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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미술관으로, 놀이터로, 카페로, 소극장으로.. 천의 얼굴을 가진 로비

2010.09.15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서쪽에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은행인 산탄데르 은행(Banco Santander)의 본사가 있다. 한국인에겐 아직 다소 낯선 이 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산탄데르는 탄탄한 소매금융으로도 정평이 나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회사의 독특한 기업문화와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산탄데르를 들어선 첫 느낌은 금융회사 특유의 무겁고 딱딱한 느낌과 달리 통유리로 된 벽 안으로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로비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싱싱하다. 여기에 로비를 돌아다니며 방문자를 맞이하는 무릎 정도 높이의 빨간 색 로봇들도 산탄데르가 엄숙한 금융회사만이 아님을 알려준다. 방문자는 미팅 장소를 중앙에 있는 터치 스크린화면에 입력하면, 지정된 로봇이 다가와 미팅 룸까지 안내를 한다.

그런데 로봇을 따라가다 멈춘 벽 앞에는 낯이 익은 작품이 걸려 있다. 바로 현대캐피탈ㆍ현대카드 본사 로비에 걸린 Sara, walking, bra and pants 의 작가 Julian Opie 의 작품이다. 이억만리 스페인에서 회사와 똑같은 작품을 보다니… 마치 회사에 온 것 같은 친근감이 밀려왔다.




찬찬히 둘러보니 산탄데르와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의 공통점은 Opie 작품만이 아니다. 세련된 스타일, 그렇지만 가볍지 않은 금융회사다운 진지함을 세심한 디테일을 통해 잘 융합시킨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형제 같은 느낌이다.

특히 두 회사는 로비부터 남다르다. 로비는 직원들이 회사로 출퇴근하는, 회사와 바깥사회의 경계점이다. 그리고 회사를 방문하는 외부 사람들의 회사에 대한 첫인상을 좌우할 수 있는 공간이다. 회사 문화와 맞지 않는 외부 시설물이나 카페, 외관을 고려하지 않은 개성 없는 안내데스크로 메우고 말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이 회사 로비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로비에 놓인 의자들도 평범하고 칙칙한 색깔의 소파가 아니라 뉴욕의 어느 부티끄 호텔에 뒤지지 않는 디자이너 의자들을 배치했다. 카페도 회사에 맞게 컵부터 메뉴판, 디스플레이 공간까지 자체 브랜딩이 된 M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화장실 역시 로비 못지 않게 화사하다. 게다가 현대카드ㆍ 현대캐피탈의 로비는 그저 남들 보기 좋게 장식만 해 놓은 게 아니다.

로비에 직원들의의 휴식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더했다. 점심 시간, 퇴근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자전거들, 우리 회사 분위기에 맞게 직접 칠한 예쁜 파란색의 탁구대, 직원들이 함께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게이트볼(gateball) 장이 마련되어 이 곳을 지나는 직원들이 여유를 느낄 수 있게 했다. 퇴근무렵엔 빨리 가지 않으면 이런 시설을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또 점심 시간, 퇴근 시간에는 공 모양의 로보트가 로비 바닥을 돌아다니며 Hotel 같은 라운지 음악을 연주해 경쾌함을 준다.

더 놀라운 것은 최근 리모델링을 한 2관 역시 1관 못지 않은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는 점이다. 바닥에 설치된 LCD TV는 상식을 깨는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의 DNA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로비 전체를 감싸는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인테리어는 은근한 멋을 풍긴다.

로비에 있는 테이블과 의자는 여기서 가벼운 미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테이블 한쪽에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 같이 보이는 것은 메모지다. 두루마리 휴지처럼 말려있고, 중간에 절취선이 있어 간단한 메모를 위해 찢을 수 있다. 두루마리 메모지인 셈이다. 이 역시 상식을 깨는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반대편에는 회사 ID카드나 신용카드로 사무용품, 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자판기도 있다.

특히 2관 로비 양쪽 끝에는 독특한 공간이 새로 만들어 졌다. 한쪽 편엔 103석 규모의 오디토리엄(auditorium)이, 다른 한쪽에는 ‘The Box’라는 카페테리아(Cafeteria)가 생겼다. 오디토리엄에선 각종 강연, 간단한 공연, 각종 행사를 치를 수 있다. 로비를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것을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은 보여주고 있다.






the Box에선 샐러드 바와 와인 등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분위기는 모던하면 현대적이어서 이곳이 회사 내에 있는 식당이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이 고급스러운 카페테리아 한편에 미디어 아트 같은 조그만 디스플레이어가 한쪽 벽면에 자리잡고 있다. 차가운 글자가 하나씩 박히는 이 작품은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고객들의 불만사항이 나타나는 곳이다. 이른바 ‘통곡의 벽’ 이다. 여기엔 단순한 고객 불만 뿐 아니라 심지어 입에 담기 힘든 욕이나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을 비난하는 글들도 올라온다. 아무리 좋은 곳에 있고,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더라도 고객들을 잊지말라는 뜻일까?




어쨌든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의 로비는 거대하고 적막한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저 화려한 인테리어와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곳이 아니라 개성이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공간구성을 통해 직원들의 만남의 장이자 휴식공간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놀이터 같기도 하고, 만남의 광장 같기도 하고, 멋진 회랑 같기도 하고, 엄숙한 고객의 평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곳으로 3000명 직원은 매일 드나들고, 머물고, 먹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