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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영화, 이보다 더 재미있을 순 없다

2015.01.21


한국의 ‘영화평론가’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동진’을 먼저 손에 꼽을 겁니다. 언제나 영화처럼 살길 바라는 그가 여의도 현대카드 본사를 찾았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 참 짧게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이 조급하네요.”라며 입을 뗀 그는 한 시간 내내 한 마디도 버릴 것 없는 꽉 찬 강연을 펼쳤습니다.





영화 더 잘 보는 법


“오늘 이 시간을 통해 속성으로 영화를 전부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보면 다르게 보이겠구나 하는 팁 정도는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는 먼저 영화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1. 카메라의 위치를 상상해보세요

영화의 모든 장면은 카메라가 찍는 겁니다. 각 씬마다 카메라는 어디에 있을지 그 위치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달리 보입니다.


2. 영화를 두 번 보세요

꼭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영화를 다시 보면 내러티브 외에 배우들의 연기나 카메라의 위치 등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부분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감상에 대한 글을 써보세요

거창한 평론이 아니어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영화에 대한 감상을 글로 써보세요. 생각만 하는 것과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영화 별로였어”란 식으로 썼다면 후에는 “배우의 연기가 과잉이었어”처럼 점차 다른 표현을 쓰게 될 겁니다. 표현이 달라지면 영화를 보는 시선도 달라집니다.


4. 첫 장면과 끝 장면을 되새겨보세요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막 찍는 감독은 없습니다. 이것은 영화의 얼굴 같은 거니까요. 처음과 끝을 떠올리고 비교해 보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5. 표현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보세요

영화에는 러닝타임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짜기 위해선 반드시 생략해야만 하는 부분들이 생깁니다. 어떤 것을 취한다는 건 반대로 배제한다는 뜻도 됩니다. 감독이 드러내지 않은 것에 포커스를 맞춰 보세요.



영화 속 배우의 연기 탐구


중국에서는 영화감독을 두고 ‘도연(导演)’이란 표현을 씁니다. 연기를 이끌어내는 사람이란 뜻이죠. “저는 이 말이 배우의 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평론에 있어 연기는 굉장히 신비로운 영역이라서 때로는 통찰력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A가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B가 최고라 할 수도 있고요.” 그는 영화 속 연기에 대한 설명을 위해 몇 가지 짤막한 장면들을 보여 주었습니다.



1. 배우들은 100% 연기를 한다




영화 <여배우들>의 한 장면. 크리스마스 이브, 패션지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여섯 명의 여배우들은 팽팽한 기 싸움 중입니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은 모두 자신의 역을 맡았습니다.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 연기인 거죠.” 그는 관객이 영화 속 인물을 볼 때 배우에 대한 기대, 이력, 최근의 스캔들까지 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하고 있는 건 100% 연기일 뿐이죠.



2. 연기에도 패턴이 있다




그는 전형적이고 단련된 기술의 외공 연기(양식적인 연기)와 배우가 캐릭터 그 자체가 되는 내공 연기(메쏘드 연기)로 연기의 패턴을 구분 지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히스테릭한 블랑쉬로 분한 비비안 리는 외공 연기를, 다혈질의 거침없는 스탠리를 맡은 말론 브란도는 내공 연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을 훌륭하다 할 수 없고 확실한 이분법으로 나눌 수도 없지만 극명한 차이를 훌륭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영화평론가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떤 예술이든지 좋고 싫음의 취향에만 집중한다면 고전이나 교양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도 영화평론가란 우리가 좋은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안내자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