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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Culture Concert 49 – 오페라 갈라쇼 김자경 오페라단

2012.11.23


오페라가 어렵다고요? 오늘 공연 보고 다시 얘기합시다!


“언니,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2012년 11월 15일, 이번 컬처콘서트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임직원들이 부모님을 사옥으로 초대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로비에는 임직원들이 부모님과 공연 입장을 기다리며 즐길 수 있도록 커피와 쿠키 등 약간의 다과가 준비돼 있기도 했습니다. 한 집에 살면서도 고단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탓에 못다한 부모 자식 간의 대화를, 그리고 정을 오래간만에 함께 나눴습니다. 로비에는 한때 시를 읊조리며 낭만을 꿈꿨던 여고생 같은 우리네 어머니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김자경 오페라단이 오늘 준비한 공연은 오페라 <사랑의 묘약>입니다. 예술감독 정지철 씨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의 묘약>은 내용면에서 신데렐라와 유산 상속 스토리, 아이러니 코드 등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요소들이 재미있게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페라 초보자라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죠. 잠시 후 불이 꺼지고 소프라노, 테너, 바리톤, 그리고 합창 4~5명의 공연자들이 무대에 섰습니다.




“애들은 가, 애들은 가! 이 약으로 말하자면…” 약장수가 무대 위에서 신약을 소개하며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신약 매출과 관련된 재미난 도표가 등장하고, 경상도와 충청도를 넘나드는 구수한 사투리와, 국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선보이는 등 관객들의 마음은 이미 무장해제되는 듯 했습니다. ‘오페라라면 왠지 졸리고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완벽하게 탈피, 첫 임무는 성공인 듯 보입니다.




관객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할 즈음, 오페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아리아가 흘러나옵니다. 산들바람처럼 움직이는 여주인공 아디나가 자신의 마음을 노래합니다. 시냇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아디나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흘러가는 마음을 네모리노가 노래합니다.




아디나: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죠?
네모리노: 그 시냇물처럼 당신에게 향하는 것!
아디나: 다른 데 가서 알아봐요. 난 당신의 바다가 아니니까.
네모리노 : 아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안돼요! 안돼, 안돼, 안된다고!


그때 특효약을 파는 약장수가 등장합니다.

“천식, 무기력, 발작, 당뇨, 치질, 우울증, 히스테리, 중이염 만병통치약 있어요! 자, 사세요. 사세요. 아주 싸게 드릴 테니까. 골라요, 골라. 이 약으로 말하자면 치통에 직방인 놀라운 약! 나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만든 이 신비한 약으로 골골하던 70대 노인이 아들, 딸을 쑴뿡쑴뿡 낳았다죠. 이건 남자들한테 참 좋은 건데 말로 표현을 못하겠네. 노래로 해야겠다!”

약장수의 입담에 관객들은 박장대소 합니다. 실제로 관객석을 다니며 비타민 음료를 나눠주며 깜짝 이벤트도 펼칩니다.




배우들은 극중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할 때는 한국어로, 아리아를 부를 때는 이태리어를 섞어 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관객들은 아디나, 네모리노, 벨코레 이 삼각관계에 서서히 빠져들었습니다.




토크쇼처럼 배우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노래를 하고 연기를 한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시도일 겁니다. 성악가들은 최고의 집중 상태에서 노래를 해야 본인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데 이들은 이야기하면서,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합니다. 그래서인지 그 노랫말이 귀에, 그리고 마음에 더 와 닿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디나와 네모리노의 아리아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오페라의 묘미는 노래에 있음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공연은 그 사실을 무대에서 직접 보여준 오페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