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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방 빌려드립니다. 이웃돕기 성금 내세요!

2010.12.24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사장 방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외부사람도 궁금하겠지만 직원들도 궁금합니다. 어디나 그렇듯 CEO 방은 한정된 소수의 인원만 출입하기 마련이죠. 특히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처럼 한 건물에 근무하는 직원만 3,000여명에 달하는 대기업은 더욱 그렇죠. 막상 들어가 보면 별 것(?)도 없는데 사장님 방에 들어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뭔가 호기심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그래서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매년 연말에 CEO의 방을 직원에게 빌려줍니다. 하루 종일은 아니고요, 점심 식사 후인 12시 30분부터 2시까지. 올해는 12월 23~24일 이틀 동안 방을 빌려줬죠. 방을 빌린 사람들은 CEO의 의자에 앉을 수도 있고, 방 어디라도 다니며 사진도 찍을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사진 담당 직원이 나와 전문가적인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자신의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찍어도 됩니다. 공짜냐고요? 천만에요. 유료입니다. 대리급 이하는 최소 5천원, 과장급 이상은 최소 1만원을 내야 합니다. 물론 더 내도 되고요.




사장이 직원들에게 방을 빌려주며 돈까지 받는 게 너무한 것 아니냐고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막상 사장님은 돈이 좀 모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방을 개방하면서 직원들에게 쓴 사내 통신문에는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특히 과장급 이상이 돈이 됩니다. 간부가 조금 어정쩡하다고 수줍어하지 마시고 참여 부탁  드립니다.” 이 행사 흥행을 위해 CEO도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직원들과 포즈도 취해주고, 배경음악도 깔아줍니다. 평소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장님이 이 날만은 직원들이 원하는 포즈나 역할을 해주면서 봉사를 다하죠. 직원들로서는 5천원의 위력을 실감하는 날이죠. 하긴 돈 5천원이 어디 땅 파면 나오나요? 아마 요즘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CEO가 돈이 좀 궁한가 봅니다.




사실 이 행사는 사장님의 재테크를 위한 것이 아니라 CEO와 직원간의 스킨십을 넓히고, 부수적으로 돈도 모아 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진행해온 행사입니다. 사장님과 직원들은 이런 핑계 삼아 평소 어려웠던 관계를 벗어나 가까이서 사진도 찍고 대화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이 행사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내놓는 돈은 불우 이웃을 위해 쓰이죠. 한마디로 1석 2조입니다. 아, 이웃 돕기 성금은 직원들이 낸 돈에 사장님이 같은 만큼의 금액을 보태서 냅니다. 매칭 그랜트인 셈인데, 직원들의 참여가 많을수록 사장님의 출혈도 커집니다. 과장급 이상의 단가가 높은 손님이 많이 오면 사장님 지갑에서 나오는 돈도 커지죠. 성금은 회사 이름으로 기부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사람들의 개인 이름으로 기부되니 더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혹시 사장님께 잘 보이려고 고액을 무리해서 내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그렇게 강압적인 회사도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 사장님이 사내게시판에 그에 대한 의견도 달아 놓았네요. “성금이 많이 모일수록 좋기는 하나 여러분에게 부담을 주는 것도 취지가 아닙니다. 과다한 액수로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금융회사 CEO답게 무리한 출혈은 자제하라는 얘기입니다.

이 행사에 참여할 사람은 이메일 등으로 CEO 비서에게 사전에 신청하면 됩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와서 뒤죽박죽 되어도 안되고, 충분히 CEO된 기분을 느끼지 못해도 안되니 일정한 수만 예약을 받아 운영합니다. 방값만 내면 사장님에게 포즈를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5천원, 1만원 낼 만 하죠?