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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resh] Open Class - NEWS FROM A MAN, 그를 통해 본 현대미술

2015.03.04


한국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작가 전준호. 그는 대표작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을 통해 예술의 근본적인 의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활동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소식들이 생겨났고, 그는 이 이야기들을 다시 세상 밖으로 전했습니다. 이제 오늘은 우리가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경청할 차례입니다. 작가 전준호는 오픈클래스에서 그 간의 작업물과 히스토리에 대해 들려 주는 한편 현대미술,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솔직하게 꺼내 보였습니다. 





인간은 왜 예술을 하는가


작년 여름, 그는 참 오랜만에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문경원 작가와 공동 작업한 <미지에서 온 소식>으로 국립현대미술관 '2012 올해의 작가상'과 2012 광주비엔날레의 ‘눈 예술상’ 수상, 한국 작가로서 20년 만에 세계적인 현대미술제 '카셀 도큐멘타'에 초청되었던 그는 한국 미술계가 주목하는 소위 ‘스타’나 다름없었습니다. 6년 만의 개인전. 북경을 배경으로 하는 짤막한 필름 <묘향산관>, 그리고 해골이 절을 하는 모습의 <마지막 장인> 등 전준호만의 새 작품들이 ‘그의 거처’라는 타이틀 아래 전시됐습니다.



(좌) 문경원 & 전준호, <묘향산관>, HD Film, 22min 09sec, 2014. 

(우) 전준호, <마지막 장인>, Sophora japonica wood, mirror installation, a novel, 2012-14.



“특히 이 <마지막 장인>은 제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겁니다. 소설 속엔 해골 깎는 장인과 현대미술가가 등장하는데 실은 현대미술의 허구와 미화, 뭐 그런 것들을 비틀고 싶었어요.” 그는 한때 예술계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며 ‘도대체 예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합니다. “예술가로서 가져야 하는 신념이란 뭘까, 그게 늘 궁금했어요. 작업실 가득 쌓여 있는 작품들엔 점점 먼지가 앉고,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저는 형편없었죠. 나는 누구를 향해 예술을 하고 있나, 인간은 왜 예술을 하는가. 그게 너무나도 궁금했습니다.” 





예술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렇게 예술에 대한 물음표를 떠안고 있던 그는 때마침 작가 문경원을 만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될 만한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만약 인류가 멸망한다면 가까스로 생존한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미지에서 온 소식>은 그 결과물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예술을 어떻게 생각할까, 예술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죠.”



(좌) 문경원& 전준호, <공동의 진술_구호 : 유니폼>, 2012. 

(우) 문경원& 전준호, <공동의 진술_루시스 : 마인드 라이트>, 2012.



문경원과 전준호는 인류 종말이란 극단적인 설정 속에서 예술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국가가 사라지고 다국적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황폐한 미래,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연구하고 그것을 구현해내는 작업들이 건축가, 뇌과학자, 패션 디자이너, 문학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공동의 진술>은 미래 도시 설계, 수분을 만들어내는 인공 장기, 미래의 조명, 다국적 기업의 유니폼 등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세상의 마지막 예술가와 신인류 사이의 예술적 교감을 그린 영상 작품 <세상의 저편>에는 배우 이정재와 임수정이 출연했고, <꽃과 투쟁> 시리즈에서는 영화감독 이창동, 시인 고은과 나눴던 대담을 글로 옮기기도 했습니다. “‘종교가 유한함에 대한 대답이라면 예술은 유한함에 대한 질문이다’ 제 머리를 탁 쳤던 이창동 감독의 한 마디입니다. 목마른 가운데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는 느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절실했던 상황에서 원동력을 얻은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예술에 있어 거대한 담론이나 성찰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각자 소유하는 옷과 물건으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처럼 저마다 취향이란 게 존재하잖아요. 그게 예술이 나에게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죠. 예술은 낯섦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른 이미지가 아닐까요?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