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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현대카드와 함께 했던 행복한 일주일

2012.11.26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이하 현대카드) 직원들에게는 더 이상 남다를 것 없는 일상적 배경이자 익숙한 공간, 여의도 본사 건물에 한 남자가 다녀갔습니다. 9월의 어느 날 불쑥 찾아와 1주일을 머물다간 그는 직원들에게는 새로울 것 없는 작은 부분까지 촉수를 뻗쳐 극한의 디테일을 찾아냈는데요. 그가 관찰하고 분석하고 표현해낸 결과물은 ‘A Week at Wonderland’라는 제목으로 ARENA 10월호, 14페이지에 걸쳐 소개됐습니다. 현대카드의 공간을 Wonderland라고 정의 내린 그에게 부탁했습니다. 기사에 녹이지 못한 진짜 뒷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말입니다. 흔쾌히 승낙한 그의 명쾌한 답변,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더불어 사옥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의 눈이 직접 찾아낸 특별한 공간과 숫자들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현대카드에서 보낸 일주일이 불현듯 오롯이 떠오르곤 합니다. 십수년 째 에디터로 일하며 수천의 사람을 만나고 수천 종의 기사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체험해보지 못한 짜릿한 취재 경험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동안 무척이나 궁금했었습니다. CF에서, 슈퍼콘서트 공연장에서, 일상의 도구 속에서도 현대카드의 또렷한 흔적을 찾을 수 있건만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일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사실, 현대카드의 문을 두드리면서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정말 이 사람들이 속살을 보여줄까? 하나같이 뻔한 모범 답안만 내놓으면 어떻게 하지? 오히려 기존에 가졌던 환상을 깨게 되는 건 아닐까? 일주일이라는 거대한 시간을 투여한 만큼의 성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걱정은 걱정일 뿐. 질문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사의 방향이 무엇인지 전혀 사전 심사하지 않는 것은 기본.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인물 리스트에 토하나 달지 않고 완벽한 시간별 테이블을 짜주며, 지하주차장부터 건물의 옥상에 이르기까지 들여다보고 싶다고 요구만 하면 흔쾌히 굳게 잠긴 자물쇠를 열어주기까지.

매거진을 십수년 째 만들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제품이든 사람이든 글이든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디테일입니다. 김훈 선생의 단문 위주의 문장이든, ARENA 이우성 에디터의 시적 운율이 넘쳐나는 짧은 형식의 글이든 언뜻 보기에는 일반적인 글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단어 하나, 순탄한 흐름에 포인트를 주는 적절한 예시 하나가 결국 글의 최종적인 수준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찌보면 알록달록한 색깔을 한데 섞는다고 해서 펑크스타일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 다르게 말하자면 말쑥한 수트 정장을 완벽하게 갖춘 신사가 행커치프나 부토니에, 아니면 단추에라도 적절한 위트가 가미된 포인트를 넣었을 때 비로서 그만의 완벽한 룩이 완성되는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일주일 동안 현대카드를 탐방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어낸 성취 중 하나는 바로 그런 디테일이 건물과 사람과 기획 속에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매거진이나 아트북에서만 봐왔던 가장 이상적인 건물과 디자인 제품, 그에 어울리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었던 것이지요.

그리하여 처음 며칠 동안은 집요하게 그 디테일을 파고 들어 보았습니다. 흔하게 알려져 있는 디자인적으로 ‘예쁜’ 인테리어가 아니라 현대카드만의 정신과 아우라가 깊게 배어 있는 사소한 디테일말이지요. 정녕 그것은 감동과 탄식의 연속이었습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에서도, 베를린의 사비니 아치 서점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현대카드와 캐피탈을 상징하는 컬러와 일치하는 파티션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 3.5m짜리 Design Lab 전면 유리를 제작하기 위한 과정, 바닥의 이탈리아산 타일까지 미쳐있는 그 치밀한 디테일에 저절로 넋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감동한 것은 타일과 타일 사이의 매지라인. 단언컨대 지금껏 이렇게까지 완벽한 디테일을 구현한 건물은 본 적이 없습니다. 탁구대의 존재까지 겨냥한 로비 및 공간의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하니 그냥 패스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전에 미리 준비하고 나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똑 떨어지는 답변을 하는 신입사원. 각 파트의 실무진들을 만나보면서 현대카드의 가장 큰 무기는 회사의 콘셉트를 이해하는 직원들이 무척이나 많구나(어떤 조직이든 100%는 없기 마련이니까요, 그건 유토피아나 천국의 이야기니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덧붙여 그 어느 대기업보다도 갈색 구두와 피트한 정장을 입은 사람이 많다는 점도(정말 ‘아저씨 룩’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완벽한 신사가 되시려면 디테일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ARENA가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슈퍼콘서트의 포스터나 it water의 패키지를 보면서 ‘참 예쁘고 멋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그게 왜 중요한지는 저조차도 분명하게 깨닫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분명히 알았습니다. 고객 또는 라이프스타일의 업그레이드 디자인 수준의 증대 등 명확한 목표가 확립되어 있는 로직과 세상과 주변을 직관적으로 바라보는 감성이 함께 결합되어야 최고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앞으로도 지극히 ‘현대카드스러운’ 작품들이 줄줄이 창출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그걸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 또한 잡지를 만드는 이의 큰 즐거움일 것 같으니까요.



ARENA에 소개되지 않은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구석구석을 샅샅이 찾아 선보이는 아이덴티티의 총화, 주요 OFFICE 공간들을 지금 공개합니다.

1. 컨벤션홀 바닥의 풋볼 숫자: 풋볼 게임에 사용되는 레이아웃으로 풋볼 게임같은 열정과 '수'에 민감하게 반응해 한 치의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임직원들의 명민한 정체성 표현




2. 레일 하나에 두 대의 엘리베이터: 국내에 단 두 세트 있는 엘리베이터, 하나의 레일 안에 위, 아래로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각각 움직인다. 이보다 효율적인 엘리베이터가 또 있을까.




3. 여의도에 자리한 뉴욕의 슈사인(Shoe Shine): 뉴욕 록펠러 센터에서 영감을 받아 사내에 만들어진 공간으로 솜씨 좋은 전문가가 임직원들의 구두를 정성스레 관리한다.




4. 로비 안의 Smoking Lounge: 흡연권이 당당히 보장되는 사옥, 유리박스처럼 생긴 흡연실은 최고의 통풍시설을 갖춰 냄새 밸 일이 없다. 흡연자들이여 어깨를 펴라!






Writer. 박지호
ARENA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