현대ㆍ기아자동차 디자인담당 사장) @현대카드 DESIGN LIBRARY

10월의 끝자락,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맞닿은 하늘은 청명하고 높은 가을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를 만나기 위해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모였습니다. 모두 그레이 톤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듯 이 곳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는데요, 렉처 시작 전 라이브러리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에서 설렘과 기대가 느껴집니다.

피터 슈라이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블랙 슈트를 입고 마치 오래된 지인처럼 반갑게 인사하며 등장했습니다. 혁신적인 감각과 직선의 단순화를 디자인 철학으로 삼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을 거쳐 2006년 기아자동차의 디자인을 총괄하게 되고, 이후 현대자동차의 디자인까지 맡게 되면서 현대-기아자동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시작되는 F1 경기, 도시와 자연 속에서 질주하는 자동차의 모습, 매일같이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거리의 이동수단들의 영상을 함께 감상하며 열정에 가득 찬 목소리로 그는 이야기합니다.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소름이 끼칩니다. 매번 그렇습니다. 우리 삶에서 자동차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여러분은 공감하시나요? 그래서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커다란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소년, 자동차에 매료되다




1962년 사진 속 그의 모습은 자동차와 함께 있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습니다. 독일 작은 농장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엔진이 갖는 매력,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푹 빠진 후 줄곧 파일럿이 되고 싶어 실제 파일럿 교육을 받았다고 합니다. 자연의 힘에 거스르는 것을 좋아하니 비행을 즐기며 속도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기계의 일부가 되어 능동적으로 속도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이런 내게, 좋은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무척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지요.”
그는 줄곧 흥미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합니다.

피터 슈라이어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통해 자동차를 만났습니다. 1964년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잡지에는 당시 출시되었던 재규어의 모습이 있었는데 그 자동차는 아버지에게도, 그에게도 Dream Car가 되었으며 여전히 그는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

그렇게 엔진과 속도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자동차를 디자인 해오고 있는 그는 훌륭한 자동차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비율의 조화, 내외부의 조화, 다양한 기술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스타일이나 데코레이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은 다른 모든 요소들과의 조화 속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는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흥분감’을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그저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를 목적으로 해서는 안되며 '기존보다 좋아졌는가?'에 대한 질문에 당당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의 목적은 완벽하지 못한 구조에 스타일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완벽한 제품을 제공해 그들의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Good Design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많은 측면에서 정의 내릴 수 있지만 딱 하나를 말한다면 고객이 만족하고 그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합니다. 물론 우리가 디자인하는 자동차는 드라이빙할 때에도 편해야 하겠죠.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Good Design이 아닐까요?”
그래서인지 그는 길을 지나다 자신이 디자인한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지 확인하게 된다고 합니다.


매 순간 느끼는 영감, 유연하게 반응하는 즉흥 연주




피터 슈라이어는 새로운 일을 만날 때마다 엄청난 영혼과 노력을 투자하고, 언제나 일상적인 것은 없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것들은 '재미'있지 않고, '흥분'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열정적인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열정적인 그는 도대체 어디에서 영감을 받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텐데요, 이런 질문에 그는 장난끼 어린 눈으로 이야기 합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레이더망을 가지고 있지 않나요? 나의 레이더망은 24시간 'ON'상태로 꺼지지 않습니다. 이건 어떨까, 이걸 한 번 해 볼까? 하며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계속 상상합니다. 생각을 멈추지 않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종종 사람들은 제게 5년 후의 트렌드는 무엇일지를 묻곤 합니다. 사실 나는 다음 트렌드가 무엇일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고 독보적인 자기의 것을 이루어 가는 것이 트렌드를 창조 할 수 있는 길입니다."

디자이너는 만들어진 악보에 충실해야 하는 클래식 연주자라기보다는 그때 그때마다의 상황에 맞춰 즉흥 연주를 할 수 있는 재즈 연주자여야 한다고 화두를 던집니다.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합쳐져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내는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런 유연한 사고방식이 디자인에 적용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디자인의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워크라고 합니다. 훌륭한 디자이너는 소통할 수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재즈 밴드를 보더라도 연주할 때 서로의 상황을 파악하며 즉흥 연주를 맞추어 가는데, 디자이너들에게도 이런 힘이 필요하다는 거죠.


혁신은 본질적으로 결과를 알 수 없는 실험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해 개최했던 자신의 개인 전시 “No Guts and No Glory” 작품을 선보이며 혁신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새로움을 수반하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위험은 언제든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용기를 내지 않고는 영광을 가질 수 없다고 그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에요.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 우리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피터 슈라이어는 유쾌한 웃음과 그 뒤에 보이는 비장한 각오의 표정, 확신에 찬 맺음말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글 : 최소현 (주)퍼셉션 대표이사
크리에이티브 컨설팅그룹 <퍼셉션>의 대표로 다양한 분야에서 가치를 발견해 주변과 공유하는 Value Creator로서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 및 유수 기업에서 디자인 경영 및 브랜드 디자인을 교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